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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Wit

ㆍ작성일	2015-06-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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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한세대를 넘는 사람들과의 인연!
새벽잠을 설치며 달려가는 여정의 중간인 추풍령 길고 긴 터널을 지나자 차창에 흩뿌리던 가랑비는 30여년전 만남을 시작한 친구의 고향 인근을 지날 때 그 험난하고도 높은 산골의 반틈은 비안개로 덮여 신기함을 자아냈던 유월,

최고 시속 304km 속도를 내던 열차가 종착역인 서울역에 다달았을 때는 이미 폭우로 변해 있었다.

3월 이후 길고 긴 가뭄끝에 내린 단비 아닌 단비가 되어 오랜만에 찾은 대도시의 위상이 눈앞에 다가서는 순간 잠시 혼란스러웠다. 아침도 못먹고 출발한 바닷가에서 다섯시간이나 걸리던 거리가 불과 절반만에 도착했으나 허기가 느껴졌다.

어쩔까? 일년여전에 만났던 친구에게 전화를 먼저할까? 아니면 예전에 자주찾던 종로구청 앞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이 있었던 칼국수집으로 갈까?

강남권 친구들과 약속시간은 세시간여나 남아 있으므로 시청을 지나 종로구청까지 걸어갈까 했지만 너무 많은 장대같은 비가 몰아치는 바람에 왜 이렇게 낯설고 이질적인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았나 후회스런 생각이 들었다.

숙명여고가 있는 강남의 도곡역이면 1호선을 타고 3호선으로 갈아탈것인가, 아니면 버스로 강물이 흐르는 한강다리로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서울역사 로비에서 잠시 시름에 빠졌다.

시골촌놈들끼리 만나 모임을 시작한 지 30여년, 수십억에서 수백억대 자산가를 비롯해 금융권과 기업의 별, 그리고 돌쇠와 나뭇꾼으로 일하는 스무명 남짓한 연례 모임차 왔건만 농부들에게는 천금같은 비지만 일년만에 모임을 갖느라 상경한 촌눔에겐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비,

기다린다고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로 20여분 이상 90년대 초.중반의 영화로웠던 대우빌딩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 대학입학 후 한 해를 마치고 온다간다 말없이 군대를 가버린 다음 이런저런 고민으로 산골의 촌집에서 새 각오를 다지며 복학을 했을 때가 생각났다.

뽀오얀 최루가루만 날리던 대학이란 곳에 실망하며 방황하던 그 시절, 이제 자산운용가로 이름을 날리며 수백억을 굴리는 친구가 되어 있지만 불과 수년전만 해도 흥청거렸으나 산업의 수명주기를 간과한 경영자와 정치가들에 의해 몇 년 사이에 슬럼화 되고 있는 한적한 바닷가가 즐비한 곳이 되어버린 작은 도시에 사는 놈이 찾았을 때 흔쾌히 반겨줄까?

대학 다닐적에 나보다 삶에 대한 갈등이 심해 학업마저도 포기한 친구의 팔을 잡고 재입학을 권유해 졸업마저도 한 해 늦게 마친 친구와 동행을 하기로 한 약속장소가 대치역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같은 촌놈끼리지만 그 친구는 이미 수백억 자산가로 강남의 중심가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기업가지만 한적한 바닷가에 겨우 글자 몇 줄 글적이는 가난한 나뭇꾼이 찾아가보았자 뻔한게 아니겠냐는 자책감이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되어 괜히 서울에 왔다는 자괴감,

세시간이면 왔던 길을 다시 가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집 안에 있을 시간인데,... 비도 내리는데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엔 문제가 많지 않겠냐, 그러니 한강이 보이는 강변 여관에서는 어떨지로 동아리클럽에 운을 띄워봤다.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 너 멀리서 올라왔으니 오늘 행사에 동행하는 동기가 운영하는 설렁탕집에서 허기를 채우고 있어라. 그쪽으로 갈테니"라는 반가운 메시지가 날아왔다. 처음의 약속장소와 이웃한 강남의 최고급 주택가에 있는 그 곳으로 두어번이나 지하철을 갈아타고 물으며 걸음질을 한 끝에 도착한 설렁탕집은 소낙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만원이었다.

몇 살 연상의 동기가 졸업 후 짧은 기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운 후 영동사거리에서 음식점을 시작, 이십여년이 지나면서 설렁탕과 곰탕만을 전문으로 연구해 1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며 백억원대에 자산가로 성장한 것은 물론 이 분야에 차별화와 전문화로 명성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야 반갑다, 복이는 총무니까 오늘 파티를 하기위해 아침부터 장거리를 보고 있으므로 배고플텐데 밥부터 먹자"고 형인 동기는 그렇게 손목을 끌어당겼다.

적당히 숙성이 된 깍두기와 배추김치 냄새가 유독 식욕을 당기도록 끄는 가운데 익이 보아오던 국물이 아닌 맑은 국물에 여러가지 수육이 들어있는 음식의 맛은 지방의 작지 않은 도시에서도 찾기 힘든 담백함이었다.

식품마케팅을 한 기업에서 비록 10여년이지만 한식의 레시피를 탁월하게 감별하는 20여년전의 혀끝은 살아 있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의 대한민국 수도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면서도 방금 전에 만났던 형제처럼 반겨주는 사람이 안겨주는 푸근함에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맛과 따스함으로 감싸안아주는 기운은 "오기를 너무 잘했구나"로 반전됐다.

그리고 하룻밤 함께하며 즐길 먹거리를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부인을 대동하고 구매를 끝낸 친구가 도착하는 중에도 설렁탕 집의 테이블마다 토요일임에도 서너시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만큼 이었다.

지방 중소도시 그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기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맛과 서비스, 가격까지 서울의 중심가로고 하기엔 힘든 마케팅전략으로 공부하고 연구.노력한 결과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 태어나고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만큼의 인맥에다 인간성까지 좋아 KBS.MBC등의 방송사는 물론 언론계와 연예계, 행정분야 인맥이 뛰어나 음식점의 벽은 온통 김명자 전환경부장관과 서규룡 농림부 장관 등의 장관급을 비롯해 자니윤, 임형주 등의 연예인들의 사진과 글로 벽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창밖으로 억수같이 내리는 풍경을 즐기며 안그릇 뚝딱 헤치울즈음 20명의 1박2일용 먹거리 장보기를 마친 총무를 비롯해 카풀할 친구들까지 합세해 식사를 끝내고 초등생의 소풍떠나는 심정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10여년 사이에 수많은 도로가 생긴탓에 어디가 어딘지 파악하기 어려운 가운데 빗속의 남태령고개를 지날즈음엔 서울대공원과 과천이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그런 후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고속화도로와 잠깐동안의 고속도로를 거쳐 바다에 만든 둑인 시화방조제로 인해 갯펄이 메워지고 아파트가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모습이 눈안에 들어왔을즈음 비는 거치고 운무가 개이기 시작했다.

비내린 다음의 산야는 3000만여명이 사는 대도시라고 느끼기 어렵게 청명했으며 섬이라고 할 수 없는 바다로 둘러쌓인 목적지에 닿았다.

각자가 집에서 뒹굴고 있는 진기한 술을 비롯해 고향바닷가에서 올려보낸 조갯살과 쇠고기를 안주로 한모금씩의 속도는 조직에서 빈번하게 치르는 사람과 달리 혼자만의 세계에서 오랜만에 만남을 이룬 나뭇꾼에게는 가뭄끝에 오는 단비마냥 친구들이 주는대로 들이켰다.

바다 건너라곤 신혼여행때 제주도를 다녀온 것 외에 한차례도 외국물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뭇꾼에게 귀하디귀한 갖가지 술을 비롯해 여러가지 상황이 골프를 겸한 해외여행을 한 해 두어차례 이상씩 다니는 한국의 10대기업 부장급과 금융기관 지점장 및 백억대 자산가 친구들과의 삶의 수준이 천양지차임이 이런 곳에서 바로 와닿는다.

드럼과 색소폰 음악밴드를 갖춘 2층높이 천정을 갖춘 노래방에서 나뭇꾼은 간만에 목을 풀었다.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모두들 잠자리를 만들즈음 백두대간에서 활약하는 나그네는 코를 곯기 시작했다. 서울여행을 앞둔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던 탓에 눈을 뜨기까지 그렇게 죽은듯이 잠에 빠졌다.

그런다음 향긋한 풀잎에 섞여 창문으로 스며드는 밤꽃 향기에 눈을 뜬 아침, 늘 보아오던 동해와는 다른 섬으로 둘러쌓인 흐린 호수같은 풍경이 창밖에 자리했다.

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