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따사로운 날에 ...연속된 선택과 피아골의 비명
늘 선비같이, 그리고 정장차림에 키가 큰 서양인같은 젠틀한 사람, 대학시절에도 친구의 배고픔을 헤아려 항상 베풀기를 즐겼던 사람, 민폐끼치기를 밥먹듯이 하는 도음산나뭇꾼 출신의 보리댕이는 속이 없는 사람인 마냥 그 친구가 좋았다.
30년도 더 된 스무살에 만났던 친구, 그 가족의 부모가 永眠했다는 대학동기의 톡과 동아리모임에서 공지사항이 떴다.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3월의 첫날, 10여년전 인터넷과 PC, 마을의 유명상품 전자상거래 관련 일을 볼 즈음 처음 갔던 지리산자락 3월의 경남 하동군이 떠올라 몇일간을 묵을 요량으로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났다.
포항(대포고속도로78km)-영천-경산-대구(경부고속도로13km)-북대구분기-달성(88고속도로)-고령-성주-합천-거창-함양-지리산-남원-순창-담양-광주까지 300km를 네시간여에 걸쳐 10년도 더 된 20만km의 주행거리를 가진 SUV로 달렸다.
해인사가 있는 합천을 지나 거창의 가조IC 부근에부터 항양권에서서 보이는 백두대간 지리산방향의 풍경은 이국적이었다.
특히 경남 함양과 전남 남원의 경계지인 지리산휴게소에서 시작된 88고속도로의 내리막길 80여KM는 엔진의 소리가 편안하기 그지없는 내리막길이었다.
포항-대구간 고속도로를 비롯해 88고속도로 280여km, 1만4300원의 통행요금을 지불하고 광주시에서 세시간여의 조문과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오전에 떠났던 허기를 남도 특유의 음식, 홍어와 삶은 돼지수육으로 배를 채웠다.
6개월여 고생한 끝에 춥도덥도 않은 봄이 온 날, 자식들을 위해 그 아픔을 견디며 참아내다 훈풍이 불어 온 날에 이 세상의 소풍을 끝내신 친구 장인의 가족사랑은 유달랐다.
분주하기 그지없는 맏사위인 금융계 친구에게 간다온다 인사도 없이 또 훌쩍 떠났다.
해가 넘어가기전 지리산 눈덮인 골짜기가 또 어떠할 지 몰랐기에 부산에서 찾아온다는 30년 넘은 지기의 얼굴도 못 본채 처음으로 왔던 길을 따라 인간내비게이션은 운전대를 또 잡앗다.
88고속도로를 되돌아가다 순천-전주간 고속도로JC를 거쳐 구례IC까지 60km, 4200원의 계산을 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벌써 서산으로 해는 너머가고 있었고 구례요금소에서 바라 본 눈 덮인 지리산 정상에는 손톱만큼 남은 햇살로 더욱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등산용 배낭에 야전 침낭까지 준비했지만 어두워지는 지리산자락(노고단)의 저녁 풍경의 아름다움은 표현하기 어려웠으나 그 찰나같은 이후, 선진국 문턱에서 뒷걸음질치는 이 나라의 경제상황마냥 산골의 밤은 빠르게 빠르게 어두워졌다.
구례면소재지에서 하동가는 국도변의 봄이라는 3월 첫날 밤 풍경은 처절했다. 저녁 7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인적이 끊어졌다. 10여년전 포항의 지인을 두세차례 찾아왔던 차를 문화로 발전시키는데 주력한 스님이 있다는 피아골을 찾았다.
토지면 외곡치안센터에서 시작되는 피아골은 이상향의 서구풍경 같으면서 좁다란 6KM가 넘는 골짜에 불꺼진 펜션위주였다. 오로지 한 철 장사를 하도록한 지난 세월 정치꾼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60대라는 연령에 차를 문화로 만드는 스님은 현정치에 대해 성토를 시작했고, 무엇이,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라는 원인과 문제점의 대책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말했을까? 오히려 거품을 물면서 성토했을까?
하루에 한 끼 겨우하는 보리댕이 출신 글쟁이의 안부와 속 채우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피아골의 밤 풍경은 6.25전쟁 전후와 별 차이 없는듯한 눈 쌓인 한겨울이었다. 보이차와 그린티 한주전자씩라도 부족할 판에 .....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다닌 20여년 산속의 부처가 있는 곳에서 그런 불편을 처음 겪었다. 찾지 않음만 못한 왕복 12km 피아골이었다. 오죽했으면 그곳을 나올 때 다음에는 쌀 한포대 들고 와야겠네요!"라고 인사했다.
불의한 짓이라도 하는 탐관오리가 특정인의 배만 채워주면 나머지 중생이야 죽든말든 이라고 생각하는 비양식적인 도적놈과 다름없는 이 땅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칠흑같은 그 밤, 어둠속의 피아골 종교인이라는 허울을 쓴 한국속의 어이없는 현실,
필리버스터를 위해, 국회의원이 회기 중 발언하는 것에 법적 책임이 없는 것을 빌미삼아 38명의 의원이 나흘간 192시간을 지난 2001년 김대중 전대통령이 제기한 '테러방지 법'이 해당 민주당 국회의원에 의해 통과가 되지 않도록 작전형 의사진행 방해를 한 발언,
어찌하여 땅뙈기가 좁은 이 나라가 조선중기 사대당쟁을 벌이던 그 형국과 같이 되었다는 말인가?
서로 협력해도,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주창하며 러시아에서 시작된 개방과 개혁,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이후 25년여만에 다시 100여년전의 황국이라는 중국으로 변해있는 거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서로 못잡아 먹어 원수보듯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으며
객관적인 것을 아무 것도 들이밀지도 못하면서 "카더라"를 그대로 옮기거나 "북쪽이 세계 3대 원유생산지"라며 어처구니 없는 유언비어로 손님을 억박지르는 '重生의 영혼을 평화로이 인도하는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이러하다니?
국회의 필리버스터 기간, 이 발언을 얼마만큼 들었는지는 모르나, 영화나 연극같은, 진보당 대통령이든 보수당 출신이든 그 비리에 대해서는 함구한채, 오로지 자기 주관만 있는 상처뿐인 골짜기 였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좁다랗고 높은 산으로 이루어진 길다란 골짜기에 그 많은 집들이 있는 곳은 이 나라에 그 곳 뿐일 것이다.
그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다시피한 섬진강 상류의 고귀한 가치는 그렇게 싸구려 정치인들의 난동같은 사이비종교인으로 정나미가 떨어졌다.
깍아질듯한 산의 골짜기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펜션을 비롯한 민가가 1970년대같이 밀집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그곳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진실과 왜곡의 질곡을 다툴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소위 글쟁이에게도 3시간 가량동안 머무를 사이에 그 정도 였다는 것을 생각하면.......부처님을 모신다는 그런 분이 그 정도였다면 얼마나 그러했기에 그랬을까? 하기사........
피아골입구의 파출소 외곡치안센터 이 모경위는 1일 저녁 10시경 민가의 숫자도, 펜션의 숫자도, 어떻게 논밭뙈기 하나 없는 그 골짜기에 그렇게 많은 집들이 있으며 어느 정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와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글쟁이의 질문에 모른다고만 했다.
88고속도로 남원IC로 돌아갈 것인가?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이 안되는 쌍계사가 있는 하동으로 향할 것인가?
허리둘레가 한 뼘 뿐인 배고픈 처사의 갈림길에서 방황은 또다시 시작됐다.
쌍계사 앞 하천에는 은어가 많고 그 튀김과 회에 동동주 맛은 10여년의 세월이 흐를동안 또 얼마나 변했을까?
돌아온 길을 가기엔 아직 모험심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섬진강 하류로 내려간다.
불과 2km정도만으로도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서 경남 하동군 삼신면의 화개장터에 다달았다. 불빛은 환했지만 사람의 이동이 끊어진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농촌형 관광지,
남자 혼자서 하룻반 눈 붙인다는데도 4만원의 모텔비는 절대 깍아 줄 수 없단다. 돈도 돈이거니와 이 나라 경제가 한창 거품을 내뿜던 90년대 말기나 2000년대에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인 시설을 익히 알고있는 나뭇꾼은 불과 20여km 떨어진 하동읍으로 향했다.
토지면 외곡치안센터앞에서 19만3283km의 주행거리계에서 출발한 후, 최참판댁 악양들판과 그 옆 강가의 모래사장의 경관은 어둠에 잠들고 있었다. 마치 한겨울에 꽁꽁 얼어있던 항포구의 유람선같은 침울한 경남 최대의, 영남권 전통 관광지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통행하는 자동차라고는 보기 힘드는 봄이 오는 섬진강변 도로였다.
(주행계 19만305km), 피아골입구에서 하동읍까지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18km를 이동했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이곳 역시 불켜진 곳은 겨우 몇 몇 곳 뿐이었다. '하동읍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이 있다"는 의곡치안센터 의무경찰의 정보에 따라 일단 그곳을 찾았다.
웬걸, 역시 낡고 오래 된데다 주변 택시기사들의 귀뜸 정보상 포기했다. CVS에서 컵라면을 하나 먹은 후 영일만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88고속도로가 있는 남원까지 가려면 90여km, 구마고속도로로 포항까지는 250여km라는 정보,
10여년도 더 된 차량에 있는 네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 했다지만 여전히 고속도로나 국도 위주로만 안내하는 이 기계는 전국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인간네비만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자만감으로 남해고속도로를 향해 출발했다. 컵라면 한그릇 후딱 해치운 자정직후,
지난 2007년 이후 10여년간 그토록 오고 싶었던 하동을 그렇게 떠나왔다. 파아란 이끼낀 쌍계사 앞 두 바위와 층층계단의 추억, 악양면 최참판댁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던 바닷가 모랫사장같은 섬진강변 모래사장을 보고싶은 욕구를 버리고 그 밤으로 떠났다.
남해고속도로까지는 15km에 불과했지만 쌍계사입구의 화개장터부터 4차선이던 도로가 하동읍까지 이어졌으나 어두운 밤인데다 2차선에서 언제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찾은 도로라 갈래길을 잘못 접어들었는지 무조건 남해고속도로 이정표만을 따랐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포항-대구간 도로 등으로 서부경남을 찾을려면 사천과 진주를 지나 늘 이용하던 구마고속도로 분깃점이 있는 마산까지 80km였다.
또다시 갈래 길이다.
구마고속도로로, 아니면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김해-양산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냐?
편도 3차선에서 4차선의 넓은 길, 남해를 택했다. 마산에서 양산으로 갈라지는 냉정분깃점까지는 30km에 불과했다. 그곳에서 대구-부산간 도로가 있는 대동분깃점(JC)를 지나 경부고속도로가 있는 양산까지는 역시 30km,
이제 거의 다 왔다?
아니다. 포항-울산간고속도로가 생겼고 울산에서 남경주IC를 이용하면 울산-영천간 공사중인 경부고속도로보다 빠를 것같은 판단,
언양(서울산)분깃점에서 경주로 향하는 경부고속도로가 아닌 울산으로 튀었다. 양산에서 서울산까지는 25km, 서울산에서 울산JC까지는 15KM, 남경주까지는 22KM, 1만800원의 통행요금을 지불하고 고속도로 여행을 마감했다.
지난 10여년동안 그토록 가고싶었던 쌍계사가 있는 하동에서 포항까지 3시간여 267km, 구마고속도로의 250여km라는 거리보다 20여km가 더 멀었다.
하지만 한밤중이다보니 차량통행량이 적었던 탓인지 그렇게 와버렸다. 날이 새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보리댕이 나뭇꾼 출신, 서울에서 고학으로 경영학을 배운 후 3500여명 중 1990년대 후반에도 과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한지역에 치우친 사람들 사이에서 주요 부서를 모두 경험하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도음산나뭇꾼, 돈키호테,......
TV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야인(野人)이 되어, 10여년 몸 담았던 기업의 주요인들에게 집요한 재취업의 방해까지 받아가며 가을날에 쓰러지는 풀처럼 살아가는 나뭇꾼이 울산만에서 영일만까지 형산강지구대를 기반으로 산골짜기와 들판을 샅샅이 헤매며 17년여째 떠돌고 있는 이 형상을 누가 알랴?
그러하기에 조선개국의 영웅이지만 이성계의 자식형제들에게 쫓기다 단풍잎으로 물들어버린 계곡에서 자신이 그림속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늦가을 날에 삼봉 정도전(鄭道傳), 그는 이렇게 漢詩 한 수를 읊었는데....
秋雲漠漠四山空()한데 가을 구름 아득하고 사방 산은 고요한데,
落葉無聲滿地紅() 이라. 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었구나.
立馬溪橋問歸路()하니 다리께에 말 세우고 돌아갈 길 묻노라니,
不知身在畵圖中()이라. 그림 속에 내가 있나 분간하지 못하러라.
鄭道傳
그렇지만 겨우내 길게 드러누웠던 형산강에도 봄이 와 있는 것을.......
細雨靑山夕 보슬비 내리는 푸른 산 저물녘
桃花錦繡天 복사꽃 비단처럼 고운 절기로다
隔林橫一笛 숲너머 들려오는 한 곡조 피리소리
何處紫霞仙 붉은 노을탄 신선은 어디메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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