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山九曲歌

操文欲告玉山靈 幾曲溪山曲曲淸

伯仲武夷粧點地 分明岳色與泉聲

옥산구곡가(玉山九曲歌)

글을 지어 옥산의 신령님께 아뢰고자 하노니,

몇 굽이 계산(溪山)이 굽이굽이 맑은고.

무이구곡(武夷九曲)의 꾸며진 곳과 엇비슷한 것은,

산 경치와 샘물 소리가 분명하다오.

一曲壇如浮水船 老松千尺倒長川

根盤子落成林藪 谷口三時深鎖烟

右松壇曲 在下龍湫下 距書院數馬場

첫째 굽이 송단(松壇)은 물에 뜬 배와 같고,

천 자 길이 노송(老松)이 긴 내에 넘어져 있네.

뿌리내린 지반 위에 씨 떨어져 숲 이루니,

계곡 어귀 삼 시절(봄·여름·가을)에 깊이 연기를 가두네.

위는 송단곡(松壇曲) 아래용추 [下龍湫] 아래 있는데, 서원에서 두어 마장(馬場) 떨어져 있음.

二曲中開兩立峯 深湫龍氣宛舂容

人間往往行雲雨 山外農疇重復重

右龍湫曲 在松壇上不遠處

둘째 굽이 양립봉(兩立峰)의 중간이 열려 있어,

깊은 늪에 용기(龍氣)가 완연히 내리치네.

사람이 때때로 운우(雲雨)를 시행하니,

산 밖에 논과 밭이 다닥다닥 겹쳐 있네.

위는 용추곡(龍湫曲) 송단 위쪽 멀지 않은 곳에 있음.

三曲登臨怕壑船 名臺也在退藏年

須看啓沃披襟句 山海優遊未暇憐

右洗心臺曲 在書院前 盤石鋪地 又有中龍湫

셋째 굽이 골짜기의 배가 두려워서 높이 올라 내려보니,

대(臺) 이름을 지은 것도 물러나 자취를 감추던 해에 있었다네.

모름지기 나라님께 드린 말과 흉금을 털어놓은 글귀를 보노라면,

산으로 바다로 한가롭게 노닐 만큼 한가하지 않은 것이 가련하네.

위는 세심대곡(洗心臺曲) 서원 앞에 있는데 반석이 깔려 있고, 또 중용추(中龍湫)가 있음.

四曲澗流走廣巖 澗南堤築草毿毿

也知杖屨經過處 松桂中間月印潭

右孔澗曲 在書院上 村民築堤於其下 以灌漑山外水田

넷째 굽이 산골 물이 흘러서 너른 바위 위를 달리는데,

간수(澗水) 남쪽 물둑에 풀이 길게 늘어졌네.

지팡이 짚고 짚신 신고 지나간 곳 알고 있으니,

소나무와 계수나무 가운데가 월인담(月印潭)일세.

위는 공간곡(孔澗曲) 서원 위쪽에 있는데, 마을 백성들이 그 밑에 둑을 쌓아 산 밖의 논에 물을 댐.

五曲溪山路轉深 先生亭子對篁林

芒鞋竹杖逍遙地 想得當年觀物心

右觀魚臺曲 卽溪亭所在 其東又有詠歸臺

다섯째 굽이 계산(溪山) 길이 점점 깊어지는데,

선생께서 지은 정자 대밭과 마주 보네.

짚신 신고 대지팡이 짚고 다니시던 곳,

당시의 관물심(觀物心)을 생각 할 수 있다네.

위는 관어대곡(觀魚臺曲) 즉 계정(溪亭)에 있으며 그 동쪽에 영귀대(詠歸臺)가 있음.

六曲溪流激石灣 殷殷雷響動松關

盈科直向東溟去 逝者如斯不暫閒

右瀑布曲 在溪亭北相望地

여섯째 굽이 산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이 돌 굽이에 다닥치니,

요란한 우렛소리 송관(松關)을 뒤흔드네.

물이 웅덩이에 차면 바로 동해로 향해 흘러가는 것이니,

가는 것은 이와 같아 잠시도 쉬지 않네.

위는 폭포곡(瀑布曲) 계정 북쪽 서로 바라보이는 가까운 곳에 있음.

七曲澄心臺下灘 澄心盡日遊魚看

此心澄處知魚樂 肯向簑翁獨釣寒

右澄心臺曲 在瀑布上

일곱째 굽이는 징심대(澄心臺) 아래 여울이니,

마음을 맑히고 온종일 뛰노는 고기를 보네.

이 마음 맑은 곳에 고기의 즐거움도 알 것이니,

도롱이 입은 늙은이와 마주하여 홀로 추위를 낚으리라.

위는 징심대곡(澄心臺曲) 폭포 위에 있음.

八曲淸潭鏡面開 詩人詞客任沿洄

纓兮濯了方歸詠 風送梵鐘步步來

右濯纓潭曲 在定惠寺東邊

여덟째 굽이는 맑은 못의 수면이 거울처럼 열렸는데,

시인(詩人)과 사객(詞客)이 물을 따라 오르내리네.

갓끈을 씻고 나서 읊으며 돌아오니,

바람 따라 범종(梵鍾)소리 걸음마다 들려오네.

위는 탁영대곡(濯纓臺曲) 정혜사(定惠寺)의 동편에 있음.

九曲獅巖虎踞然 桃花洞口瀉眠川

此爲峽水大都會 管領烟霞洞裏天

右獅子巖曲 定惠寺法堂主龍 東西兩 峽川 都會之處 巖北有址 名桃花洞

아홉째 굽이 사자암(獅子巖)은 범이 걸터앉았는 듯,

도화동(桃花洞) 어귀에 맑은 내를 쏟아내네.

여기는 산골짜기의 물이 모두 모인 곳이라서,

연하(煙霞) 속의 동천(洞天)을 도맡아 관리하네.

위는 사자암곡(獅子巖曲) 정혜사 법당의 주룡(主龍)이며 동서 두 개의 산골 개울물이 모두 모이는 곳이고, 사자암 북쪽에 터가 있는데 이름을 도화동이라 함.

양좌동구곡(良佐洞九曲)

良佐洞九曲

雪山雪水蘊眞靈 地氣東都最淑淸

其下朱陳居比屋 戶絃家誦是芳聲

설창산(雪蒼山)과 설창수(雪蒼水)에 진령(眞靈)이 감춰져 있어,

땅의 정기 동도(東都)에서 가장 맑고 깨끗하네.

그 아래 주진(朱陳)이 이웃에 살아가며,

집집마다 시 읊고 글 읽으니 그 소리 아름답네.

都會山車與海船 兄江一曲注群川

居民競說魚塩利 五日携歸十里烟

右兄江曲 在良佐洞十里 爲外水口 有巨市

산 수레와 바다 배가 모조리 다 모이니,

형산강은 첫째 굽이 많은 내 [川] 가 물을 쏟네.

주민들이 고기와 소금의 이익을 다투어 말을 하니,

닷새 장날 십 리에 연기 갖고 돌아가네.

위는 형강곡(兄江曲) 양좌동에서 십 리 거리에 있어 외수구(外水口)가 되며 큰 저자가 있음.

南谷琅玕六七峯 鳳臨二曲鳳飛容

當時龜筮從違地 流水空臺烟霧重

右鳳臨臺曲 在內水口外 先生所命名 刱建玉山時 嘗卜基於此

남쪽 골짜기의 낭간(琅玕) 여섯 일곱 봉우리에,

봉림대(鳳臨臺)는 둘째 굽이 봉이 나는 모양이라.

당시에 점을 쳐서 딴 곳에 자리를 잡으니,

흐르는 물과 텅 빈 대(臺)에 연기와 안개만 두텁구나.

위는 봉림대곡(鳳臨臺曲) 내수구(內水口) 밖에 있으며 회재 선생이 이름을 지어 준 것인데, 옥산(玉山)을 창건할 때 일찍이 여기에 자리를 잡기도 하였음.

來耟濟川不待船 井田三曲每豊年

惰農豈若勤農者 樂世呼飢正爾憐

右井田曲 在洞門 土地極肥饒

쟁기가 냇물을 건너는데 배를 기다리지 않으니,

정밭 [井田] 은 셋째 굽이 해마다 풍년일세.

게으른 농군이 어찌 부지런한 농부와 같으랴만,

풍년에도 굶주림을 호소하니 정말 네가 가련하구나.

위는 정전곡(井田曲) 마을 어귀에 있으며 토지가 매우 기름짐.

華表當門鎭巨巖 杏壇四曲草㲯毿

行人過拜旌忠閣 泣說雙山亂雪潭

右杏壇曲 卽洞門 有二株老杏 下有旌忠碑閣

화표(華表)가 서 있는 동문(洞門)에 다다르니 큰 바위가 짓누르고,

행단(杏壇)은 넷째 굽이 풀이 길게 늘어졌네.

행인들이 정충각(旌忠閣)을 지나가며 절을 하면서,

쌍산(雙山)의 난설담(亂雪潭)을 울면서 얘기하네.

위는 행단곡(杏壇曲) 곧 동문(洞門)이며 두 그루의 늙은 은행나무가 있고, 그 아래 정충비각(旌忠碑閣)이 있음.

北路逶迤谷口深 勿峯五曲得平林

邦人競誦昌平里 愛烏推識慕賢心

右勿峯曲 卽家廟所在處 爲勿字形局 故 謂之勿峯

북쪽 길로 걸어가니 골짝 어귀 깊숙한데,

물봉(勿峰)은 다섯째 굽이 평지가 숲이로세.

나라 사람 다투어 창평리(昌平里)라 말을 하니,

까마귀를 사랑하는 것으로 미루어 현인(賢人)을 사모하는 마음을 알 수가 있네.

위는 물봉곡(勿峰曲) 곧 가묘(家廟)가 있는 곳이니 물(勿)자의 형국이 되어 있기 때문에 물봉이라 이름.

一壑窄過俯雪灣 雪川六曲竹爲關

讀書未了携琴坐 誰道天公獨靳閒

右雪川亭曲 在勿峯西 雪川公亭子在焉

골짜기를 겨우 지나 설천만(雪川灣)을 굽어보니,

설천정(雪川亭)은 여섯째 굽이 대나무로 둘러있네.

책 읽기를 못다 하고 거문고를 들고 앉았으니,

그 누가 하느님이 한가로움을 독차지한다 말을 하랴.

위는 설천정곡(雪川亭曲) 물봉 서쪽에 있으며 설천공의 정자임.

山下長流十里灘 雲亭七曲野色看

淸虛老子捿遲處 古樹陰陰暑月寒

右水雲亭曲 亭故孫參奉所構 號淸虛 能文章

산 아래는 늘 흐르는 십 리의 여울,

수운정(水雲亭)은 일곱째 굽이 들 경치를 구경하네.

이곳은 청허자(淸虛子)가 세상 피해 살았던 곳,

고목의 짙은 그늘 여름에도 차갑구나.

위는 수운정곡(水雲亭曲) 정자는 고(故) 손 참봉(孫叅奉)이 지었으며 그의 호는 청허(淸虛)이고 문장에 능하였음.

西北平臨大野開 沙湖八曲水旋洄

宜漁宜稻山陽地 朝出村童帶月來

右沙湖渡曲

서북쪽 내려다보이는 평활한 곳에 큰 들이 열렸는데,

사호(沙湖)는 여덟째 굽이 물이 빙빙 돌아가네.

고기잡이 벼농사에 알맞은 산남(山南) 땅이니,

아침에 나간 마을 아이 달빛 띠고 돌아오네.

위는 사호도곡(沙湖渡曲)

飛鶴南來舞鳳然 雪蒼九曲下深川

扶輿磅礴於玆在 控引扶桑萬里天

右雪蒼山曲 卽良佐村主龍

비학산(飛鶴山)이 남쪽에 내려와 춤추는 봉 같은데,

설창산(雪蒼山)은 아홉째 굽이 아래는 깊은 냇물이라네.

상서로운 기운이 여기에 가득 차 있으니,

동해의 부상국(扶桑國)을 하늘 높이 끌어 왔네.

위는 설창산곡(雪蒼山曲) 곧 양좌촌의 주룡(主龍)임.

from : 2016.03.13 이덕환<ldh5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