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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하는 노인과 나뭇꾼 아들
헐벗은 산비탈을 보리와 밀, 콩, 조를 심는 밭으로 일구어 일본제국주의의 탄압과 6.25전쟁, 보릿고개 등 죽을 고비를 이겨내며 육남매를 키워 그 아래로 10여명의 손주, 다시 그 만큼의 증손주를 둔 85세의 노인이 자신에게는 물론 이웃에게도 늘 감사하는 삶으로 작은 시골마을에 더 없는 평화를 안겨주고 있다.
경주시의 북쪽 끝, 68번 지방도로 포항과 경계지역인 곳에서 살고 있는 이 노인은 달구지와 농기계가 주로 다니던 도로에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경운기로 30여리 떨어진 읍내의 정미소를 다녀오던 밤길에 남편을 떠나보낸 후에도 넉넉치는 않지만 자식들이 살고있는 도시로 나가더라도 아스팔트와 숨막히는 콘크리트 건물에 하루를 못넘기고 흙과 숲이 있는 시골집으로 그단새 돌아와 버린다.
'콩 한조각이라도 이웃과 나눠먹는', '먼저 인사하고', '참아라' 등 부처 같은 노인에게 20여호 40여명 남짓한 이웃을 피붙이 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니 나무로 데우는 방에는 정부가 보조를 하지않는 경로당 역할을 한다.
3000여명이 사는 면단위에서 마을회관은커녕 경로당, 육각정 쉼터조차 하나없는 마을에 노인은 해가 뜨는 새벽부터 서산으로 해가 넘어갈 때 까지 한뙤기 빈터도 남기지 않고 고추, 팥, 오이, ......이것저것 심느라 바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무릎관절에 물렁살이 모두 닳아 앉았다일어서기를 힘들어하면서도 풀뽑기와 물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채소와 열매를 거두면 자신의 입에 넣기보다는 이웃과 간혹 얼굴을 비치는 자식에게 보따리보따리를 만들어 쥐켜보낸다.
노인은 일제치하에 아비를 따라 전가족이 현해탄을 건너 살다가 해방으로 들어올 당시만 하더라도 고등교육을 마쳤기에 육이오사변 전후시기에 새댁의 몸으로 이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14.5.8 포항죽도시장 활어횟집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의 의지로, 이성으로, 국민으로 그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몰인간성의 험난한 세월을 겪어오면서 다져진 체념과 자기위안은 이 노인을 그렇게 살아있는 부처로 만들었던 것이다.
정치가 어떠하며 경제가 어떻고 사회가 어떤지, 그 무엇도 이 노인에게는 오로지 자식새끼들 평안하고 이웃의 건강과 무탈하기만 빌 뿐, 몇일 가뭄으로 앞 밭에 심은 콩에서 싹이 제대로 틔우지 못함을 걱정할 뿐이다.
짧디짧은 유월의 밤이 끝나가는 이 새벽으로 앞산 검푸른 숲속에서 까치와 뜸북새, 부엉이는 노인의 숨소리와 어울려 황토 흙벽 온돌방에 지극한 평화로움을 가져다 준다.
짐승같은 도시인간들의 얽히고 섥힌 탐욕으로 옳음을 행하다 30여년간 멍든 자식이 잠 못들고 움켜쥔 아린 가슴 속은 전혀 관심도 두지 않은채.......
낙타 등과도 흡사한 앞산에, 밤 꽃이 만발한 뒷산에도 아카시아 향기가 밤꽃 향기의 무성함을 물리치던 6월은 그렇게 지나가고 밀 보리밭이 모내기로 세상개벽이 끝난 7월이 되면 농부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지만 이 노인에게는 그런 일이 없다.
울타리에 심어둔 콩이며 깻잎과 오이, 고추가 열릴 즈음이라 휴식이 없다.
마당에 붉은 흙마저도 태워버릴 듯한 7월말에서 팔월이면 일백오십리길 형산강과 조상들의 고향인 경주내남에서 안강들판을 거쳐 댓잎을 스쳐 들어온 바람이 두꺼운 황토벽을 조각난 창을 뚫고 바람이 들어올 즈음이면 잠시 그늘에서 드러눕는다.
그리곤
수십밀리 정도의 작은 양의 비라면 흙이 삼켜버려 흐르지도 못하는 집앞 개울너머 야트막한 언덕위로 하늘을 볼 여유가 생겨난다. 이 노인이 그제서야 생각하는 것이라면........
자식은 많고 가진 자산이라고는 작은 논밭뙈기 뿐인 사람들이기에 그 중 일부분만 충족을 시켜주었지만 느즈막이 공부할려는 막내 아닌 막내놈에게 돈벌이를 시켰던 탓에 열정과 순수했던 여린 영혼이 다쳐 숲을 뒤지고 다니는 안스러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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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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