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九曲)’ 의 유래

○ 성리학은 고려 말엽에 전래되어 우리 민족의 사상에 큰 변화를 초래했고, 특히 유학을 국시로 했던 조선에서 성리학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

○ 성리학의 도래는 사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활의 변화도 초래하였고 그 변화는 조선에 성리학적 세계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음.

○ 이러한 유교적인 사상과 철학에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는 존승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음. 주자의 대한 존승은 그의 사상에 대한 존승으로 그치지 않고 그가 지은 작품과 그 작품을 이루게 된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음.

○ 이러한 관심의 중심에 자리한 것이 바로 주자의 ‘무이도가(武夷櫂歌)’ 였음. 이 시는 주자가 은거했던 무이산(武夷山)의 아홉 굽이를 대상으로 읊은 것인데 주자의 학문적 세계가 잘 드러난 시라는 의미로 조선에 수용되었고 많은 성리학자들이 이 시를 차운하였음.

○ 또한 이 시를 차운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무이도가의 배경이 된 무이산의 무이구곡을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직접 구현하고자하였음. 다시 말하면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주자가 살았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였다. 성리학자들의 이러한 의지가 현실로 나타나게 된 공간이 구곡원림임.

※ 구곡원림(九曲園林) : 빼어난 산+계곡

□ 한국의 구곡문화

○ 한국의 구곡문화는 중곡 남송 시대 주희의 학문과 삶의 자세를 따르는 조선 중기 이후 유학자들에 의하여 발전되었음.

○ 그들은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향촌에 은거하기를 원했고 그들의 은거지는 산수경치가 빼어난 경승지이었음.

○ 이러한 경승지를 ‘동천(洞天)’이라고 불렀는데 은거한 유학자들은 주자가 무이구곡을 경영한 전례에 따라 자신이 즐겨 유람하는 동천 구간을 ‘9곡(혹은 7곡)’으로 설정하고 구곡시를 남겼음.

○ 구곡이 단순히 경승지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주자가 직접 경영했던 무이구곡을 모델로 했지만 중국과 다르게 한국유학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음.

○ 단순히 문학의 현장이 아니라 조선유학의 역사, 철학이 종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구곡문화임.

※ ‘곡(曲)’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은 아홉 군데 경승지가 모두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골짜기를 끼고 있기 때문임.

※ ‘동천“이란 깊은 산속에 있는 골짜기로 신선이 사는 곳을 뜻함. 원래 도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자신의 은거지를 ‘동’ 혹은 ‘동천’으로 불렀음.

□ 전국의 구곡 명승지

○ 구곡이란 명칭을 가진 곳은 전국적으로 백여 개에 달함.

○ 하지만 구곡 시와 그에 부합하는 장소가 확인되고 구곡경관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화천의 곡은구곡, 괴산의 화양계곡, 문경의 선유동 구곡, 성주-김천의 무흘구곡 등 수십개에 불과하며 다른 구곡은 수몰 등 현장 경관의 변화난 자료부족으로 충분한 재현이 어려움.

○ 반드시 구곡이 아니더라도 안의삼동을 비롯한 수많은 동천이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동천구곡은 현대인이 찾을 수 있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수문화 현장이며, 대표적 전통명승지임.

□ 백두대간 경북지역의 구곡 명승지

○ 안동 : 도산구곡, 고산칠곡, 병산, 망천절벽, 만휴정계곡

○ 영주 : 죽계구곡, 소수서원 경렴정, 금선정 계곡, 희방폭포

○ 문경 : 선유구곡, 석문구곡, 쌍용구곡, 화지구곡, 백운대(봉안사)

○ 상주 : 장각폭포, 경천대

○ 성주 : 포천구곡 ○ 봉화 : 사미정 계곡

○ 영양 : 서석지 ○ 청송 : 백석탄, 방호정계곡

○ 영덕 : 옥계, 침수정 계곡

□ 구곡문화의 가치와 향후 과제

○ 명승유람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여가활동이 되고 있으며 또한 정보와 교통의 접근성 확대로 명승유산 활용은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음.

○ 또한 유람의 본질은 자연탐방이라기 보다는 문화탐방이며 자연과 문화가 일체화된 문화적 자연경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직접적 체험활동이라는 점임.

○ 따라서 현대인의 여가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문화가 결합된 한국 전통명승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넓혀야 하며 전통문화에 대해 국민적 호응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선인들이 누려왔던 명승유람 문화를 현대인들이 알기 쉽도록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알려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