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지난 한달 그리고 흔적, 가을...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지난 한달
포항의 SSW내과의원에서 슬개에 돌(담석)이 생겼다는 6월의 진단 후 SM병원에서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일주일간 입원 슬개에서 폐로 ? KD병원에서 폐암4기 진단 후 서울삼성병원으로 7~8월에 각 한차례씩 항암투약 그러다 지난달 기독병원으로 내려온다는 말에 좋아져 내려오는 줄 알았더니 다음날 이른아침
40여년을 함께한 그 남편과 두아이의 부부 그 아래로 이제 갓 세상을 보기위해 눈을 뜬 손주와 갓 젖을 뗀 손주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네다섯살쯤 되는 아이까지 직계 10인
6남매의 둘째인 그는 나머지 5남매 형제와 그 아래로 10인의 조카들 아직도 맏딸이 세상을 떠난줄 모르는 89세의 노모 도합 스물 40여 명의 가족을 두고 62세의 누님은 연기처럼 하늘로 떠나갔다.
지상으로 잠시 소풍을 왔던 유치원생처럼....
그런 후 한달 그리고 추석연휴가 시작되며 방안에 틀어박혔다.
무력감 허무 ............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일주일간 하루 한끼를 먹지 않았음에도 배고픔을 느낄 수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어떤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 28일 새벽4시, 무턱대고 운전대를 잡았다. 25년 전인 1993년 하루 한차례씩 1년간을 다니던 그 7번국도로 강구항의 어민과 늦가을 같았던 스산함 후포항의 일출 풍경 죽변항의 느린듯하면서 재바름 강원도와 경계인 북면의 원자력발전소 마을의 변화 누렇게 변해가는 영해병곡의 들판과 하얗게 포말을 만들며 다가와 부서지는 고래불해변의 방풍뜯는 아낙네 산이 많은 영덕사람들이 아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송이장터
절간에서 50년 수도한 스님보다 더 고저장단의 정갈한 소리를 들려주는 대전리 딱따구리의 목탁소리를 듣고자 산 길 십리를 50여 분만에 왕복으로 주파하는 산길 산책
산속과 절간에 수백년 된 느티나무는 이미 가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녹음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9월하순의 푸르름이 내연산 깊은 골짜기 산중턱의 소나무가 가을이 오는 것을 막으려는 듯 조만간에 그 침엽수들조차도 물빨아들이기를 포기하기 전에 마직막 힘을 내며 물을 머금는 듯 하지만 잎사귀는 벌써 윤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 산길을 걷다 나오는 대전3리 봄이면 산나물에 막걸리 여름이면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막걸리에 파전을 내노던 팔순의 어르신들 가을이면 도토리묵에 걸쭉한 동동주를 내놓던 그 어무이들 놀리키기 장난이라도 치기 전인듯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인기척이 끊어졌다.
수년 전 마을회관 뒷쪽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가 절간의 스님이 내는 줄을 착각하며 마을어르신들에게 "주지스님이 외지로 출타중인데 이 목탁소리가 어디서 나닝교"라고 물었을 때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가리켜 혹시라도 딱따구리가 들을 까봐 낮은 목소리로 회관 뒤 오동나무 위를 가리키며 "저 속에 딱따구리가 있다"고 속삭이던 그 어르신도 안보인다.
70년대에 지은 슬레이트지붕에 그 노인의 집도 제법 번듯한 황토흙집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져 있다. 20여호가 되는 이 마을에.....
시월이 가까와 오는 900미터대 산속 마을의 9월말은 오후 네시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어스름이 더해지는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길로 나서는데 저만치 등짐을 진 인영(人影)이 보인다. 귀신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산골짜기에서 10여년 전에는 그래도 너댓명의 노인들이 보이던 마을의 저녁녁,
지난 20여년 이 산길의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서며 안면이 있는 팔순이 가까워오는 듯한 그아지매다.
"이 마을에 어르신들 다 어디 가셨닝교"
"있는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거 마이묵고 좋다는 곳 구경도 마이하고 웃으머서 인생 살아야 하니데이".....
그리고 두사람은 이미 고인이 됐고 한사람은 요양원에 갔고 이제 나 혼자 뿐이란다.
10여 년 전만해도 대전3리였던 이 마을이 노인의 수가 줄어들자 대전2리로 경로당겸 마을회관의 팻말을 바꾸더니 이제 딱따구리마저 소리를 끊고 사라지고 없다.
울산에 사는 아들은 어쩌다 간혹 보이고 그 아들에 아들은 대학을 마치고 이제 막 회사에 취직해 서울에 있단다.
이 깊은 산속에 더 남쪽의 도시보다도 더 빨리 봄을 알려주는 양지바른 대전3리 3월이 가기 전, 그 이른 봄이면 목련이 만발하던 그 이웃집에 유아원에 다닐듯한 그 아이들도 그 엄마아빠도 그 할머니할아버지도 .....
이제 딱따구리의 목탁소리는커녕 이 9월이 지나고 시월이면 풀벌레 찌르레기조차도 소리가 끊어지고 마는 그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10월을 이틀 앞둔 그 산길에 도토리와 알밤만이 톡 툭 산길을 걷는 나그네의 허기를 채우라며 시멘트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다.
톡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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