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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Wit

ㆍ작성일	2014-02-1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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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배고픈 황톳길
산 그늘에 잔설이 남아있는 이른 봄부터 단풍이 모두 떨어지고 퇴색한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다 골짜기 개울물을 막아 웅덩이를 만드는 겨울방학 때까지 산허리를 감아도는 황토흙으로 이루어진 통학로,.....

동급생보다 서너살이나 많은 태곤이는 고개를 넘어 이십여리를 걸어야 학교에 닿는 까닭에 새벽밥을 먹고 달리듯 제바른 걸음을 해야 겨우 수업시작 시간을 맞추지만 토끼와 오소리를 쫓느라 딴 짓을 하다보면 지각을 할때가 너무나 잦다.

산골짜기 아래 이십여호의 열명 남짓한 또래가 있는 마을이지만 학교에 낼 돈이 없어 절반가량만 학교에 다닌다. 다행히 태곤이네는 논밭뙈기가 그나마 있기에 배움을 누릴 수 있지만 학교를 파하면 곧장 귀가를 해 논밭의 일을 돕거나 소가 푸우푸우 소리를 내며 밤새 되새김질을 할 풀을 베고 쇠죽을 끓여야 한다.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는 4월이 오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엄마가 꾹꾹 눌러담은 양은도시락에 보리쌀이 8할가량인 꽁두보리밥으로는 귀가 시간까지 버티기엔 뱃속이 꼬르륵 소리를 내기가 일쑤다. 한층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사월말이면 분홍빛으로 물든 길가 양지바른 곳에서 입가가 선홍빛으로 물들다 시커멓게 멍이든 것처럼 진달래 꽃잎으로 허기를 채운다.

그 꽃잎으로도 허기를 채우지 못하면 새솔잎이 나기 시작하는 소나무의 끝부분을 꺾어 연필통에 있는 칼로 솔의 껍질을 얇게 깎은 다음 하얗게 남은 부드러운 부분을 이빨로 갉아 떫더름하면서도 향긋한 솔의 진액과 단물을 삼킨다. 이 송기를 즐기고 입안에 남는 것은 껌처럼 질겅대며 호젓한 오솔길에서 배를 채우며 심심풀이로 삼는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유월이 오면 온 산이 향기로 진동을 하고 산등성이와 골짜기 마다 뻐꾸기 소리가 서로에게 안부를 묻듯 번갈아 지저귄다. 까칠하기가 여간하지 않은 누렇게 보리가 익어갈 즈음 태곤이의 국민학생 또래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먹거리가 산마루를 넘기 전 넓직한 밭에 황금빛으로 바람에 일렁이는 밀이다.

지난해 가을에 심은 밀은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겨우내내 황토흙 눈 속에 숨어 지내다 봄이 되면 새싹을 틔우고 때를 맞추어 비라도 내리면 쑥쑥 자라나 모내기철이 되면 감자를 심는 곳으로 역할을 바꾼다. 다 익은 밀은 불에 살짝 익혀 손바닥이 시커멓게 변하도록 비벼 껍질을 벗긴후 그 알맹이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우산이 없던 시절 장대비라도 내리는 여름날이면 비료포대로 비옷을 만들어 걸친 마을아이들은 그나마 다니던 리어카나 달구지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 산허리 나무를 붙잡고 큰 물이 개울을 장악한 골짜기를 피해 돌고 돌아가야 한다. 비바람이라도 불어대는 날이면 보자기로 책을 말아 어깨에 두르지만 책은 물론 속옷까지 흥건하게 젖기가 일쑤라 교실 빈 자리에는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책을 말리느라 틈이 없을 정도다.

뜨거운 해가 온종일 비추는 여름날 산길의 가장자리는 풀이 차지하고 검정고무신을 신은 아이들은 달구지가 다닌 맨땅으로 다니지만 오래신은 탓에 엄지발가락이 나온 구멍난 신발의 태곤이는 풀을 밟으며 통증을 줄이지만 풀숲에 개구리가 발에 채여 나자빠지기도 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방학이 다가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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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한 번밖에 못 산다. 남들의 삶을 반복해서 살아서는 안 된다. 그건 자신의 삶이 아니다. 인생이란 결국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하는 구체적인 행동의 총합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죽는 순간까지 철저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우리 각자는 오직 나만이 내가 죽는 날 끝을 내야 하는 소설의 책임자다. 어떤 이야기를 써서 어떻게 끝을 맺을까 하는 문제는 각자 자신의 결단에 따라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는 거다. 내 인생의 창작자로서 각자 '나'를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작자로서 자부심을 체험할 수 있다."

"문학으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자꾸 커졌다. 파리에서 사르트르, 데리다, 들뢰즈 같은 석학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그들과 대화라도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가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들이 경험하고 있을 지적 환희를 스스로 체험하고 싶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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