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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Wit

ㆍ작성일	2014-12-1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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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산기슭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또 겨울이 닥친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내연산 보경사 옆 솔숲으로 이루어진 산책로인 살랑재(山嶺)에 명물인 이 소나무가 녹음이 무성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성장과 성숙, 탄소동화작용을 위해 온기가 돌던 지난 봄에서 여름동안 무성하게 틔웠던 솔잎들을 눈(雪)의 무게를 자신이 감내할 만큼만 올리도록 지난 두어달 사이에 절반 이상을 떨구어 냈지만 활엽수와 칡넝쿨로 1년여전의 가지에 비하면 훨씬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햇볕이 그나마 적게 비추는 이 소나무의 북쪽 가지는 날개를 쭉 편 새들처럼 웅장하면서 아름답지만 볕이 많이 드는 남쪽 가지는 수년 사이에 거의 솔 잎은커녕 이제 말라 비틀어진 가지조차 넝쿨이 잘라먹었는 지 두어개만 남아 있다.

피톤치드를 내뿜는 2km 남짓한 대전3리까지 이 산책로의 보기드문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송(長松) 중의 한 그루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년 봄에는 새가지가 돋아 나기를 기대해보며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자리를 비운 스님을 대신해 목탁소리까지 들려주는 딱따구리의 나뭇속에서 들려주는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즐길 힐링코스 ........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의 하루해가 땅거미를 길게 바다로 드리우며 붉게 저녁 하늘을 물들다 끝내 서산마루에는 분홍빛만 남아있는 가운데 그 빛은 바다로 바다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다가 이내 검은 장막이 쳐진듯이 사방은 깜깜해지면서 하나 둘 가로등이 고개를 쳐들고 차가운 바람이 볼을 얼리는가 싶더니 무수한 발자국을 남긴채 사람의 발걸음은 종종걸음걸이로 내디디는가 싶더니 어느새 사방이 죽음같은 침묵속으로 빠져든다......

그 뜨겁던 여름날의 무수한 남녀노소가 즐기던 모터싸이카가 모래 사장에 꼬로박혀 버려져 있듯이 젊음의 자국이 사라져 가는 오십줄의 인간들 역시 그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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