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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00년을 앞둔 구룡포항에 가면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구룡포항(九龍浦港)의 19일 새벽, 바다에서 갓 들어온 배에서 내린 수산물을 경매하느라 중매인과 수산물 구매자가 어울려 한바탕 떠들썩 하다.
입춘이 지났지만 눈발이 성성히 날리는 이날 한류와 난류가 부딪히며 용승작용에 의해 한국의 3대어장이 바로 눈앞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여러 종류의 어류가 잡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휴어기인 탓에 고기잡이를 나간 배가 얼마되지 않은 듯 어종은 많아 보이지 않고 관광객이라고는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포항시내에서 다섯시 반경에 출발한 시내버스는 20여km에 한시간여 이동을 한 후에서야 도착한 구룡포수협 위판장에는 밤새도록 바다에서 작업을 마치고 이제 부두에 내려져 경매를 대기하고 있다.
싱싱 그 자체인 가오리 다섯마리 한상자에 3만9000원으로 경락가가 결정되는 순간, 재빠르게 중매인은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구룡포에는 오징어와 활어, 선어 등 세곳의 부두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사람들은 왜 관광을 다니는가?
이 새벽에 생동감넘치며 퍼득거리는 한바탕 치열한 눈치싸움 경매의 볼거리를 즐겼으니 이제 배가 출출해 진다.
하루 또는 몇일간 바다위에서 조업을 끝내고 새벽에 들어온 선원들은 부두에서 어떤 먹을거리로 배를 채우고 속을 풀었을까?
 
세끼 끼니가 늘 걱정거리이던 그 시절 하얀 쌀밥은 커녕 보리쌀 몇알이거나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 간단한 칼국수에 생선을 덤뿍넣어 그들은 배를 채웠다.
구룡포 부둣가에 가면 배고팠지만 뜨듯하고 맛과 정이 넘치는 바로 그 풍경이 있다.
모리국수 집이다. 2대째 46년째 한다는 이 곳은 구룡포시장골목의 맞은편 중앙통 좁은 골목길의 안쪽에 있는 데다가 흐름한 관계로 일반인들이 찾기가 쉽지않지만 그 맛은 대게, 일본식 가옥에 이은 구룡포의 3대 명물로 여행가들에게 알려져 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을 하는 '까꾸네 모리국수', 오전 11시경 부터 세시경까지는 이 골목에 20여미터 줄을 잇는 풍경이 또 다른 볼거리지만 한사람에게는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흠이다.
대구, 명태, 홍합, 새우 등등.....여러가지 해산물에 벌겋게 고춧가루를 풀어넣은 기계(機械)로 뽑은 면을 서너명이 먹을 수 있도록 양푼이에 끓인 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한데서 비롯된 것이 일본식 명칭인 모리(森)다.
새벽 5시경 집에서 나온 탓에 출출한 시장기를 채우려 그럴듯한 곳을 찾았지만 대게집이라는 간판을 한 두어곳에서 문을 열고 불켜두었지만 간단하게 요기를 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 수킬로미터만 가면 '장길리낚시터'가 조성이 되어 있어 즐길거리가 있다.
◆ 구룡포 관광지의 개선점과 과제
개항 90년의 한국 대표어항, 관광지를 조성을 위해 근대화 거리를 만든다고 일본식 적산가옥에 수백억 혈세를 털어 넣은 곳이 박물관의 박제된 인형같은, 죽은 도시는 더 이상 발붙여서 안된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새벽의 구룡포항은 흐릿한 날씨 마저도 영화의 한장면 처럼 꾸민 듯 멈춰 있다.
펄펄 살아 날뛰는 부둣가 풍경과는 정반대로
생동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냉동창고 속 얼어붙은 수산물 마냥.........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정치꾼들이 만든 황폐화한 도시에서 혈세만 뿌려댄 전시(展示)성 거리의 생기없는 새벽의 죽은 관광지........
수요공급의 원리에 더해 저렴하면서도 역사성을 갖춘
밤바다에서 어로작업 후 귀항을 한 어민들과 관광객을 위한 새벽녘의 '후련하고 뜨거운 맛'을 즐길만한 곳을 갖추어 놓는다면......
지역식당가에게 원성을 듣지 않으면서도 저렴하면서도 새벽녘 속풀이를 할 수 있는 곳,
선창가의 분위기를 내면서 전통적 뱃사람들이 즐길만한 술국이라면 최적이다.
구룡포수협이 지역민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 중의 하나인 불신과 피해예방차원에서 '모리(森) 수제비'에 '공기밥' 정도라면 현재의 모리칼국수집 매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헐벗고 배고픈 시절의 '먹을거리'로 정취를 즐길 수도 있으리라....
또 구룡포수협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구내식당을 근대화 거리에서 조금만 더 그럴듯 하도록 적산가옥 인근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리모델링한다면 비슷한 고정적 인건비만으로도 100년이 아닌 50년전 추억으로나마 회귀할 수 있는 새벽에 살아있는 구룡포항이 될수도........
산비탈을 이용해 지은 집과 골목인 탓에 구룡포111번길 골목에 위치한 가옥들은 대문으로 들어가려면 계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비탈동네의 특징이자 볼거리다.
또한 구룡포항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동쪽의 무선기지국이 설치된 언덕에 전망대와 또 다른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면 구룡포 관광은 하루 왔다 다녀가는 곳이 아닌 머물수 있는 곳이 되어 식당가와 숙박시설의 이용도가 현재보다 훨씬 늘어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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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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