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은 남아 있다!, 진실이 의미 없어진 사회, 그 끝은
국민을 편 가르는 적대정치
권력기관 장악하는 인적 물갈이
표만 의식한 선심성 정책
민주를 가장한 '민주 파괴' 아닌가
국민의 눈 살아있다는 걸 알아야
계속 늘어나던 세계의 민주국가 수는 21세기 들어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 200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질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21세기 민주주의의 붕괴는 과거 20세기와 양상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쿠데타와 같은 극적인 사건으로 민주주의가 붕괴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의 붕괴는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해 서서히 일어난다. 이미 민주주의가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들은 민주주의를 앞세워 민주주의의 실질을 파괴한다. 표면적으로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결국에는 법치(法治)를 허문다.
민주주의의 외양(pretense of democracy)을 가장하기 때문에 이들이 민주주의를 허무는 과정은 나라와 관계없이 놀랍도록 비슷하다. 제일 먼저 하는 건 자신들의 모든 행위가 합법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한 나라는 아예 헌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확 바꾸기도 하지만, 대개는 법률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를 장악한다. 그리고 판사를 물갈이해 사법부를 정권의 시녀로 삼는다. 검찰도 인사를 통해 한낱 ‘권력의 개’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 법안의 심의 과정을 축소하고 의석수로 밀어붙이며 날치기 통과도 서슴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한다. 언론을 장악해 정권을 향한 비판에 재갈을 물린다. 시민사회를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지원책을 도입하고 이를 차별적으로 적용해 길들인다.
그러고 나서 손보는 것이 선거 관련 제도다. 이들은 모든 것을 ‘국민의 뜻’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에 선거에서의 승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선거제도를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뜯어고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여권 인사로 채운다.
선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 정책도 오로지 득표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펼친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민주퇴행국가에서 만연한 이유다. 포퓰리즘은 자신을 지지하는 ‘민중’과 그렇지 않은 ‘반(反)민중’으로 국민을 나눈다. 적대정치는 당연한 결과다. ‘민중’의 표만 얻을 수 있다면 경제를 망가뜨리는 선심성 정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정 적자나 인플레이션 같은 문제는 도외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국민으로 받들겠다고 했지만, 일찍부터 국민을 둘로 편 가르는 ‘포퓰리스트 독재’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틈만 나면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으로부터 탄생했고,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들의 의사를 마치 국민 전체의 총의(總意)인 것처럼 포장했다. ‘촛불 혁명 정신’이란 미명 아래 적폐청산을 시작해 반대 세력을 억눌렀고, 그 과정은 다른 나라의 민주 퇴행과 궤를 같이했다.
취임 3년이 되지 않은 사이 문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기관 전반을 자기 세력들로 채웠다. 입법부도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및 범여권 군소정당 연합인 ‘4+1’을 앞세워 좌지우지하고 있다. 헌법상 삼권분립(三權分立) 원칙도, 권력기관 독립·중립 원칙도 모두 허물어뜨렸다.
국회는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정부 예산안은 물론 게임의 규칙인 공직선거법, 사법부와 검찰을 더욱 위축시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마저 숫자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비(非)법관이 법원의 인사와 행정을 결정하는 사법행정위원회 법안도 제출돼 있다. 국가부채 급증 우려 속에서도 정부 예산은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그 증가분의 대부분은 선심성으로 쏟아부어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은 헝가리, 폴란드,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새로운 민주 퇴행의 사례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조국 일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에서 검찰의 칼날이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향하자 정부가 검찰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독재 본색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점이다. 국민의 선택을 통해 올바른 길을 선택할 기회가 아직은 남아 있다는 점도 그렇다.이영조 < 경희대 교수·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
진실이 의미 없어진 사회, 그 끝은
교수신문이 2020년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사실과 윤리의식은 뒷전으로 밀리고 진영논리에 함몰돼 극단적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의 미래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교수는 조국 사태로 두 동강난 국민을 마주하며 `이제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 팔리지 않는 사실보다 팔리는 환상을 판매하는 사회가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진영 논리에 빠져 사실마저 부정하고 내 편은 무조건 옳다고 억지 쓰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미래가 어디까지 망가지게 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언론이 제 기능을 하고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사실은 밝혀진다는 것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민의 믿음이다. 사실이 의미가 없고 조작된 환상이 지배하는 국가는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사법체계도 마비된 전체주의 독재국가일 뿐이다.
전체주의 독재국가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뿐 아니라 시장의 분배기능을 중앙권력의 배급기능으로 대체한다. 20세기 중반 소련·중국·쿠바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배급 경제가 보여줬듯이 생산성이 떨어져 국가가 가난해지고 국민은 정부의 선처나 바라며 몸을 낮춘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4년에 경고한 `노예로의 길(Road to Serfdom)`이 열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공중파 방송을 장악하고, 반시장적 조치를 도입하는 가운데 나눠 먹기식 사회주의 정책에 몰입하고, 입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삼권분립과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공수처에 올인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문재인 정권이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꿈꾸는 것으로 해석한다. 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자고 주장한 것이 문구 조정 차원이 아니라 진짜 의도를 숨긴 뼈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참모가 언급한 부동산거래허가제는 기본권인 거주 이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우리 힘이 부족해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부분이다. 힘이 부족해 국정이 실패한 적은 없다. 정책 내용이 빈곤하거나 잘못돼 실패하는 것이며, 정책 내용이 좋아도 홍보가 부족해 설득하지 못했을 때 국정이 실패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출발부터 언론과 담을 쌓고 지냈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을 밀어붙여 실패했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 관료에게 정책 결정을 맡기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경제 관료에게 휘둘려 할 일을 못 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나마 경제 관료들이 말려서 파탄을 모면했다고 봐야 하는 것을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독재 권력을 구축하려는 것이 실패 원인을 잘못 분석한 데서 비롯된 것일까.
만일 진짜 의도가 있어 대한민국을 사회주의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남몰래 이끌고 있다면 꿈 깨기 바란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를 것이다.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한번 자유를 향유한 국민에게 자유를 빼앗고 통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지금 남몰래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에 나오는 진나라 조고는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둘렀지만 비참한 파멸을 맞았다.
2000년 전 옛날에도 거짓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을 거짓과 폭력으로 잠시 누를 수 있겠지만 백성의 뜻을 읽은 새로운 세력에 의해 대체되고 마는 것이 동서고금의 공통된 역사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어떤 국민은 더 평등하다`는 식의 궤변이 통하는 `위선으로 가득 찬 신계급사회`가 등장할 찰나가 있을지는 모르나 뜨거운 햇살 아래 아침이슬일 뿐이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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