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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카웃 돈키호테 도음산나뭇꾼의 혼밥
새벽 세시반이면 어김없이 눈을 떠 한강 명수대를 바라볼 수 있는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던 30여년전과 같이 벌써 13년차, 설날을 하루 앞두고 골목을 나섰다.
동해의 난류가 흘러도 영하의 날씨인 새벽, 차가운 바람까지 부는데다 전날 저녁에는 눈까지 흩뿌리는 한겨울이지만 죽도 새벽시장에는 어김없이 영세민들의 일과가 이어진다.
아직도 회타운 골목은 낮같이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영일만을 비추던 POSCO 포항제철의 화려한 LED네온싸인조차 수일전부터 꺼지는 등으로 40여년만에 첫 적자의 여파가 고스란이 닥친 한반도 동해안1번지 죽도시장속 활어회센터,
하지만 한골목 건너 건어물과 야채시장에는 어느새 불을 밝히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1965년에 시장의 골격을 갖추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된 죽도공영시장과 그 좁은 건어물 골목에서 60여년째 아이들을 키우고 출가시켜 내 보낸 후 노부부만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골목을 지나면 포목점과 양장점, 옷수선 골목은 아직도 캄캄하다.
이 골목은 포항의 영광과 함께 했지만 1990년대 중반 대형 할인점을 비롯한 유통점이 등장하면서 활력을 잃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 점포가 시간 때우기식의 죽은 골목으로 전락했다.
이에반해 경북도 최고 유동인구에 땅 값을 자랑하며 지난 1985년경부터 형성된 개풍약국의 남쪽 골목은 하루의 영업을 위해 시내는 물론 멀리 대구와 경주, 영천, 청송, 영덕에서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저렴하면서 싱싱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활발한 풍경이 넘친다.
그 시장을 한바퀴 돌면 배가 출출해 진다. 야간 작업을 끝낸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공단의 근로자와 택시기사 등이 애용하는 3000원짜리 진수성찬이 있는 포항제철소 동촌식당으로 향한다.
시장내 5000원짜리 식사가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인지라 영양가나 맛,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그나마 이 가격은 3년여전 야채가격 등이 폭등하면서 1000원이 인상된 상태다.
가난하고 배고픈 글쟁이로서는 이만한 행복이 또 없다. 이 생활은 30여년전 대학시절과 다를 바 없이 아침 6시경이면 꼬르륵거리는 텅빈 배를 채워야 하고 최근 10여년째 수입도 없이 살아온 사람을 형제들조차도 그 누구 반겨주는 곳이 없다.
글을 쓴다고 누가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무안을 당하는 상황을 번번이 겪는 이 생활이니 밥 한끼 사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이 10여년째,
직장인들이 가장 반가운 연휴와 명절이지만 오히려 짐, 부담, 걱정이 되는 인생,
그래도 따근한 콩나물 국물에 마음껏 떠 먹을 수 있는 밥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밥의 가치가 발휘하는 곳, 대기업이 존재하는 그 힘이자 도시의 가치, 배고픈 사람만이 느낄 수 있기에 이 아침은 행복감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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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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