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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Wit

ㆍ작성일	2015-08-18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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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선택, 푸른밤 초행길 여정 & 국가경쟁력
1.
한반도 동남쪽 영일만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경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인 문경새재터널까지만 해도 220km, 서울행 여정의 절반보다 백여리나 더 멀고도 땅덩거리가 넓은 고향,
광복70주년겸 사회경제적인 악재로 서민과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광복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고속도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탓인지 영남권에서 서울로 가는 최단거리 중부내륙고속도로 김천분깃점에서 상주간은 도로가 주차장이었다.

특히 선산터널을 지나기까지 10여분이면 통과하는 거리가 한시간여 소요한 임시공휴일일 포함 3일 중 첫날은 정부정책의 대성공을 예감할 수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지만 오랜만에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그리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여주분깃점까지 왔고 평상시같으면 이곳에서 경북고속도로와 만나는 판교까지 가야했으나 준공한 지 얼마 되지않은데다 목적지로 정한 중부전선까지는 지도상에 연결도로가 있음을 본 적이 있는 경기도 양평을 향했다.

오전시각이 끝날 즈음 집에서 출발해 네다섯시간을 내리달렸지만 물의 도시인 양수리를 지나 경춘가도에는 강원도 등지에서 하루를 휴식하며 서울로 들어가는 차들로 도로가 주차장인 시각,

수도권의 인구밀집지지만 한강을 끼고있는 도로는 그나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것도 잠시, 10여년째 업그레이드를 하지않은 네비게이션은 마냥 크고 넓은 도로만으로 가도록 지시하기에 남양주와 구리시 방향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의 물결로 가다서다를 반복해 불과 50km의 거리를 두어시간 헤매어버린 초행길,

하루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즈음 목적지로 가고자 하는 국도를 찾았으나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불빛이 줄어들고 산과 들은 푸른기운이 대지위로 대체되었다.

2.
푸른 밤이었다. 풀벌레가 귀를 막아야 할 정도로 요란한 울음소리, 밤안개는 산을 덮었다.

궁예가 왕건에게 패한 후 이 산위에서 울었다고 해 울음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포천과 철원의 경계이기도 한 922미터의 명성(鳴聲)산과 그 옆으로 산정호수가 바로 눈 앞에 있는 민박집에서 여장을 풀었다.

그 명성산이 푸른 안개로 덮여 보이지않은채 산들바람이 민박집의 창문으로 들어왔다.

꼭 30년전 6월, 안동역에서 모인 보리밭과 절친한 혈혈 스무살 안팎짜리를 태운 열차가 수도 서울인근에 내려준 다음 수일간의 보충대를 거쳐 원산행 철도종단점을 불과 한정거장 남겨두고 내렸던 그곳, 계란을 프라이로 만들만큼 뜨겁던 그 빡빡머리 시절이 떠올랐다.

삼팔선과도 수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지만 밤마다 요란했던 철책선의 대남방송에 맞받아친 대북방송으로 살벌했던 그 시절의 풍경은 사라지고 밤은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지만 미국 빙송사 CNN에서 70여년째 아직도 전쟁중인 이 반도의 접경지다.

6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아 처음 군생활을 했던 155마일이라는 철책의 중부전선에, 작열하던 태양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풀 한포기 없도록 만들었던 그 곳에 다시 서 있다.

빡빡깍은 30년전의 군인이 아닌 후배보다는 선배가 많은 졸병시절임에도 그 시절 군기가 빠졌다고 하는 이부나 삼부머리의 까치머리를 한 아이가 아비를 이어 또 전방에서 국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30여년 전만해도 서울의 북쪽 산이란 산은 모두 중턱마다 진지구축을 위한 참호를 파느라 산허리가 끊어졌지만 그런 광경은 없어지고 고속도로와 다를 바 없는 4차선 국도가 북쪽을 향해 언제든지 연결이 가능토록 뚫려 있었지만 아직도 내가 온 길의 마지막 부분 고개의 전후는 이차선이었다.

무거운 야전배낭에 포까지 위에 얹고 수개월마다 한번씩 행군을 하며 힘겨웠던 그 고갯길에서는 아무리 시대가 변했지만 내가 아닌 우리로 묶는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며 겪어야하는 어려움이 그 무엇보다 힘듦을 알기에 .....

추위와 더위가 유난했던 이 지역에서 근무하며 먹고 나서 돌아서면 또 배고픔까지 경험한 키만 훌쩍했던 나보다 더 삐쩍마른 아이가 군에 가더니 살이 쪘다고 좋아하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180센티가 넘는 키에 59킬로그램인 아이가 군생활 수개월에 10여키로가 늘어난 아이신체와 세계 주요국가 G20으로의 위상변화는 내 삶의 변화와 비교할 바 안되는 더 큰 위안이지만 이 푸른 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이 나라의 굴뚝산업이 5000만의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해외로, 세계로 향하며 최근 들어와 기업의 해외이전이 더욱 빨라져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국가부도사태를 맞은 제조업 공동화의 그리스가 남의 일이 아니란 상황이 떠거머리 군인인 이 녀석의 수년 후 맞이할 격변이 함께 포개지는 이 푸른 밤에 고단함에도 잠을 이룰 수 없다.

3.
37년여간의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흙벽돌로 집을 짓고 텃밭에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민박집 주변의 철원은 온통 관광지다.

한탄강유원지다.

일반적으로 강(江)은 높은 산 사이의 계곡사이에 흐르는 물이 만나 형성되면서 주위의 논밭보다 더 낮은 지대에 위치하지만 이 강은 들판의 가운데에 넓은 곳에는 100여미터의 폭으로 수십미터의 깊이에 있어 웬만한 폭우에도 오랜시간 물에 잠기는 경우가 없는 특이한 지형이다.

길이 136km.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해 김화, 철원, 포천 일부, 연천(漣川)을 지나 연천군 미산면(嵋山面) 전곡읍(全谷邑)의 경계에서 임진강(臨津江)으로 흘러든다.
화산폭발로 형성된 추가령구조곡의 좁고 긴 골짜기를 지나며 유역에는 절벽과 협곡이 발달하여 있다. 남대천(南大川) 영평천(永平川) 차탄천(車灘川) 등의 지류가 있으며, 하류인 전곡 부근은 6.25전쟁 때의 격전지로 강변이 아름다워 한탄강국민관광지를 조성한 곳이다.

특히 이 강에는 신라 진평왕이 이곳에 정자를 세운 이후로 주변 지역까지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르는 이곳은 강 한가운데 높이 10m나 되는 고석암이라는 바위가 서 있어 절경을 만들고 있고, 강 언덕에는 바이킹과 관람차가 있는 고석정랜드가 있다.

또 조선 중기 탐관오리와 민심의 혼란으로 민중봉기의 정점을 이루었던 임꺽정의 전설이 있는 고석정(孤石亭),

사회조직의 가장 아래를 형성한 농민들이 농기구를 무기로 고쳐드는 저항세력으로 발전해 황해도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약 4년여간의 무력시위에 관군의 공격과 지도부의 분열로 실패로 끝난 슬픈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한탄강에는 직탕폭포가, 높은 절벽에서 세 번 꺾여 떨어지고 세 군데의 가마솥 같이 생긴 곳에 떨어진다 해서 삼부연폭포, 그 계곡의 위에는 용화저수지가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서기86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 국보 제63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철원의 넓은 평야를 바라보면 마음의 평화가 절로 찾아오는 느낌의 도피안사(到彼岸寺) 등이 있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풀이 휘날리는 가을즈음이나 추수를 끝내 이 들판의 풍경은 어떠할까?

4.
푸른 어둠이 걷히고 날은 밝았지만 여전히 농박집애서 조망하는 울음산은 안개 때문인지 보이지 않고 구름에 가렸는지 해가 보이지 않는데도 후덥지근함은 여전한 사흘 연휴의 마지막 날,

지역의 인구만큼이나 많다는 군인들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철원에 동송, 철원, 김화, 신철원 등 네곳의 읍지역과 강원도 골짜기마다 부대원들이 잠시 도시를 구경할 겸 개인의 필요물품을 구입하는 거점인 와수리를 둘러보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하랴 동료에게 사탕이라도 하나 준비하랴 하는 사이에 벌써 점심녘도 훌쩍 지났지만 강약을 조절하며 비는 계속 내렸다. 외출을 나온 군인이라면 귀대시간에 딱 맞춰 귀대하는 것이 상례지만 예닐곱시간을 가야하는 부모가 있는 까닭에 쏟아지는 빗속으로 아이는 걸어들어 가겠단다. 진급을 하는 다음달 휴가를 나오겠다며......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고개를 넘어 포천시 이동면 부터는 비는 멈추엇고 햇볕으로 바뀌었지만 1000미터대 포천, 철원지역 산과 계곡에서 휴식을 취한 수도권 사람들의 귀경으로 신호대에는 지정체가 이어지다 일동을 지나자마자 두개차선이 꽉 막혀있었다.

때마침 가평군 청평행 37번도로 서파삼거리라는 표지판과 교차로가 나왔고 멈추느니 달려보자 싶어 오던 길과 다른 초행길로 또 접어들었다.

20여KM를 시원스레 달리니 청평역이 나왔다. 녀석이 훈련병 시절 후반기교육을 퇴소하기 직전 기차를 타고 면회를 가던 그 역이었다.

춘천행이 양평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가까운지 서울행이 가까운지도 모르는 가운데 서울방향으로 경춘가도로 접어들었다. 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도로는 또 주차장바닥이었다.

십여리도 가지 않았을 때 양평.여주행 도로표지판이 나타났다. 좌고우면이 필요없이 경춘가도에서 핸들을 꺽은 지 얼마지나지 않아 청평댐이 보였고 국도 37번 표지판이 선명한 그 청평호반과 800미터대에서 1100미터대의 중미산과 연인산, 용문산 골짜기로 내달렸다.

그 시각에 아직도 그 골짜기에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고 그곳은 60~70년대부터 유명했던 서울권 사람들의 휴식처임을 깨닳았으나 그렇게 높은 곳이거나 험한 지형인 줄은 몰랐다.

그곳이 지도상으로만 보았던 한반도 동남부권에서 중서부전선인 철원과 화천 등지로 가는 최단거리인 37번 국도였던 것이다.

편도 일차선의 골짜기에 만든 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 만큼 높은산 깊은 골이었기에 청평과 양평이 산등성이의 양쪽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을 끼고 유원지가 발달해 있었고 용문산을 비롯해 설매제, 국립산음, 유명산, 중미산 등에 휴양림 등의 수도권 사람들의 허파역할을 했던 것이다.

청평역에서 양평톨게이트까지 50km의 산길에서 또 두어시간을 달렸다. SUV차량이지만 10년이 넘은지라 고갯마루를 내달릴 때는 힘든 내색을 해 혹시 산속에서 멈춰버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청평에서 넘어오는 멀고도 그 고갯길이 높았다는 것은 산 정상에서 양평까지는 꼬불꼬불한 도로가 불과 수킬로에 불과한데 가파르고도 험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러고도 여주까지는 40여km의 국도를 더 가야했다.

산을 넘자 양평이었지만 고속도로가 표시된 표지판이 찾기 힘들었는데다 여주까지의 거리는 알 수 있었던 반면 고속도로까지는 알 수 가 없으니 또 갈팡질팡, 선택의 기로에 섰다. 벌써 해는 넘어가고 없는데,

자칫 한시간 이상을 허비할 수 있는 분깃점이다. 이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지않을 수 없는
절박함에 여주행의 반대로 가면 10분이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단다. 거리는 말하지 않은채,

양평과 여주의 고속도로 상에도 땅거미는 뉘엿뉘엿 하는 가운데 음성을 지나고 충주즈음부터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 고속도로상에 연휴를 쉬고 일터로 돌아가는 많은 차들로 도로는 가득한데 이제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금엉금 긴다란 표현이 딱 어울린 고속도로, 한시간여가 그렇게 흘렀다. 그 소낙비도 백두대간 소백산령 문경새재를 넘으니 웬 걸,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청주에서 상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후 대구-부산간, 상주-거제간 도로가 만나는 중부내륙 상주분기점에서부터 김천분기점까지 도로는 또 다시 지정체를 계속하는 연휴의 마지막날,

여름과 겨울 휴가철 도로위가 어찌 멀고도 긴 인생길과 다르다고 할 수 있으랴. 인간도 막을 수 없는 비와 눈의 천재지변에다 시각에 따라 극과 극의 소통 정도 등이 생로병사애오욕이란 인생 행로와 어쩌면 그렇게 비슷할까?

그기에다 모르는 길을 가면서 기로(岐路)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제 아무리 잘하더라도 한 번 자칫 잘못 선택하면 낭떠러지로, 아니면 금의환향할 탄탄대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또 다른 한편으로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편의를 위해 국도와 고속도로 등의 표지판이 거리와 알림의 한계를 벗어나 주요 지.간선도로에서 연결 가능한 지.간선도로와 거리까지 표시해 G7국가의 60%도 안되는 생산성을 만회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함을 느꼈다.

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