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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나누미] 할머니께서 만드신 주먹밥
경북중고대상 스토리텔링경연대회...동상 작품
할머니께서는 그때를 회상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신다. 경상북도 영천시 대창면 병암리 707번지.
당시 마을 이장이셨던 할아버지께서는 분주히 나다니시고 마을은 온통 피난민들만 북적거렸다.
고향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버리고 마을에는 고작 이장직을 맡은 할아버지 가족뿐이었다고 하셨다.
▲ 선덕여고 조유진 (동상 수상)
현재 할아버지께서는 몇 해전에 돌아가셨지만, 할머니께서는 살아계시는데 몸이 매우 불편하시다.
올해 연세가 아흔 한 살이시지만 너무나 건강하셨고, 가족들 뿐만 아니라, 동네 전화번호까지 다 외우시던 분이셨다. 그리고 농사일과 바느질까지 다 하시는 건강한 분이셨는데, 요즘 몸이 불편하셔서 하루종일 집에만 계신다.
주말이 되면 부모님이랑 자주 할머니댁에 가서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옛날 이야기도 듣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국군장병들에게 주먹밥을 해주었던 이야기이다.
전쟁으로 모두 피난을 가버리고 남아 있는 분은 오직 할머니가족 뿐이셨기에 매일 군인들에게 밥을 해 주었던 그 사연을 말씀해 주셨다.
군인들은 여러 날 동안 신도 한 번 벗지 못해 발이 퉁퉁 부어 있었고, 여름이라 땀 냄새도 너무나 지독하였지만 그냥 옷을 입은 체 그대로 자고 일어나는 형세라 사람꼴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전쟁 중에 어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겠는가?
할머니께서는 집에 있는 양식과 군인들이 가져온 양식으로 밥을 해 주셨다. 그런데 그 밥을 주먹밥으로 해주었다고 하셨다. 가마솥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주먹밥을 가득히 들고 뒷산으로 배달해 주었다고 하신다.
몇 날이 지난 후 지휘관 쯤 되어 보이는 군인이 할머니댁에 있는 큰 소를 잡아라고 하였다. 농촌에서 소가 가장 큰 재산이었다. 소 없이는 일을 할 수 없기에 소는 너무나 소중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그런 소를 배를 채우기 위해 뒷산으로 끌고가 잡아 버렸다. 할머니에게는 애통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지만, 전쟁 중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잡은 소의 고기맛도 한번 보여주지 않고 군인들 자기들끼리만 다 먹어버렸다고 하셨다.
제일 큰 재산인 소를 잃어버렸지만 난리통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사람도 죽느냐 사느냐 생사의 기로에서 하루하루 버텨 나가는데 소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할머니댁에는 곳곳에 포탄이 가득하였단다. 일꾼들이 잠을 자던 방과 창고에는 포탄이 가득 들어 있었고, 뒷산에서 북쪽을 향해 계속 포를 쏴야만 했고, 하늘에서 포탄이 날아가는 소리, 들려오는 소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하셨다.
지긋지긋한 여름 장마 속에 갓 태어난 아기도 돌봐야 하고 집안 살림과 가족들 그리고 군인들 모두를 챙겨야 하는 젊은 새댁으로서는 너무나 힘든 일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모든 것은 군인들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음과 같아서 여름 먹구름의 하늘은 좀처럼 게이지 않았다.
할머니댁에서 가까운 영천 전투가 얼마나 치열하였던지 포항전투, 안강전투, 영천전투 그리고 대구 다부동 전투 등 낙동강 전투는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의 강줄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곳이 무너지면 부산까지는 점령되니 끝까지 버텨야만 하였다. 아버지께서도 그런 말씀을 다 들으셨는지 다 알고 계셨다.
그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날 무렵 유엔군의 지원으로 북한군이 북으로 도망을 가게 되었고 식량보급도 중단 되니 승세는 우리의 편이 되었다. 많은 주민들이 살아남기는 하였지만, 저녁 노을빛보다 우리 선조들의 피로 물든 낙동강이 더 붉게 만들어 지고 있었다고 한다.
유엔군의 도움으로 몇 년 밀고 밀리고 한 전쟁은 끝났지만, 적들이 완전히 소탕되지 않았기에 빨갱이들이 득실거렸다.
할아버지댁은 마을 이장이라 사랑방에는 늘 동네 어른들이 모여 놀았다, 문제는 빨갱이들이 꼭 밤에만 마을로 내려와 약탈을 일삼았다고 하셨다. 때로는 곡식을 담아둔 뒤주에 불을 놓기도 하고, 총 개머리판으로 문을 부수기도 하며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다고 하셨다.
낮에는 산에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내려와 약탈을 해 갔다는 이야기였다. 비록 전쟁은 끝났지만, 마을 곳곳에서는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할아버지댁을 집중적으로 괴롭힌 것은 작은 할아버지가 대구에서 순사를 하셨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는 집에도 잘 계시지 못하고 면사무소나 다른 곳에서 피신을 하며 생활을 하셨으니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셨겠는가?
같은 민족이 한 나라에서 서로 죽이면서 못 살게 하였으니, 이런 비극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할머니께서는 체구도 작으신데 그 많은 군인들에게 주먹밥을 해 주고 마을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한 여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장마는 그치고 마을을 떠난 이웃들도 한 집 두 집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집집마다 젊은이들은 전쟁으로 인해서 행방불명 아니면 주검으로 나타나 오열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고 하셨다.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살아가고 계시는 할머니도 있다니 가슴이 멍멍해 진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6,25 전쟁은 군인들만이 싸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동참하였고, 다른 남학교에 가면 어린 학도병이 참여하여 돌아오지 않은 분들과 전사하여 돌아온 분들이 많으니 추념비도 세워 놓고 있다.
그분들과 유족들에게 위로와 함께 젊음을 조국을 위해 몸바친 숭고한 마음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만드신 주먹밥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ycinews(gyflal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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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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