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年 10月 18 日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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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작성일 2019-10-02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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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검찰을 반드시 개혁하자
대한민국 공동체는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가치혼란과 윤리전도를 경험하고 있다. 시민적 공적 윤리와 공준은 거의 완전히 붕괴되었다. 공공성의 회복을 외쳤던 촛불시위 3년만의 뒤집힌 귀결이다.

조국사태로 사회공준 전면 붕괴
검찰개혁은 정치중립이 최고 핵심
대통령 인사권 대신 추첨·호선으로
공수처는 권력집중, 설치하면 안돼

조국사태는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도덕기준과 행동윤리 자체를 무겁게 묻고 있다. 통합을 추구해야할 공직 주체들조차 한 진영의 완승과 완패를 도모하며 갈등의 더 큰 확대를 선동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 상층부의 지도자들과 기구들마저 서로 공격·비난·역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사람의 공직 임명문제로 비롯된 이 극심한 내부분열과 국정혼돈 상태에서 북핵위기, 한미·한일관계, 일자리개혁, 청년취업, 헌법·선거·재벌·노동·교육·사법개혁...의 국정목표들은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몽매해서인지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먼저 조국 수호와 사퇴 문제는 우리사회의 공준을 적용하면 된다. 공준은 최소한의 공적 덕목이자 시민윤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의 확인”을 새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주의는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앞선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많은 총리·장관·공직 후보들이 ‘본인의 명백한 불법 확인’ 이전에 사퇴·지명철회·낙마한 연유는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과 윤리결여, 입시·병역 비리, 편법·탈법·양심불량 때문이었다. 이번처럼 종합판은 커녕, 단 하나의 도덕적 결격사유만으로 낙마한 사람들도 허다했다.

어떤 대통령 후보는 ‘본인의 명백한 불법확인’은 커녕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으로 낙마하였고, 어떤 대통령은 ‘본인의 명백한 불법확인’ 이전에 의회의 탄핵소추를 받았다. 대통령이 제시한 새 기준은 앞으로 공직인사의 준거를 인사검증·국민평가·사회공준·의회동의의 절차가 아니라 검찰과 법원의 사법판정에 맡김으로서 민주주의의 중대한 후퇴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사회공준의 후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가혹한 자기결박을 통해 세이렌의 엄청난 유혹을 견딘 율리시즈의 저 결연한 행동은 종종 정치에서 공준과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인용된다. 아니면 오르페우스처럼 아예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 된다. 이 둘이 길이다. 

공직윤리의 최소는 공준을 지키려는 자기결박이고, 최대는 일반시민들보다 더 나은 시민윤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병든 세포가 건강한 몸을 위한 치료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병든 마음이 건강한 사회를 향한 개혁을 이끌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민주주의발전에 필수적인 검찰개혁의 방향과 내용이다. 먼저, 큰 논란이 되는 피의사실 공표로 더 큰 정치적 이익을 본 쪽은 보수우파가 아니라 진보개혁세력이다. 전두환·노태우 처벌, 박근혜 탄핵, 적폐청산 과정에서 이는 최대한 활용되었다. 즉 필요하되, 인권보호와 민주개혁, 공론형성과 언론자유 모두에서 양면적이다.

검찰개혁의 핵심 중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중립과 견제장치의 확보다. 이를 위해 검찰청법 상의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제34조)는 조항은 꼭 폐지해야한다. 이는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1949년. 법률 제81호 20조) 일관된, 권력의 검찰장악과 통제의 핵심조문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도 응당 폐지되어야한다. 

이 두 조문을 폐지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허구다. 대안은 호선과 추첨이다. 즉 검찰독립과 의회·시민통제를 위한 최선의 대안은 검찰총장을 유자격자(대검검사) 중에서 호선·추첨 후 국회동의를 받는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의 호선·추첨의 방식은 근대 민주공화주의의 한 중요한 원리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장에 대한 대통령임명은 더 안된다. 검찰총장과 공수처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초제왕적 대통령의 이중 검찰장악은 유례가 없다.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켜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이다. 대통령제 선진 민주국가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구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반된다. 

특히 정부와 의회가 “①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②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특별감찰관법 제5조)을 감찰하는 기존의 특별감찰관조차 임명하지 않으면서 새로이 공수처법의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어 견제하였다면 조국사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검찰기득권의 요체인 기소독점권의 폐지는 너무도 당연하여 반드시 실현되어야한다. 다만, 꼭 필요한 개혁인 검찰과 경찰의 권한조정문제는, 과거 경찰의 악행으로 인한 인권유린과 부정부패, 민주주의 훼절의 역사를 고려할 때 섬세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금번 조국사태와 검찰개혁 문제가, 우리사회로 하여금 사람중심의 정치문화를 넘어 가치와 제도중심의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정녕 사람과 진영에 따라 이리 뭉치고 저리 몰려다니는 부끄러움을 지양할 때다. 동일한 가치와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받는 보편적 양심과 상식을 회복할 때이다. 그것이 공준이다. 그것이 법치다.
 
박명림 연세대교수·김대중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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