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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폐해 판박이, 대장동 사태
정치엘리트가 의사결정 독점
여기에서 사회주의 폐해 태동
공공개발이라는 허울 쓰고
독점정보와 권한을 앞세워
밀실결정, 나눠먹기한 대장동
한국은 지금 대장동 사태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1조원이 넘을 수 있는 특혜성 잭팟, 유력 대선 주자의 연루 가능성, 대법관을 포함한 법조 엘리트의 대거 참여, 부동산 문제 등 휘발성 높은 사안들이 다 엮여 있어 전 국민의 관심사이다.
이 사태의 전모가 어디까지 드러날지 여부는 앞으로의 수사나 정치권의 역학, 언론의 추적, 관련자들의 고백이나 폭로 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정권 말기면 벌어지는 또 한 편의 대하드라마에 가슴을 졸이고 탄식하면서도 결말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경제'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태의 정책적 측면이 눈에 들어온다. 사회주의 폐해와 몰락이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압축적으로 나타난 판박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시장에서 뛰는 개인과 기업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며 사회를 해치기 때문에 사회가 생산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면 주요 의사결정권은 상층 정치 엘리트에게 주어진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 사회 전체를 관리할 역량도 떨어지는 데다 이 엘리트들 또한 욕심을 부리며 부패한 것이다. 사회주의에서의 부패는 시장경제에서보다 은밀하고 소수에게 집중된다. 그래서 특권층은 치부가 드러날 때까지 천국을 건설하는 선지자의 외피를 오래 쓰고 있게 된다.
대장동 사태도 비슷하다. 출발은 민간개발을 공공개발로 바꾸는 것이었다. 민간업자들에게 지나치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공공성'을 내세워 용지는 싸게 매입한 뒤, 민간이 '대박'을 낼 수 있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 '설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정책적 측면의 논의는 '도돌이표' 수준이다. 부동산 개발의 공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주류이다. 이것은 민간개발은 부패와 특혜로 얼룩지는 것이고 유일한 대안은 공공개발뿐이라는 사회주의적 편집증의 반영이다.
실제로 국내 민간개발의 현실을 보면 공공성이 많이 들어와 있다. 인프라 건설은 기본적으로 정부 책임이지만 민간이 학교, 도로, 공원 등을 만들어 '기부채납'하는 장치가 만들어져 있다. 초과이익도 환수한다. '수정 자본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하며 주도하지만 공공복리에도 기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정치가나 정책 담당자들은 한국이 수정 자본주의를 오래 운용해왔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초기 자본주의 원형인 듯이 채색한다. 그래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떻게 하면 도둑들로부터 뺏어 올지 설계한 것"이라며 "저는 (혐의가) 배임이 아니고, (민간사업자 돈을 뜯은) 갈취"라고 버젓이 얘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나라에서 자본가나 지주들로부터 뜯어내는 것은 당연하고 정의로운 일로 취급됐던 장면과 겹쳐 보인다.
시장경제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지탱되는 원동력은 경쟁에 있다. 물론 사업을 따내기 위해 민간업체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부정도 벌어진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있고 그 과정이 공개되기 때문에 부정이 발각되고 교정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책으로 바꾸면 경쟁이 아예 없어진다. 독점적 정보와 권한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 밀실에서 나눠 먹을 판만 커진다. 대장동에서도 한 업체에 '몰아주기'가 벌어졌다.
큰 사건이 벌어질수록 건설적 대안을 잘 마련해야 한다. 공공개발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대장동 사태를 예약하는 것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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