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반복되는 기업살인, 누구의 책임인가!
연이은 노동자 죽음에도 대책은 없고, 통제와 탄압으로 일관한 포스코
금속노조의 대책 요구에도 포스코 눈치만 보는 노동부
2018년 이후 19번째 노동자의 죽음이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27일 이후에만 벌써 1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한 기업에서 이토록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동안 처벌받는 자는 없었다. 최근 5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10명 이상의 노동자 사망에도 포스코가 받은 처벌은 단 1건, 포항제철소장의 벌금 1,000만원과 법인 벌금 1,000만원이 전부다. 기업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 미비가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지만, 어느 누구도 구속은커녕 집행유해조차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21년 2월 8일 9시 38분경 포스코 연료 부두 내에서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장원 소속 노동자(35세)가 컨베이어 롤러 교체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동 중인 언로더 아래에서는 작업뿐만 아니라 이동도 이루어져서는 안 되지만 컨베이어 롤러를 교체하는 작업 중에 작동한 언로더에 35세의 젊디젊은 노동자가 협착되어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현장은 컨베이어벨트와 언로드 운전을 담당한 하청업체와 컨베이어벨트를 정비 보수하는 하청업체가 분리되어 있어 상호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곳이었다.
사고 현장에는 중량물 취급 작업임에도 작업이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관리 감독해야 할 작업 감독, 지휘자도 없었다. 컨베이어 롤러 교체작업 중 가동된 하역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번 사고가 나기 불과 6일 전, 같은 현장에서 하역기 간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센서 고장으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또 한 건의 중대재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음에도 회사측 팀장은 심적인 충격으로 사고 현장을 피해 탈출한 노동자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다른 근무지를 대체투입 시키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해당 사업장의 금속노조 포지트분회는 공문을 통해 안전조치 및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결국 해당 설비의 고장난 센서는 2월 8일 사망사고가 나서야 고쳐졌다. 센서 교체를 위해서는 하역기를 세워야 하고 하역기가 세워지면 포항제철소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뤄온 것이다.
작년 12월 9일 포항제철소 소결공장에서 집진기 배관을 보수하던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보수작업 중 집진기의 가동을 중지 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사고 이후 포스코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조치 사항>이라는 지침을 현장에 뿌렸다.
가동 중인 설비 수리, 점검 금지가 포함된 이 지침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언론을 통해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등 그럴싸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과 2달도 되지 않아 똑같은 원인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포스코는 2018년 1월 25일 포항제철소에서 질소가스 질식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안전분야에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11월 24일 광양제철소 산소배관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또다시 1조 1000억 원의 안전분야 투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노후화된 설비가 다수인 포항제철소 현장의 정비인력은 수년에 걸쳐 축소되고 있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작년부터 년간 5%씩 3년간 15%의 매출 감축 방침을 발표했다. 현장의 위험한 설비나 법 위반사항에 대한 사진촬영조차 금지되어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어디에 이루어졌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채 CCTV만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현장 휴게실에도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인권의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가 내놓은 대책은 결국 살인기업이라는 전 국민적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거짓 대책임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포항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부 포항지청과 면담을 통해 포스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해왔다. 요구의 핵심은 노동자가 참여하는 사고조사 진행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전면적 안전보건진단 실시 그리고 책임자 엄중 처벌이었다. 하지만 매번 포스코의 거부를 이유로 노동자는 모든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나마 작년 12월에 이루어진 노동자가 참여하는 정기감독에는 포스코가 안전보호구와 차량 제공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감독기간 동안 감독기관인 노동부 포항지청이 피감기관인 포스코의 갑질에 쩔쩔매기만 하더니 급기야 감독에 참여한 노동자 전원을 강평 참여시키겠다는 포항지청장의 결정도 포스코 안전방제그룹 이○○파트장의 전화 한 통에 취소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노동부는 포스코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2차례의 특별감독, 2번의 정기감독, 2번의 기획감독을 연이어 진행했다. 수많은 감독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바뀌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이윤중심의 경영에 방점이 찍힌 포스코의 문제가 제일 크다.
하지만 포스코 뿐만 아니라 포스코를 제대로 관리 감독해야 할 노동부의 기업편향적인 태도의 문제도 적지 않다. 노동부는 작업중지 등 법에 명시된 내용조차 왜곡,축소 해석하며 포스코의 생산차질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매번 보여주고 있다.
노동부가 금속노조의 요구와 포스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안전과 생명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포스코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중 대부분은 유사한 사고원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만 세워진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수없이 요구해온 아래의 요구가 또 다시 거부된다면 이후에 발생하는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의 모든 책임은 노동부 포항지청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
▮ 원·하청 노동자 참여 보장한 가운데 사고원인 조사 실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 원·하청 노동자 참여 보장한 가운데 제철소 전 공정과 설비에 대한 전면적 안전보건진단 실시하라!
▮ 사망사고 등 반복되는 노동재해를 막고 근본적 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정 협의테이블 마련하라!
2021년 2월 16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첨부자료1] 2월 8일 사망사고 발생 6일 전 동일 현장 하역기 센서 고장으로 발생한 사고 관련 안전조치 요구 공문(2월 5일 발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