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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성쇠가 인간세상 같은 죽도시장 원조골목 건어물상, 혜광상회
“고목(古木)에는 오던 새도 발길을 돌린다.”
갈대밭과 뻘밭이던 죽도시장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된 포항수산물도매시장은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건설되던 1968년에 개장한 것으로 이곳과 벽을 마주하며 인접해 있는 건어물 골목은 2012년 추석을 앞두고 여느 시장골목이 번잡한데 비해 인적이 뜸하거나 아예 발길이 끊어져 있다.
한국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 동해안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죽도시장 1번지 60여년 운명은 이 골목에서만 장사를 하며 이제 고희(古稀)를 넘긴 자신의 운명처럼 쇠락의 길을 걷고있다.<사진2-가장 오래된 건어물골목 입구>
할인점이라는 신유통이 활개를 치며 장거리를 보러나오는 주부들의 걸음을 좁고 지저분하며 정찰제가 아닌 기분에 따라 변동되는 가격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재래시장에서 자기차붐의 조성으로 주차가 쉽고 한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형마트로 돌렸다.
이런데도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며 시민이 다녀야 할 상가앞 보도블럭과 도로에 까지 물건을 진열하는 매대 설치로 통행을 방해하며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골목에서만 54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최종덕(70)씨를 비롯해 10여명의 70대에서 80대의 상인은 찬거리를 마련하러 나오는 오후 시간이면 인파에 밀려 다닐 정도로 복잡했던 90년대 중반까지의 흥청거리던 영광을 잊지못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죽도시장에서 40여리 떨어진 영일군 대송면에서 농사를 짓던 최사장은 1968년 고향인 영일군에서 옮겨와 미역과 오징어, 멸치 등의 건어물장사로 3남매를 키워 둘은 서울과 대구의 의대로, 막내는 수도권의 대학원을 졸업시킨 것도 월세점포에서 시작했지만 장사가 잘 된 덕택에 유명 대학병원의 간호과장과 의사 등 사회적 지도자급으로 키우고 모두 출가를 시켰다. <사진3-최사장이 고객에게 건어물을 설명하는 모습>
또한 가자미 등의 생선을 다듬고 말려 제삿고기를 파는 배수임(78)씨는 김천시 대항면에서 태어나 봉산면으로 시집을 가, 1966년에 남편을 따라 포항에 온 후 줄곧 이 골목에서 장사를 하며 국립대학 교수 등의 자제를 키워낸 삶의 터전이다. <사진4-사진11 죽도시장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직한 이 골목에만 60여년을 함께한 상인들>
“지금 같으면 전기세, 청소비 등의 월세조차도 맞추기 힘들 정도라는 게 최종덕 씨를 비롯한 이선자(75), 이수봉(82), 원숙희(72)씨 등 죽도시장의 가장 오래된, 이 골목에서만 60여년간 장사를 하며 동고동락한 상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게된 배경은 지난 1968년에 포항시가 도매업자의 가격담합과 조작 등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피해를 줌에 따라 도매시장이 개설되면서 건축된 공동어시장 건물과 접하고 있어 경매를 끝낸 생선을 구하기 쉽고 동빈항과 이웃해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으로 가까이는 영일군, 멀리는 경기도와 경상남도 등의 타지에서 이주해 온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골목의 한쪽인 공동어시장 벽쪽 상인들은 생선이 값쌀 때 구입해 다듬고 말려서 파는 매달 전기와 물세만 내는 좌판영세업자로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30여명이 부딪히며 장사를 했으나 지금은 여섯명 남짓 남아있는 3000여 죽도시장의 가장 침체된 골목이다.
또 이곳과 마주하고 있는 미역과 멸치, 대구포, 마른 가오리 등을 취급하며 자신의 소유는 아니나 월세를 내는 상인들은 현재 골목의 넓이가 좀 더 넓고 통행이 편한 이웃 두어개의 골목에서 같은 업종인 건어물을 취급함에 따라 입지조건상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지난 1997년 IMF구제금융기를 거치면서 한반도 중산층의 주류를 이루는 한축 이었던 식품, 의류, 공산품, 전자 등 중간유통 단계의 대리점 자영업자가 대형할인점이 등장하면서 고객을 뺏긴데다 높은 금융비용 대비 줄어든 매출과 이윤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사라졌다.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에 구매 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교환 및 환불을 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는 넓은 선택의 폭과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는 할인점에 비해 불분명한 가격과 쉽지 않은 교환, 오랫동안 소비자의 권리가 상인들의 장삿속에 희생당해 왔던 구매자는 소소한 반찬거리마저 구입처를 바꿨다.
특히 “가격만 물어보고 나갈 경우 ‘뒷통수에다 소금을 뿌려대며 방문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언행”등의 좋지않던 관행은 새로운 유통점포의 탄생으로 불에 기름을 끼얹듯 재래시장의 쇠락을 앞당겼다.
이런까닭에 8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죽도시장에서 통장을 한 최종덕 사장은 “이곳에서도 가장 좁은 골목길에 조금이라도 통로를 넓게 하기 위해 골목에 금을 긋고 자신부터 지켰지만 90년대 이후 새롭게 진입한 젊은이에게 “니가 뭔데”라며 멱살을 잡힐 정도로 애썼으나 모두가 주인격인 상점의 이기주의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군다나 시장의 번영을 위해 있는 번영회의 장(長)은 상인들의 이익보다 정치에 눈이멀어 “매달 몇만원의 회비를 내지만 이 조직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통로확보, 친절과 서비스 등의 상인교육과 전략전술 마련’에는 나몰라라 한 것이 지난 10여년 동안 전통시장과 그에 속한 상인들이 추락한 결과”라며 하소연을 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 계층간 양극화와 중산층의 붕괴가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차원에서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컴퓨터교육장 등 상인 교육 강화에 수십억원씩 돈을 퍼부었지만 정작 상점을 소유할 능력이 없는 더 많은 영세상인은 시민이 다니는 시장골목길에서 장사를 하는데도 점포를 가진 사람 등에게 ‘장세와 자릿세, 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영수증도 없이 돈을 뜯기고 있다.
이에 최사장은 “옛말에 장삿꾼은 폭포수가 떨어져 생기는 물거품”이자 “봄 꿩이 자기 죽는 줄 모르고 울어 제친다”며 작은 규모의 상인이 장사로 번 돈은 오래 보존하기 힘들며 봄 꿩은 알을 낳은 후 자신이 내는 울음소리가 사냥감을 노리는 송골메에게 잡히는 줄 모른체 자기속에만 빠지는 어리석음 처럼 전통시장의 상인 역시도 비슷한 형국의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국민을 잘 다스리는 국가가 되려면 규칙과 법을 제정해 권한과 의무, 책임을 지우고 그렇지 못할 경우 법을 집행하며 기강을 잡아가듯 시장골목 역시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합리적이고 대다수의 상인들에게 보편타당한 객관성으로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상인회는 자신들의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세금 거두는 것에만 혈안이 되는 등의 권리만 찾지 상가의 번영은 물론 기준조차도 수립하지 않고 있어 생활이 어려운 영세민들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말도 못하는 최씨를 비롯한 재래시장 좌판상인들의 벙어리짓 눈빛이다.
<사진7 2010년 이후 형성된 오거리에서 남빈동사거리사이의 새벽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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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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