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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생산 특징 시대의 문화 성찰
 포항시립미술관이 새봄을 맞이해 아크릴, 컬러 테이프, 시트지, 에폭시, 레고 블럭, F.R.P. 등, 다채로운 플라스틱 한 재료들로 엮어내는 신기하고도 놀라운 현대미술의 세상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플라스틱 데이즈>전은 현대문화의 대표적인 재료이자 아이콘인 플라스틱을 매개 동시대 현대미술의 달라진 조형성(plastic art)의 문제를 생각해보고, 인공적인 반복과 자유롭고 가변적인 성형, 그리고 대량생산으로 특징 지워지는 지금 시대의 문화를 성찰해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인공시대, 성형시절plastic days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라스틱한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늘날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처럼 인공과 성형을 통한 복제, 변형,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합성수지가 결합되어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20세기 대표적인 산업 발명품이기도 하지만 대량생산과 인위적 성형으로 특징 지워지는 현대 물질문화의 속성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에 어떤 이들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에 이어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는 단순한 물건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특유의 인공적인 형형색색의 빛깔은 현대문화의 감수성을 그대로 지시하기도 한다.
가볍지만 단단하기에 모순적이지만 현실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현대문화를 드러내기도 하고, 착색이 쉽고 풍부한 광택을 가지고 있어 그 화려한 색감만으로도 요란하고 삐까뻔쩍한 묘한 대중문화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손쉽고 무한한 성형의 가능성으로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물질문화의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 이러한 플라스틱의 시대적인 의미를 주목하고자 인공적인 반복과 자유롭고 가변적인 성형, 그리고 대량생산, 소비로 특징 지워지는 현대문화의 어떤 양상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이 가진 풍부한 문화적 맥락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맥락을 바탕으로 하여 이번 전시는 아크릴, 컬러 테이프, 시트지, 에폭시, 플라스틱 블럭, F.R.P.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다양한 플라스틱을 이용한 작품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가볍고 변형이 용이한 플라스틱은 그 재료적인 특성만으로도 가변적인 형태들을 계속해서 창조해내야 하는 현대 미술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지 오래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도 놀라운 현대미술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현재 활발한 활동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18인의 작가들이 빚어내는 흥미로운 플라스틱한 미술들과의 유쾌한 감각적 소통을 기대해 본다.
시퀸이란 세속적인 플라스틱 재료를 통해 현대미술의 품격을 담아내고 있는 노상균 작가, 레고 블럭을 통해 동서고금의 명화를 디지털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는 황인기 작가, 색면 추상과 기하학적 한국 모더니즘 화단의 원로인, 70대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봉태 작가, 시트지의 독특한 질감을 활용한 그림으로 유명한 박상희 작가, 청소용 플라스틱 빗자루를 가지고 작업하는 이기일 등 다채로운 재료만큼이나 신, 구의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해 여러분들과 만날 것이다.
플라스틱은 재료적인 의미 이상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플라스틱plastic의 어원은 ‘무엇을 형성한다 혹은 성형하기에 알맞다’는 뜻을 가진 희랍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조형 예술도 여기서 비롯된 말입니다. 어떤 형태를 만든다고 할 때의 조형(造形) 개념도 플라스틱이란 표현을 쓰는데, 이번 전시에서 플라스틱이란 단어를 전시의 주요 컨셉트로 삼는 중요한 이유다.
이번 전시가 플라스틱이라는 동시대 문화의 주요 매개물을 통해 미술에서의 조형성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데이즈>전은 구체적이고 현실화 된 예술의 조형적인 문제를 플라스틱한 재료의 작품들을 통해 되짚어봄으로써 현대예술 속에서의 조형성과 마주하는 다양한 감각적 소통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촉각적이고 질료적인 조형성을 담아내고 있는 플라스틱한 이 시대의 조형예술을 펼쳐냄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감각 소통을 꿈꾸고자 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덧없고 인위적인 일회적인 속성도 그렇지만 대량화된 반복과 복제, 아울러 성형으로 대변되는 인공적인 측면 또한 플라스틱이 함의하는 동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특성들입니다. 가짜가 판치는 시절, 플라스틱이 가지고 있는 쉬운 복제의 속성은 시대성의 의미를 획득합니다. 여기에 세상의 도처에 자리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일상적인 면모들은,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이 시대의 변화무쌍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가 너무나 흔하기에 좀처럼 그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못했던 플라스틱이 갖는 시대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생각해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이번 전시를 통해 손쉽고 색다른 재료인 플라스틱을 통한 다양한 시도의 미술의 흐름은 물론, 동시대 문화의 여러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플라스틱한 시대에 대한 성찰까지 할 수 있는 각별한 기회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포항시립미술관)
노상균_Constellation6(Virgo)
sequinson canvas_218x218cm_2010
서울대, 미국 프랫인스터튜트 대학원 졸업> 1999년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와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수상작가인 노상균은 무대의상이나 장식에 사용하는 통속적인 소재인 시퀸(sequin)을 가지고 이와 상반되는 소우주나, 명상, 해탈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미니멀리즘적이고 밀도 있는 추상성을 지닌 현대미술의 조형성을 색다르게 드러내는 작업을 펼친다.
황인기_플라 세잔 002_plastic block on plywood_134x231cm_2010
서울대, 미국 프랫인스터튜트 대학원 졸업>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서 주목을 받은 황인기는 레고 블록(플라스틱 블럭)을 활용하여, 회화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아날로그로 재현하여 과거와 현대, 서양과 동양,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업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업은 세잔의 유명한 정물화를 레고블럭을 이용, 부조형식의 입체작업으로 재현하여 입체파를 태동시킨 세잔느의 작업을 재해석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봉태_Dancing Box 2009-120
acrylic & tape on frosted plexiglas_180 x 270cm_2009
서울대, 미국 오티스 미술대학 졸업> 1937년생으로 올해 75세인 김봉태 작가는 색면과 기하학적 추상작업으로 유명한, 한국 모더니즘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서국의 추상미술의 논리를 동양의 전통적인 색채관념과 조형 논리로 풀어내어 이를 한국적 추상의 화법으로 발전시켜온 김봉태 작가는 근래에 들어 종이 상자의 접힘과 펼침을 통해 새로운 색채와 조형적 실험을 시도하는 댄싱 박스(Dancinf Box) 시리즈로 다시 젊은 작가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사하고 발랄한 색채와 율동감 있는 조형 실험으로 노작가의 원숙하고 깊이 있는 미술에 대한 태도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신종식_bird and horse
plastic and enamel, stainless steel, 2011
홍익대, 프랑스 보자르 국립미대 회화과 졸업, 현 홍익대 회화과 교수> 여행한 곳의 오래된 풍경과 광활한 자연을 담아내고 있는 신종식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의 결집으로 이루어낸 건축물 같은 작품을 보여준다. 플라스틱과 애너멜 톤의 밝은 원색적인 색상이 두드러진 작가의 작업은 아치형의 문, 옛 도시의 기둥, 성곽 등의 고대의 유적지와 동물 형상 등을 아이콘으로 하여 조각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조각을 넘나들며 입체감 있는 색감과 형태의 작업들을 제시한다. 플라스틱과 같은 동시대적인 재료를 통해 지금 시대의 조형성의 의미를 반추시키는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희_요코하마 밤
acrylic on canvas, vinyl sheet cutting_100x80.5cm_2011
홍익대 회화과, 동대학원 졸업> 일상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다시 캔버스 위의 플라스틱 씨트지로 옮겨 페인팅한후 시트지를 오려내는 방식으로 독특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박상희 작가는 도시의 밤 풍경을 독특하게 포착한다. 평면작업이긴 하지만 씨트지를 오려내고 붙이는 방식을 통해작은 조각들의 부조처럼 굴곡감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실재 도시의 이미지를 이루어 내고 있는 씨트지를 작업의 요소로 접목함으로써 도시 이미지가 갖는 구체적인 물질감과 촉각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일_#1-1
plastic thread, 53x53x13cm, 2011
중앙대 회화과, 동대학원 졸>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를 이용하여 평면 추상으로 재생시킨 작품이다. 작가는 플라스틱 빗자루의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실을 마치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명품을 만들 듯 화면에 심는 과정을 통해, 다시말해 회화의 물감처럼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더러운 것을 쓸어내는 도구인 빗자루처럼 작가는 작품의 무지개 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려 하는 듯 하다.
강덕봉_HIDE-reason
mixed media_140x45x190cm 2010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과, 동대학원 졸업> 강덕봉 작가는 PVC 재료를 사용하여 부조, 입체 등의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가 사용하는 PVC는 볼펜이나 형광펜 사이즈 크기로부터 동전만한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굵기를 가진 것으로 공업용 재료를 미술작품으로 만들어냈다는 면에서 독특할 뿐만 아니라 파이프가 상징하는 소통에 대한 메타포로 활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 작품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에 대한 갈망을 색다른 조형성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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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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