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짜기에 가을이 출렁거린다

7번국도에서 불영계곡으로 20km

새로 난 36번국도로 15km

그러고도 삼근교차로에서 오솔길로 14km

그 산골에 가을햇살,

George Winston의 피아노 건반음이 귀를 자극한다

가을에서 시작한 그의 작품

태양의 계절인 여름을 마지막으로 만들었듯

늘 감사하는 마음은 더위의 계절 속에서 안녕을 고할 수 없다

Autumn(1980년)에서 Winter into Spring(1982년) December(1982년) Summer (1991년)....

이 골짜기에 사람들이라고는 팔순의 어르신들

낙이라고는 그저 그렇게 매일 눈 떠서 살아있는 게 감사하다는 것뿐

이보다 더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겠나로 반문하는 청정 순수 통달 한숨......

그 골짜기에 황금빛으로 출렁거린다

늦게 시작되는 모내기철

일찍이 끝나는 추수

차랑차랑한 벼알들이 논두렁을 스치는 가을바람에

추녀 끝 풍경소리로 들려온다

바닷가에서 100리를 들어와도 겨우 산 중턱일뿐인 소광리

이 산속에 붉은 소나무가 거뭇거뭇 두꺼운 껍질로 겨울 채비를 한다.

내년 4월까지 긴긴 동면을 위해 

심재와 변재의 물 빨아들이기를 멈추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하얀 무게를 견디기 위해

솔잎의 절반을 떨구어내는 계절이다

파랗게 윤기내던 솔잎, 

6개월여 긴긴 동면을 위해 연녹색 잎사귀가 거무틔틔하게 질려가는 계절이다.

<도음산나무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