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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ㆍ작성일	2014-01-0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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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없다 푸념 말고…과감히 '글로벌 전쟁터'로 가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왜 기업가정신인가

'장보고 정신' 강조하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기업가정신 요체는 모험정신…젊은이들 '온실' 서 나오고 기업인 위축되는 일 없어야
배에서 죽을 고비 숱하게 넘겨…'엑스트라 인생' 산다고 생각…난관 만나면 정면승부하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79)은 세계 1위 수산기업의 창업주답게 “바다에 미래가 있다”며 해상왕 장보고 얘기를 쏟아냈다. ‘재계의 장보고’로 통하는 그는 지난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200여년 전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우리 민족이 낳은 자랑스러운 조상”이라며 “우리가 오늘날 하자고 하는 물류 중심지, 세계 교역의 중심지라는 걸 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서울대 농대에 합격하고도 수산대학으로 진로를 틀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며 “그땐 가난하니까 원양어선이라도 타고 나가 돈을 벌어야겠다는 절실함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이어 “뱃사람으로 일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며 “죽는 것보다 힘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해 왔다”며 “한국이 국토는 작지만 동북아 물류와 교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ㅡ 기업가정신의 요체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모험·벤처·개척정신입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모험가적 정신이죠.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임직원에게 늘 ‘해보기나 했느냐.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 한다’고 말했다고 하죠.”

ㅡ 사회 전반에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회가 여유로워지면서 뭘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없어졌죠. 기업가정신은 모험정신인데 모험은 절실함이 있어야 나옵니다. 또 과거엔 기업한다는 걸 평가해줬는데 지금은 성공해도 제 평가를 못 받고 잘못하면 나락에 떨어지죠. 부(富)를 창출한 사람에 대한 평가조차 좋지 않아요.”

ㅡ 3%대의 성장률로는 고용 창출이 힘든 것 아닌가요.

“적어도 4~5%대의 성장은 해야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어 해외로 과감하게 나가야 합니다. 한국은 사실상 무역의존도가 100%라고 봐야 합니다. 글로벌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죠.”

ㅡ 정부가 기업들에 국내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국내에 투자해 국내시장에서 제품을 만들면 과당경쟁이 벌어집니다.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요. 정치와 경제논리는 다릅니다. 경제논리는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정치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죠. 국내에 많이 투자하라는 것은 정치논리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경제논리에는 맞지 않아요.”

ㅡ 기업들은 규제가 많아 투자할 수 없다고 합니다.

“투자를 하라면서도 여전히 제약(규제)이 많은 게 사실이죠. 기업은 수익을 많이 내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을 충실하게 납부하면 됩니다. 자선활동이나 사회공헌 등은 본연의 임무가 아니에요.”

ㅡ 반기업정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민이 오랫동안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억압받아온 데 따른 반작용으로 봐야 합니다. 카타르시스(정화)를 느끼기 위해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죠. 물론 기업도 사회로부터 지탄받을 일을 안 해야 합니다.”

ㅡ 기업인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엔 롤모델이 없어요.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상처냅니다. 남을 욕하는 사람이 영웅시되는 사회 분위기를 고쳐야 합니다.”

ㅡ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학교에서 경제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어요. 돈을 번 사람은 나쁜 짓을 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게 문제죠. 부정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몸에 비유하면 경제는 하체고, 정치는 머리예요.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하체가 부실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죠.”

ㅡ TV드라마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흥미 위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죠. 대기업 오너와 2세들이 주색에 빠져 있고 탐욕스러운 인물로 등장하잖아요. 드라마가 국민의 생각을 잘못 유도하고 있습니다.”

ㅡ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하는데요.

“교육인플레 탓이에요. 대학 졸업자는 넘쳐나는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은 많지 않죠. 축구 팀으로 치면 선수로 뛰겠다는 사람은 없고 코치와 감독만 하겠다고 다투는 식이죠.”

ㅡ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맹목적으로 창업하라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남들이 못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있어야 하고 같이 할 동료나 전적으로 밀어줄 서포터(지원자)가 있어야 하죠. 아이디어만으로 혼자 성공한 사람은 없어요. 빌 게이츠도 동료와 같이 했죠. 창업을 독불장군식으로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게 문제예요.”

ㅡ 평소 장보고정신을 강조해 오셨죠.

“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우리 민족이 낳은 자랑스러운 조상입니다. 당시 한국사람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정사에 이름이 나오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해요. 지금부터 1200여년 전 우리가 오늘날 하자고 하는 물류 중심지, 세계 교역의 중심지라는 걸 해냈잖아요.”

ㅡ 선장 시절 고기를 많이 잡은 비결은 무엇입니까.

“남들보다 연구를 많이 한 것이죠. 밤새 연구를 하고 밤잠을 안 잔 사람은 다릅니다. 다른 선장들은 저한테 수덕(水德)이 있어 고기를 많이 잡는다고 하더군요. 남몰래 하는 노력을 모르는 것이죠.”

ㅡ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배에서 생활하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습니다. 죽는 것보다 힘든 게 있나요. 배에서 죽었을 인생이 살았기 때문에 엑스트라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난관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해왔습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 때 고비를 맞았어요. 죽을 목숨도 살아났는데 이런 고생쯤이야 하는 생각을 했죠. 평소에 쌓아둔 신용이 큰 힘이 됐습니다. 동원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성장했는데 신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ㅡ 젊은 세대에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도자기에는 토기 도기 자기가 있어요. 토기는 불에 안 들어간 것이고, 도기는 1000도 미만, 자기는 1000~1200도에서 구워진 제품이죠. 쇠도 뜨겁게 달궈진 뒤 찬물에 들어가야 강철이 돼요. 인간도 고생을 거쳐 완성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꼭 줘야 하는 것이 고생입니다. 온실 속 화초는 강해질 수 없어요.”

김재철 회장은 참치잡이 배 선원 생활…세계 1위 수산기업 일궈

8년간 원양어선을 탔던 마도로스 출신으로 불굴의 기업가정신으로 참경영인의 길을 걸어왔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1982년에는 동원증권을 인수, 금융업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을 사들여 합병했고 2003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동원산업은 2008년 미국의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를, 2011년에는 세네갈 수산 캔회사 SNCDS를 인수해 세계 최대 참치캔 생산 시설과 공급망을 갖췄다. 지난해 4조1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35년 전남 강진 △강진농업고 △부산수산대 △23~25대 한국무역협회장(1996~2006년) △해상왕 장보고 기념사업회 이사장(1999년) △부경대 명예총장(2005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2006년)△세계해양포럼 조직위원회 초대조직위원장(2012~)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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