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의 절정 내연사보경사
밤이 새도록 살방살방 내리던 봄비로 바싹말랐던 흙들이 저마다 다시 토해내는 물소리가 요란한 내연산보경사의 안밖으로 벚꽃이 절정이다.
400여년 된 경내 탱자나무에 앙상맞게 봉긋한 싹이 돋아나고 12폭포로 향하는 고목과 말라죽은 듯한 찔레나무에 푸른 잎사귀가 윙크를 하는 시기,
대전리로 향하는 살랑재 오르는 열두구비마다 마른 쑥꼬챙이에 새 쑥이 틔어나고 그 산속에 어스름이 찾아들면 두견새가 구구구 할 때 50년수도한 스님을 따라배운 듯한 나무속 딱따구리가 목탁소리로 중생들을 잠재운다.
1000년된 보경사 적광전 앞 5층석탑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비에 젖은 고목이 된 감나무에 파아란 이끼가 숨소리를 낼 때 내연산의 봄은 꽃들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하얀 벚꽃이 구름처럼 광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내리고 참새들은 저마다 짝짓기를 하는 듯 귀가 따가울 정도로 짹짹거리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된장찌게와 쑥국, 봄나물 냄새가 그득한 공양간에는 하루일과를 마친 스님들과 거사들에게 내놓는다. 발길 끊어진 산사에 촛불이 하나 둘 켜지고 사각사각 경내 흙마당을 쫓아다니는 멍멍이는 꽃으로 낮처럼 환해진 계절의 환희를 즐기는 듯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그것도 잠시 꽃의 절정인 산사에도 어둠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내려앉는다. 물소리가 더욱 요란해지는 적막한 봄 밤의 보경사에 외로운 나그네가 경내를 서성거릴 뿐 절정으로 치닫는 그 아름다움을 함께 즐길 그림자도 없는 외딴 산속에서 새순이 난 바람이 솔가지를 스치는 소리가 고독함으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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