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구곡(良洞九曲), 蒼軒 조우각(趙友慤)

양동마을은 양민공 손소를 비롯해서 그의 아드님인 우재 손중돈 선생, 외손자이신 회재 이언적 선생으로 이어지면서, 조선 유학의 한 맥이 출발한 곳이다. 이런 양동마을을 퇴계 이, 동악 이안눌, 서애 유성룡 등의 인물들이 우재와 회재 선생을 기리며 찾아왔다. 조우각 선생의 양동구곡은 그런 양동의 모습, 한국 유학사에서 양동마을이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시[노래]다.

양동구곡은 조선조 문인인 조우의가 썼다. 東都詩選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다. 조우의는 양동의 입구에서부터 마을로 들어가면서 마을의 아홉곳을 노래하면서 양동에 대한 감회를 적고 있다. 시는 '서시'에 해당하는 시를 비롯하여 <兄山江>, <鳳林臺>, <井田渡>, <杏樹亭>, <無忝堂>, <雪川亭>,<水雲亭>, <沙湖渡>,<雪蒼峴> 등 모두 10수이다.

그럼 서시(序詩)에 해당하는 첫 수를 보자.

天地東頭降嶽靈 하늘땅 동쪽머리에 산신령 내려와

集成金玉始終淸 금과 옥 모아 이루었으니 처음과 마침이 푸르구나

孔之闕里顔子巷 (이곳은) 공자가 사시던 마을이요 안자가 사시던 거리이니

賢祖賢孫世有聲 휼륭한 조상 어진 후손이 대를 이어 이름 드높네.

이 시는 양동구곡을 노래하기에 앞서 양동이 어떠한 곳인지를 먼제 제시하고 있는 시이다. 이 시에서 양동마을은 태백산맥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있고, 또 이곳이 산과 내가 조화롭게 형성되면서 금과 옥이라고 하는 보배를 생산할 수 있는 적지임을 말하면서, 이런 곳에서 공자와 안자와 같은 성현이 사셨음과, 훌륭한 조상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대를 이어 그 가치를 지켜가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시에서 ‘集成金玉’은 『천자문』에서 말하는 ‘金生麗水 玉出崐崗’의 의미를 생각하며 적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이 나오려면 아름다운 물이 있어야 하고, 옥이 생산이 되려면 곤륜산과 같은 큰 산이 있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양동은 형산이라는 산이 있으며 더불어 성주산과 설창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 형산강이 마을로 들어오고, 마을 앞으로 안락천[기계천]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물과 산이 있는 곳, 그러면서도 공자와 안자 같은 성인인 우재와 회재가 나신곳, 그곳에서 조상들의 가르침을 지켜가려는 후손이 있는 곳, 양동구곡의 서시에서는 산수와 인물이 만나 하나의 공간이 가치를 얻어가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양동구곡의 첫 노래는 <형산강兄山江>으로 시작한다.

兄山一曲往來船 형산은 一曲이라. 나룻배 드나드는 곳,

潛伏魚龍寂寞川 어룡이 자맥질하는 고요한 내로다.

江口遙遙海萬里 강의 입구는 아득하니 바다와 만리를 이었는데

十洲何處鎖雲煙 십주는 어느 곳인가 구름과 노을에 닫혀있네.

형산강에서 양동을 찾아들어가는 시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시인은 양동을 신선이 산다는 곳인 십주에 비견했다. 형산강으로부터 바다까지 길이 이어져 있는 모습과, 강위를 다니는 나룻배, 구름과 노을에 가려 마을이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눈에 역력하다.

鳳翔二曲絶層峯 두째구비 어드메냐 봉깃치는 봉우리에

山氣超然晩對客 산기운 높은지고 느즈막히 대하나니

却望星文分野石 쳐다보니 별무늬가 조약돌에 깔렸는데

精英藏畜幾重重 꽃다운 얼 쓰며 자라 서리서리 짙었고나

井田三曲憶農船 정전은 셋째 구비 여름(穀)배가 아쉽거니

古渡今傳問幾年 옛나루 오늘전합 몇해나 되었는고

應是父師平壤制 그님이 마름질 한 편편한 들녘길에

蒼茫故事正堪憐 아득히 먼 옛일이 아련히 느껴웁네

杏亶四曲遶蒼岩 넷째구비 행단이라 푸른바위 둘러있네

藍浦碑立斗影毿 남포정려 세울무렵 사흘밤 별빛어려

長照崇禎日月在 일월이 길이 비칠 그 충렬 높은지고

下泉洌洌瀉寒潭 내리는 찬 빗물이 쏫아져 소가 됐네

宗堂五曲廟檐深 다섯구비 어드메냐 사당깊은 종가댁을

百世先師肅士林 학덕높은 선현이라 온 선비들 존경하네

無忝家聲無別法 욕됨없는 집 명예는 유훈지켜 가올것이

山形勿字是傳心 산모양 네갈래 물로 마음전함 옳거니

有亭六曲雪川灣 여섯구비 어드메냐 설천에 정자로다

仍想雪翁臥雪關 거쳐하던 집을 보니 그님 생각 새로워라

遺韻尙今無俗氣 남은 운치 이제까지 속티조차 없는 곳에

琴書滿壁百年間 벽에 찬 책과 거문고가 백년토록 고요롭다

水雲七曲抱平灘 일곱째는 수운정이 여울곱게 안고도네

題詠空留壁上看 읊을 글이 걸렸기에 벽위로 바라볼제

惟有白鷗如故意 산수에 즐긴 뜻을 갈매기야 이올것이

往來淸影日蕭寒 오가는 말쑥한 그늘 햇볕가려 서늘하다

明沙八曲小湖開 여덟구비 맑은 모래 자그맣게 열린늪에

更看漁夫溯且洄 다시보니 고기잡이 뉘우리로 맴을 도네

儻復水添三四尺 가끔가다 물이 불어 서너자로 더 깊으면

浮槎可著棹歌來 큰 뗏목 닥드려드는 노저음이 들리네

雪蒼九曲眼迢然 아홉구비 설창고개 멀지감히 내다뵈는

鳳舞龍蟠終遠川 봉의 춤 서린 용이 먼데로 끝나있네

想是兩賢胎降日 아마도 두 어진 님 태어나신 그날에는

星虹精彩燭長天 맑은 별 무지개 빛이 긴 하늘에 서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