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란 말도 못하고 소풍을 끝낸 누님!
6월에 담석이 생겼다는 말이 있은 후 지방의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한 병원에서 폐해가 넘어가는 아름다움이 있어도, 꽃이 피고 져도, .............그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아름다움은 아름다울 수 없다.
그냥 슬픔인 것이다.
55년간 엄마같은 예순 둘의 누님에게 안녕이란 말 한마디 인사도 건넬 겨를이 없이 세상을 떠나보냈다.
암4기 진단을 받고 서울의 7~8월 S병원에 두차례 항암치료를 했다. 그러다 지난 30일 서울에서 앰뷸런스로 내려온다기에 "좋아져서 오시는가 보다"하고 병원에서 얼굴을 보았다.
두 명의 조카와 그 부부, 손주 셋이서 암병동을 뛰어다녔다. 가족들 모두가 그렇게 심각해 하지 않았다.
이제 갓 세상의 빛을 보며 태어난 손주와 젓병을 막 탈출한 아들래미의 2세 등 다섯명의 손자녀들이 재롱을 부리고 있는데, 그 재롱을 어쩔랑가?
이사람 저사람 ...사돈들....많은 사람들이 상태를 묻느라고 누님은 병상에서 바쁘게 사람들을 만났다. 10시가 넘어도 사람들이 있어 "내일 아침에 또 와서 봐야지"라며 귀가 후 "세상을 떠났다"는 메시지가 날아온 것이다.
지난 7월말 담석증에 좋다는 복숭아를 영덕의 밭에까지 가서 구해오던 중 조카에게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말에 문 밖에서 얼굴만 보고 전달하고 말았던 것에 이어 세상을 떠나기 전 두번이나 말을 할 기회에도 .....
어떤 징후가 있었는지 시내 모 의원에서 "폐에 돌이 있다"는 소식 이후 불과 3개월 남짓,
이렇게 허무한 인간의 삶이란 것을.....
소리없이 오는 암의 무서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자연과 생리현상, 의학기술과 과학문명이 그렇게도 발달해 있다는 21세기에 그 어떤 징후가 없던 병을 안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조차 할 겨를이 없이 55년을 어머니를 대신해 후원하시던 형제를 그렇게 떠나보낸 후 그 무슨 의욕이 있으랴!
무릎이 아파 방안에서 도움이 없으면 꼼짝을 못하는 구순(九循)의 노인은 자신이 30대부터 곁에서 늘 기둥이었던 큰 딸을 기다리는데....
그 딸은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성당에 있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