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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고등학교 졸업때 까지만...
2014년 포항과 서울간 KTX 노선의 완공과 부산, 울산 포항간 복선전철화로 2018년경이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해남부선의 경주역 앞.
“손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장사를 해야 여비와 생활비, 학비를 보태지!”<사진1 경주역앞 성동시장 노점에 파리를 쫒기위해 피워놓은 연기속 해산물과 김삼옥씨><사진2 노점에서16여년째 함께 장사하는 붕어빵장사와 주변풍경>
배를 타는 큰아들의 아이를 태어난 지 두칠도 지나지 않아 핏덩이를 버리고 떠난 불쌍한 손주를 나이 55세부터 키워온 김삼옥(73)씨는 동해안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50여리 버스를 타고 실어온 짐보따리를 풀어헤치며 정리를 한다.
바다에서 잡은 오징어와 도루묵, 명태, 대구를 경매로 넘어온 것을 싼 가격에 구입해 다듬고 해풍에 말린 건어물을 경주시내 사람의 이동이 잦은 역앞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도 벌써 16여년째다.<사진4 뙤약볕아래 놓인 도루묵, 가자미, 오징어 등 건어물 김삼옥씨>
충청도에서 태어나 고향 바닷가 마을에서 말뚝을 박고 군대생활을 하는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딸, 아들 둘씩을 낳아 기르며 마흔에 세상을 떠나보낸 후, 위로 딸 둘은 짝을 지어 보냈으나 벌이도, 직장도 시원찮은 첫째 아들이 거리에서 눈이 맞아 짝을 짓고 낳은 손주가 여간 잘생긴 것이 아니다.
이러니 새벽같이 일를 시작해 낯선 도회지 길거리에서 건어물을 팔거나 어떤 때는 리어카를 끌고 고물장사를 하다 10여년전 다시 노점에서 건어물과 수산물 장사를 하는 등으로 밤 늦은 시간에 돌아가기를 벌써 16년째다.
다섯 살때까지 손을 붙들고 길거리에서 옆자리에 앉혔던 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도 졸업을 앞둔 마지막 시험을 앞둔 어느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밤 늦은 시각까지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니 장대같이 자라있는 아이가 가슴팍을 만지며 끙끙거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니 와그라노, 어디 아프나”, 할미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어 움켜쥐고 있는 웃옷을 걷으니 시커멓게 가슴팍이 멍이 들어있었고 대답을 하지않는 손주가 왜 그랬는지를 여러차례 다그쳐 물었다.
그제서야 “같은 반 학교친구들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실토했고 다음날 일찍 학교를 찾아가 선생을 만나고 파출소에 찾아가 신고를 했다.
그리고 몇일 후에는 아예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고 그 이유인 즉, 이전에 때린 아이들은 이틀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다시 때리고 협박한다는 것이다.
궁리 끝에 이듬해 시내에 방을 얻고 3학년부터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전학을 시킨 다음에야 한학기를 조용히 마쳤으나 여름방학이 되면서 시골에서 때리던 아이가 고등학교를 시내로 진학한 후 그 패거리를 뭉쳐 시내에서 손주 혼자 살고 있는 곳을 찾아내 다시 구타와 협박이 시작됐던 것이다.
급기야 잘 다녔던 학교조차 2학기에 접어들어 나가지를 않았고 학교에서 담임선생이 보호자인 할머니를 부르기에 갔더니 “손주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그게 무슨 소린교?”라며 반문했고 학교를 나와 얻어준 자취방을 찾아가니 예닐곱의 패던 놈과 맞은 손자가 어울려 잠을 자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을 깨워 쫓아 보낸 후 실토하는 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할매요, 내 학교 안다닐 겁니다. 쟤들이 학교도 안가고 내방에 찾아와 괴롭히고 협박하며 먹고자고 행패를 부리니 내 시골로 다시 보내주소”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리고는 나서 “경찰에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것이며 지난번에 경찰에 조사를 받고 난 후 미성년자니 경찰에 가봐야 금방 다시 나올거고 그 땐 널 가만 안둘거다”라며 강짜를 부리니 재발 신고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다짐까지 받았다.
저렇게 덩지가 커면서도 맞고 다니는 손주가 수년째 패거리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학교를 그만두게 한 후 시골로 돌려 보냈으며 1년여간 고향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어부들이 잡아오는 해산물을 다듬고 해풍에 말리는 할미의 일을 도왔다.
몇 년만에 고향을 찾아온 아이의 고모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마을에서 빈둥거리는 것을 목격한 후 이 사실을 알게됐고 수도권에서 어렵게 사는 딸과 트럭 운전을 하는 사위에게 또래아이가 한명 있기에 함께 돌보겠다는 의사에 따라 방학이 끝날 무렵인 지난 8월 데려 보냈다.
이에 김삼옥씨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어 홀가분하지만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대목장을 보러나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물오징어며 북어, 가자미, 대구포를 경상북도에서도 그중 오래된, 100여년 역사(歷史)를 자랑하는 경주역앞 성동시장의 좌판에 잔뜩 풀어 헤친다.
수산업협동조합의 중매인에게서 넘어온 수산물을 그대로 팔거나 말린 건어물은 오랜기간 숙련된 노동력인 탓에 바닷가에서 시내로 옮겨오는 차비 정도만의 이익을 보는 까닭에 건어물상가에 비해 가격이 싸니 단골손님이 많으며 해질녁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원가보다 싸게 떨이도 해버린다.
한편 1918년 건설된 경주역사(驛舍) 구내에는 1927년에 만들어진 증기기관차용 급수탑과 그 옆에 1930년대에 건립한 신사참배용 탑이 오랜 역사만큼이나 아픈 흔적을 간직하며 올들어 KTX신경주의 하부조직 관리역으로 전락해 있으며 이마저도 포항에서 울산, 부산 해운대의 청사포역을 거쳐 경부선과 동해남부선의 갈림역인 부전역까지 복선화전철이 완공될 경우 현재 경주시 현곡면 금장역인 서경주역으로 옮겨가며 경주역의 명칭은 전국민에게 공모한 후 결정될 상황인 관계로 역명(驛名)조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3 경주역장실에 보과중인 소화3년인 1928년 제1대 일본인경주역장 기록물과 2003년 부임한 제48대 경주역장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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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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