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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ㆍ작성일	2013-10-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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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선구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글로벌 기업 된 동원 - 세네갈에 참치 가공공장 준공
5대양 6대주에 사업소·공장… 金회장 "1년에 지구 한 바퀴 돌아"
"세계 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 식품시장 규모 5조달러 넘어
농심·CJ·오리온·동서식품 등 해외 매출이 新성장동력

세계 식품시장이 IT보다 커… "해외로 나가야 미래있다" 1958년 스물세 살의 대학 4학년 실습생 신분이던 김재철(78) 동원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指南)호를 타고 한국인 최초로 적도를 넘었다. 지남호는 미국 원조자금 32만달러로 인수한 13년 된 중고 배였다.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던 선원들은 고향의 흙을 한 줌씩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남태평양 사모아항(港)을 기지 삼아 김 회장은 지남호 선원들과 참치를 잡았다. 그때부터 참치잡이 원양어업에 뛰어든 김 회장은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 참치 수출에 나섰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해외 진출 1세대 경영인인 셈이다.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자회사 SCASA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막 빠져나온 1.7㎏짜리 참치캔을 살펴보며 웃고 있다.

반(半)세기가 지난 지금, 여든을 앞두고 있는 김재철 회장은 다시 한 번 해외 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서부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10번 항구에서 동원그룹의 자회사 SCASA의 준공식을 열었다. 참치 가공공장이다. 1차 산업 상품인 참치 수출에서 2차 산업 상품인 가공 식품으로 해외 진출의 급(級)을 한 단계 올렸다.

"한국 식품산업이 국내에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어요. 시장이 너무 좁아요. 세계로 나가야 길이 있습니다."

한국 식품산업의 원로가 밝힌 해외시장 진출의 당위성이다. 동원산업이 아프리카에 공장을 준공, 동원그룹은 5대양 6대주에 사업소나 공장을 가진 글로벌 식품기업이 됐다.

김 회장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무역협회장을 3기에 걸쳐 맡느라고 회사 일과 해외 진출에 신경을 제대로 못 썼다"며 "그동안 회사는 사실상 정체했다"고 말했다. 그가 회사 경영을 다시 꼼꼼하게 챙기면서 한 첫 번째 일은 2008년 미국 최대의 참치캔 회사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인수한 것이다.

"국내시장은 인구가 적어 시장이 작아요. 생산 원료조차 부족하죠. 답은 해외에 있어요." 실제 우리나라 인구 증가세는 꺾였지만 세계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950년 24억9000만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12년에는 75억명이 됐고, 2050년에는 92억명이 될 전망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자회사 SCASA 공장에서 생산 라인을 막 빠져나온 1.7㎏짜리 참치캔을 살펴보며 웃고 있다. 이 공장의 참치캔은 동원 자체 브랜드인 토니카(Thonica)를 붙여 팔거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외부 업체에 공급한다.

이 공장의 참치캔은 동원 자체 브랜드인 토니카(Thonica)를 붙여 팔거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외부 업체에 공급한다. /정성진 기자

한국에서는 식품산업이 비(非)성장 산업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2012년 세계 식품 시장의 규모가 5조1742억달러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6조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작년에 발표한 2013년 세계 IT시장 규모 3조78000만달러보다 훨씬 큰 시장인 것이다.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 하와이대학교 교수는 "장차 식품산업이 항공우주산업보다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아프리카 같은 신(新)시장을 중시한다. "아프리카는 우선 소비 시장이 큰 유럽과 중동에 가깝죠. 내수 소비가 크게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요. 게다가 정부가 직접투자에 대해 각종 혜택을 많이 주고 있어요."

물론 아프리카 진출이 쉽지는 않다. 도로, 항만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노동력도 한국이나 선진국보다 떨어진다. 김재철 회장은 "직원들이 힘들다고 할 때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아니겠느냐(It's Africa)'라고 격려한다"며 "어렵지 않으면 우리한테 기회가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의 시도는 일단 성공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다시 박차를 가한 2008년 이후 동원그룹의 매출은 해외 부문의 성장으로 2007년 2조원에서 작년에는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해외 진출을 강화하는 식품회사는 동원만이 아니다. 농심은 세계 80개국에서 팔리는 신라면을 필두로 해외 매출이 2008년 2억8000만달러에서 작년 4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24%로 늘었다.

CJ제일제당은 동물 사료를 만드는 필수 물질인 라이신 생산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초코파이를 앞세운 오리온은 이미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동서식품은 국내에선 인기가 꺾인 '프리마'를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 27개국에 수출하며 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저서를 통해 일찍부터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아직도 1년에 지구 한 바퀴는 돈다"라며 "멈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성진, 진중언 조선일보 기자

['K 푸드' 시대…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 세계로 나선 동원그룹

-2008년 美스타키스트 인수
해외 매출비중, 9.8%에서 2012년 47.5%까지 치솟아
-이번엔 아프리카에 첫 교두보
미국 동부나 유럽과 가깝고 다른 아프리카國에 비해 안정
참치 가공공장 준공식엔 세네갈 대통령·총리도 참석

이달 2일 오후 대서양에 접한 서부 아프리카 국가인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10번 항구. 세네갈 현지인 5000명이 몰려들어 길이 막히자 경찰이 나서 인파가 길옆으로 서도록 정리했다. 항구에 있는 동원그룹의 참치 가공 공장인 SCASA(Societe de Conserverie en Afrique S.A.·아프리카 통조림 주식회사) 준공식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행사에는 세네갈 대통령과 총리,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동원그룹은 낡은 공장을 인수한 뒤 1년11개월 동안 사전 조사를 하고 완전히 리모델링을 한 뒤 현대식 공장을 새로 만들었다. 모두 2100만달러가 들었다. 동원산업 이종구 부사장은 "현지인들은 한국인이 공장을 뒤바꿔 놓자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남태평양에서 잡은 참치를 사모아섬이나 에콰도르의 공장에서 가공해 미국 서부·캐나다 등에 팔고 있다. 앞으로는 대서양에서 잡은 참치도 세네갈에서 가공해 미국 동부와 프랑스 등 유럽, 그리고 중동에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 동부·유럽 공략 기지 확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동원 입장에서 SCASA는 중요한 회사다. 아프리카에 세우는 첫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세네갈을 고른 이유가 있다. 우선 위치가 중요하다. 다카르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가면 고레(Goree)섬이 나온다. 이 섬은 과거 노예 상인이 잡은 흑인을 미국으로 보내기 전에 잠시 가둬놓았던 곳이다. 아픈 과거지만 그만큼 세네갈이 미국 동부나 유럽과 가까운 아프리카 서부 끝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동도 비교적 가깝다.

또 세네갈은 정치적으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안정돼 있는 나라다. 1960년 나라가 세워진 이후 단 한 번도 쿠데타가 없었다. 치안도 좋은 편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교육 수준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공장 개보수의 실무를 맡았던 김오형 동원건설산업 부장은 "공장을 짓는 데 한국의 두 배가 걸렸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오전 8시까지 출근하라고 하면 오전 8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나왔다. 비가 와서 시멘트가 젖어도 현지 노동자 누구도 치우려 하지 않았다. 현지에 레미콘이 없어서 콘크리트는 직접 만들어 썼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지 않는다면 투자하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다.

◇매출 절반이 해외 매출

동원그룹의 해외 진출은 2008년을 기점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원양에서 참치를 잡아 외국의 가공 식품 회사에 넘기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사모아·에콰도르·세네갈 등지의 현지 공장에서 직접 참치를 가공해 세계 각국으로 판매한다.

특히 2008년 미국 참치 판매 1위 업체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3억63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해외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스타키스트는 김재철 회장이 원양어선 선장으로 일하던 1960년대 초 참치를 납품했던 회사였다.

동원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9.8%에서 2012년에는 47.5%까지 치솟았다. 이제 내수 그룹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동원그룹은 또 중국의 식품 국영기업인 광밍(光明)그룹과 손을 잡고 중국에 진출했다. 이달부터 중국인 입맛에 맞춘 참치캔을 팔고 있다.

동원그룹은 참치캔 위주의 해외 매출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식품업체의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다"며 "자금 조달은 쉬웠지만 인수 후 운영할 인원이 없다고 판단해 관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꾸로 운영할 인원만 확보한다면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르(세네갈)=정성진 기자

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