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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Wit

ㆍ작성일	2018-10-22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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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가을편지
노오랑 은행잎과 홍옆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주시 남산동 통일전앞의 21일은 가을이 한창이다. 이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들이 쓰러지기 시작할 즈음 단풍이 시작되건만 이비 절반 이상이 논바닥에 볏짚으로 깔려있지만 올해 은행잎은 이제 물들기 시작했다.

통일전 정문의 뜰에 서너그루의 모과나무에는 어린아이 머리 만큼이나 굵은 모과가 가느다란 가지가 버티기 힘들정도로 주렁주렁 달고 있지만 해넘어 간 석양빛에 반사된 가느다란 빛의 힘으로 용케도 버티고 있다.

노라스림한 잎들로 은행나무 가로수가 변해갈 사이에 물기를 저장한 공간이 적은 얇은 활엽수에는 벌써 홍엽과 황엽이 한창이다. 저러다 어느날 밤 갑작스레 서리라도 흠뻑 내리면 그 활엽수들은 땅으로, 은행잎은 하룻밤 새 노랗게 물들어 버린다.

그 아름다움을 채 구경할 겨를도 없이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잎새들이 추락하고 만다.

올 시월은 유난히 잦은 비로 인해 잎들이 쉬 푸른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영지와 제내지에서 비롯된 형산강 남천의 물은 불과 열흘 전 도랑의 절반 이상을 채우며 지나간 탓에 벌써 겨울인 듯 싶을 정도로 강변과 강바닥의 풀들은 누렇게 흙탕물로 뒤집어 쓰고 활력을 잃고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던 청라언덕과도 같았던 남산동과 배반동의 청청세월은 어느 새 겨울로 질주하고 있다.

조만간 새찬 바람이 형산강지구대의 북동북서쪽 보현산과 영일만에서 시작된 샛바람이 이 골짜기를 스쳐지나갈 때,
논바닥에 깔린 볏짚을 회오리 바람으로 말아올릴 때
이 들판에는 이미 절절한 고독으로 가득차 있겠지.
유난히도 추워버리는 이 골짜기,

단풍구경을 나온 사람들을 피해 상선원과 반월성, 박물관 옆 샛길에서 보는 월지앞 가로수가 우주만물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처럼 화사하다.

서산으로 거의 넘어가는 석양이 뿜어낸 가느다란 시월 하순의 햇살이 비친 가을잎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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