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 주재 기자에 대한 대대적 정리 작업이 이어졌다.

​부임 초 이런 일을 벌였으니 내 처신은 어때야 했겠는가? 수많은 기자가 주시하는 상황에서 집과 검찰청 이외 다른 곳은 마음 놓고 드나들기 어려웠다. 오히려 내게는 행운이었다. 덕분에 민둥산이 돼버린 황폐한 국유림 중 밤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임야를 찾아낼 수 있었다.

​1973년 4월 6일 서울지검 성동지청으로 발령받았다. 이날부터 1998년 천고재(天古齋)를 짓고 정착하기까지 25년간 객지인 논산 양촌을 수시로 왕래하는 기나긴 인생 행보(민둥산에 밤나무 심다가 결국 농촌기업까지의)가 시작된 것이다.

​강경지청 검사 재직 시절 지청장은 위석(位石) 윤영학(尹榮學) 씨였다. 훤칠한 키에 인자하셨던 충남 청양군 출신의 훌륭한 선배님께 경의를 표한다...



회고록 중 이 편을 소개한 건, 송종의 처신의 단면을 보여줘서다.
밤나무 검사로 빼도박도 못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고소하다^^

그런 송 도사를 30여 년 전 대검찰청에서 첫 상면 했다.
대검에 강력부가 만들어지기 직전, 형사부장으로 왔다.
6공 출범 후 정구영에 이어 김기춘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범죄와의 전쟁'이 격화됐다.

김기춘의 총애(?), 아니 외경하는 후배로 그는 초대 강력부장이 됐다.
그때 일화들도 참 많다.

강력과장으로 부른 게 특수부장 때 데리고 있던 정홍원(나중에 국무총리까지 올랐다)이다.
마약과장은 88올림픽 조직위에 파견 나갔다 복귀한 유창종(서울지검장 지낸 기와검사).

그때 대검 강력부는 참으로 많은 일들을 서울지검 강력부와 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 겸 강력부장이 바로 천하의 심재륜이다.

당시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던 조폭들을 범죄단체로 의율해 잡아넣었다.
김태촌 조양은을 비롯해 서방파 등 조폭 두목들을 검사가 목숨 걸고 붙잡았다.

옛날 검찰에는 참 인물도 많았는데, 지금은 검찰이 너무 왜소해졌다.
검찰과 법조기자가 단디하면 거악이 편하게 잠 못 자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 아닐 수 없건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다.
더 이상 가벼울 수 없게, 세상은 경박무지로소이로 변해버렸다.

검사도 검사 같지 않고, 기자는 더 기자 같지 않은 세상으로 됐다.
법조간사를 나도 해봤지만, 어떻게 법조간사라는 *이 브로커로 변해 대장동 지랄을 하고 수천 억대 검은 돈 챙기는 수족짓을 하는가? 말이다.

송도사 얘기를 하다 공연히 열을 받고, 대낮에 술도 안 먹고 흥분하다니...
아무튼, 꼬장꼬장한 송 도사의 인생 역정에,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경기여고 서울대 약대를 나온 재원이신 부인과 건강하게 해로하시길 빈다.
두 분 다 피안도 38따라지들이다.
검찰 선배의 여동생과 혼인을 했다.

송 도사가 연애할 주제는 못 되시니, 아마 일을 빈틈없이 하는 걸 본 선배가...
두 분의 만수무강을 빈다.
이만 총총.(계속)


#뱀발...밤나무 검사 책이 몇 권이나 나왔나?

손녀들에게 보낸 음악편지가 가장 영양가 있고, 인문교양도 융숭하다. 이런 책을 어린 사람들에게 널리 읽도록 하면 클래식뿐 아니라 세계문화사 세계역사 지구촌의 지리학까지 깨우치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밖에 책들도 많다. 회고록도 참 재미나니, 페친 여러분들 꼭 사서 읽어보도록 하세요.

고교 대학 사법시험까지 후배인 강민구 판사는 올해, '법치주의를 향한 불꽃'(고 윤성근 저)을 많은 사람들, 특히 공직자들이, 읽고 깨우쳐 이 땅에 법치와 원칙이 되살아나길 소원한다.

그가 송종의 도사 책들과 외우 윤성근의 유고까지 IT도깨비방망이로 48시간 만에, 최단시간 만에 출판하도록 견인차로 기여했다.

디지털 상록수를 자처하는 강민구 형의 염원도 이뤄지길...
더불어, 송 도사님께 한 가지만 당부를, 아니 앙망하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저에게 꾸지람을 자주 해주시기를 주문하옵니다^^"


#뱀발...이연실 작가 독후감


ㅡ 밤나무 검사의 자화상 ㅡ

강민구 부장판사님께서 귀한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아시기 때문이다. 송종의 검사님이 쓰신 책이다. 두 분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서 서로 존경하는 느낌이 든다. 일생을 살면서 신뢰하고 응원해주는 선후배가 있다면 큰 위안이 되고 든든할 것이다.

나는 가끔 페북의 순기능 앞에서 매우 놀란다. 온라인으로 각종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골고루 만나게 된다. 국내외 직업을 고루 간접 경험한다. 그중 한 분야가 법조계이다. 판검사나 변호사 숫자도 엄청나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들도 페북 활동에 열심이다.

나는 서울대 법대나 검사는 평소 가까이 하기 어려운 분들인 줄 알았다. 합격하면 플래카드가 내걸리던 서울대, 합격 자체도 어렵지만 법대는 더 공부를 잘해야 입학이 가능하니 신기한 분들로 보인다. 공부의 달인들은 다르게 사시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습의 본질은 그분들도 같다. 다만 살아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

1941년생 출생인 송종의 이사장님은 8학년이다. 한반도에서 거의 1천 개월을 살아오셨다. 일제시대에 태어난 분을 뵈면 느낌이 남다르다. 살아계신 역사박물관이랄까?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 품고 살아오셨겠다. 어른들은 그 시절을 어찌 다 견디며 살아오셨을지 존경스럽다. 인생이라는 바다는 누구에게나 폭풍우가 있지 않은가?

평안남도 출신으로서 내가 부모님께 세포로나 존재하던 시절 서울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셨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북 출신들은 대체로 두뇌가 우수하고 또 인물 좋은 분들이 많았다. 거기다가 매우 검소하고 경제적으로도 자기 관리를 잘하는 분들이었다.

송 이사장님께서 26년간 검찰에 몸담으셨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인간사를 다루셨을까? 그 유명한 오대양 집단 살해 암매장 사건, 슬롯머신 사건 등을 지휘하셨다. 검찰 분야 특히 서울지검 특수부장 시절에는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셨다.

공직에서 물러나 농산물 가공 공장인 써니빌 주식회사를 설립하셨다. 회사 수익금으로 '천고법치문화재단'을 설립해 문화상을 수여하고 또 포상도 하고 계신다. 지금까지 무려 16곳에나 혜택을 주셨다.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사셨으니 존경스럽다. 자신의 삶만 챙기고 살기에도 벅찬 세월이었으리라.

역시 어른이다. 빛과 소금의 삶으로 인생 2막을 살고 계신 송종의 이사장님, 아직 뵌 적은 없으나 글을 통해 인품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살 만한 나라인 것은 이런 어른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갑자기 논산이 더 멋져 보인다. 결국은 사람이다. 송 이사장님과 같은 어른이 계시니 논산의 품격도 올라가지 않겠는가?

1998년 법제처장(장관급)으로 퇴임, 충남 논산에 둥지를 틀으셨다. 나의 친정아버지 고향이고 내가 학창시절 고등학교까지 다닌 곳이 논산이다.

나는 참으로 의아하다. 대한민국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 얼마나 많은가? 많고 많은 지자체가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논산을 택하셨을까?

사실 나는 논산이 작아 답답하게 느껴져 늘 떠나고 싶었다. 새장에 갇힌 느낌이어서 나는 새장을 벗어나 넓고 넓은 세상 속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창공을 나는 새, 비상을 꿈꾸던 파랑새였다. 천성적으로 구속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로라를 꿈꿨다.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로이 갈 수 있는 지금의 삶이 내가 진정 원하던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 가지 놀랐다. 신기하게도 서문을 새로 은유해 쓰셨다. 어쩌면 그리도 나와 생각이 비슷하신지 뜻밖이었다. 검사 출신들은 예상과 다르게 매우 감성적이고 또 섬세하다. 법조인들은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정감 있고 감성도 뛰어난 분들이 많다. 내가 만나보니 삶의 군더더기가 없다. 간단명료하고 반듯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법조계에서 종사하며 살아오신 분이 언제 이리 글을 잘 쓰게 되셨는지 감탄스럽다. 서문 새장 속의 이야기를 읽으며 은유와 상징에 대단히 뛰어난 분이구나 싶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한다. 역시 깊고 웅숭한 분이다. 당연히 내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어른이다.

나는 국적불문 어른들과의 대화를 즐겼다. 당시 연세가 90대 중반으로 싱가포르 고급 관료 출신의 최고령 어르신과 매주 목요일 시니어 봉사단에서 만났다. 경찰 간부 출신의 70대 후반 어르신과 매주 수요일 저녁 시간에 중국 유학생과 셋이 정기적으로 교류했다. 그 시절 30대 중반을 지난 내게 남다른 어른들과의 대화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지금도 80대 어른들과 대화 나누기를 좋아한다. 국내에서는 104세가 된 김형석 교수님을 공식적으로 4번 뵈었다. 104세가 된 남산골 장수 할머니도 찾아뵌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나이가 벼슬이냐고 하는데 사실 벼슬이다. 천하의 권력자 김정일도 대기업 회장도 7학년 올라가자마자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게 인간사가 아닌가? 100세 넘어선 분들은 살아 있는 부처이다.

책 뒷장 표지에 명심보감 정기(正己)편 제 26장이 실려 있다. 예전에 이미 읽어본 문장이다. 그러나 나도 이제 지구별에 도착한 지 반 세기가 넘었고 생후 600개월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다. 글의 맛이 전혀 다르고 진중하게 느껴진다.

책 뒷 표지의 글이 심금을 울린다. 다음 문장이다. 나의 공문행적(公門行跡)을 글로 남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나의 공직 생활 중 내가 저지른 잘못을 가감 없이 드러내 공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거울삼아 나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는 뜻이고, 둘째는 오직 나만이 알고 경험한 사실로서 이 세상 어디에도 기록으로 남지 않았던 내용을 글로 써두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그것이다. (발문 중에서)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놀랐다. 사회적으로 명예도 누리고 자랑스러운 게 많은 어른이 너무도 겸손하고 온유하시다는 사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신다. 글에 고매한 인품과 품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홍매화가 피거든 찾아뵐 유금와당박물관 유창종 관장님에 이어 또 찾아뵙고 싶은 어른이다.

복사꽃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 나는 호남선 KTX를 타고 논산으로 가리라. 내가 세일러복 교복을 입고 성당 근처를 걸으며 사색했던 곳, 수녀원 앞 느티나무에서 시를 쓰던 청소년기에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논산, 이제는 거울 앞에 돌아온 누이처럼 중년의 여인이 되어 찾아가리라.

부모님이 함께 45년간 살고 지수화풍의 길로 떠나신 논산에 기꺼이 가야겠다. 마치 미륵불 같은 느낌으로 계실 송 이사장님, 우리 사회 어른을 찾아뵈어야겠다. 봄날 나도 봄이 되어서 멋진 신사와 차를 나누고 싶다. 그 대화가 얼마나 유쾌할까? 삶의 모든 경계를 허물고 새처럼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살고 계실 송 이사장님, 봄날에 가서 문안을 드려야겠다.

<160>밤나무 검사, 송 도사의 감동 일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