타고난 성품대로, 상유(桑楡)에 이르렀지. 세리(勢利)로 사귄 벗은, 때가 되면 달라져도,

우리 사귐 변치 않음, 돌인가 무쇠인가?

 마음에 흡족하면, 기쁘고도 즐거워서, 내 존재도 망각하고, 침식조차 잊는다네

(吾性鄙拙, 疏而且麤. 無機無巧, 不諂不諛. 有一不協, 不忍須臾. 從天所賦, 以至桑楡. 勢交利交, 有時必渝. 此交不涅, 石耶金乎. 當其得意, 欣欣愉愉. 不知有我, 忘寢及餔).”
ㅡ허균(許筠·1569~1618) ‘힐난하는 이에게 대답함(對詰者)’


글에 나오는 상유(桑楡)는 흔히 노경(老境)을 일컫는 표현이다. ‘회남자(淮南子)’에서 “해가 서편에 드리우면 햇살이 나무 끝에 걸린다. 이를 일러 상유(桑楡)라 한다(日西垂, 景在樹端, 謂之桑榆)”고 한 데서 나왔다. 날이 뉘엿해지면 해가 뽕나무나 느릅나무에 걸리므로, 해 질 무렵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상유만경(桑楡晩景)은 그래서 만년(晩年)이라는 뜻으로 쓴다. 하지만 상유는 실제로는 서쪽 하늘 별자리 이름이다. 해가 상성(桑星)과 유성(楡星)의 위치에 걸린 때를 말한다.

兀兀遂深冬, 安居保桑楡
“마침내 깊은 겨울 홀로 지내며, 안거(安居)에서 상유를 보전하리라(兀兀遂深冬, 安居保桑楡)”
ㅡ노수신(盧守愼·1515~1590)은 진도 유배지에서 지은 ‘옥주이천언(沃州二千言)’

시련의 날에는 혼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