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듯한 겨울산, 나목(裸木)ㅡ나무처럼 살아라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겨울산골짜기, 금방이라도 얼어붙을 것 같은 면도칼 바람이 몰아닥치는 텅빈 산에 벌거벗은 나무들이 서있다.
지난 11월부터 호흡을 멈춘 나무들이 스스로 잎을 떨구어 죽지 않으려는 준비를 해왔다.
차가운 바람이 가지에 붙어 윙윙 울어대지만 나무는 미동도 않고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어떤 유혹에도 크고작은 넓은 잎사귀를 달고 있던 나무들은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무두 털어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열아홉 해의 겨울산을 보아 오면서 나무들의 지혜를,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배우고 있다.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지긋지긋하게 춥던 2017ㅡ18년 그 겨울이 입춘(立春)을 앞두고 있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이 불과 하룻만에 손바닥 손가락 사이에 부딪혀오는 느낌마저 다르다.
이런 날이 몇 일 지속되면 19년간의 그 골짜기로 산책을 가야겠다. 육십년 수도한 스님보다 더 정갈한 목탁소리를 나뭇속에서 들려주던 그 딱따구리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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