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에서 도음산나무꾼은.......
계곡과 나무아래 흙, 산골짜기 벼랑위 누각과 그 옆에 떨어지다 얼어버린 폭포 ....그리고 길고 긴 골짜기를 따라 불어오는 귀때기를 도려내는 듯한 삭풍이 스쳐가는 나뭇가지.....
속살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동지 섣달의 겨울산!
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보이지 않던 구절양장(九折羊腸) 같은 산길로 동지(冬至)를 지나며 남회귀선까지 내려간 남중고도의 태양이 서서이 적도와 북회귀선으로 올라오기 시작을 하는 때, 낮 열 두시가 아직 한시간여나 멀었음에도 산허리와 능선을 따라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오는 화살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골짜기의 햇살
그 양지바른 골짜기에서조차 흰 눈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지난해 가을 내내 자신을 털어냈던 소나무의 솔잎들이 빠진 공간사이로 따스함이 스며드는 햇살에도 겨울나무들이 웅크리고 있다.
산골마을의 집집마다 얕으막한 지붕아래 장작더미는 지붕을 이고 있고 그 옆 굴뚝들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따뜻한 구들장 아랫목에는 나무하러 간 아이들을 위해 뚜껑이 덮인 밥그릇이 가지런하게 담요속에서 잠이 든채 곤들거린다.
봄에는 쑥과 달래, 씀바퀴 풀이 자라나는 계절부터는 눈만 뜨면 소가 먹을 풀을 찾아서, 가을이면 ....
아침 먹고 한 짐, 점심식사 후 또 한 짐, 저녁이면 소를 먹일 짚풀을 무쇠 가마솥에 하나가득 끓이고 익혀 삶기 위해 그 나무의 절반가량을 태워야 하던 시절, 그런 탓에 초저녁이면 아랫목이 뜨거워 장판이 눌러붙을 정도로 쩔쩔 끓고 새벽이면 이 내 방바닥이 차가우므로 아궁이에 불이 사그러 질 즈음에 밤새도록 온돌의 온기를 낼만 한 굵은 나무토막을 하나 재를 덮어 묻어두는 지혜로움들.....
그 곤한 몸에도 밤이 가고 날이 새도록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소리를 듣던 그 시절, 1983년경까지만 해도 새벽에 눈을 뜨고 마당에 내려서면 무릎까지 쌓여있던 흰 눈이 내리던 그 시절.....
산림녹화로 사방공사를 시작할 무렵이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소나무를 땔감으로 하는 사람들의 불법을 엄단하기위해 집집마다 나무볏가리를 뒤져지기도 했던 경험들, 수백미터 높이의 산에 사방사업을 한 산에는 오리나무와 싸리나무, 소나무, 아카시아가 뒤섞여 줄을 지어 심어졌으나 마을마다 땔감을 하느라 소나무만 남고 나머지 활엽수림들은 사라져 갔던 1970년대에서 80년대 농촌의 추억,
국민학교 때엔 나무를 베어낸 마른 밑둥인 까둥거리를 비롯해 마른솔잎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리어카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길에 본격적인 지개를 지고 산을 넘어서 가며 왕복 60리 길의 나무꾼이 되는 계절,
그 40여 년이 흐른 2018년 첫주 말, 내연산의 겨울산 속에서 다시 삭풍 속으로 걸었다.
젓먹이의 울음은커녕 아이들의 그림자가 사라진 농.산골의 감나무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이 버려진채 까마귀들만 뜯어먹고 남아 얼어터진 감홍시가 새카맣고 거뭇거뭇하게 지난 가을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잎이 모두 떨어져 나간, 나무아래 서릿발이 낀 나뭇잎이 덮인 흙의 속살이 다 보이는 텅빈 산골에서 솔 향기가 사라진 산길의 나뭇가지마다 겨울바람이 걸려 울부짖고 있다.
비스듬한 비탈길의 양지바른 산기슭, 꽂꽂이 서 있는 소나무들도 태양을 향해 남쪽으로 질서정연하게 뻗어져 보이는 솔가지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소나무로 덮인 산에서 겨울바람은 알려준다.
제자리를 찾은 도음산나무꾼을 반긴다고......
20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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