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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우리 엄마!
포항시 감사나눔 최우수작
엄마!
이렇게 엄마라고 불러볼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지금 엄마를 영원히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절실한 기로에서 오늘도 하염없이 대답 없는 엄마라는 이름을 애타게 불러봅니다.
엄마!
제가 엄마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엄마께 가장 미안하고 용서받고 싶은 일을 이제 고하고자 합니다.
저는 엄마 당신께서 얼굴에 분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날이었지요. 못 보던 화장품이 엄마 방에 있었습니다.
“엄마, 이거 웬 거예요?”
“응, 버스에서 번호표를 주며 당첨됐다고 하길래 받아왔다.” 하시며 크게 죄지은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셨지요.
“엄마, 왜 이런 걸 사와요? 가짜예요.”
제가 화를 내면서 엄마가 사 오신 화장품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몰라도 한참 몰랐습니다. 그 때는 엄마가 여자인줄을 몰랐습니다. 그냥 우리 엄마였습니다. 화장기 없는 깨끗한 얼굴,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린 머리카락, 동백기름 발라 흐트러짐 없이 비녀 찌른 단아한 모습의 우리 엄마가 내 엄마였습니다. 왜 화장품으로 얼굴 단장 한번 해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시집온 이후로 얼굴에 분칠 한번 안 하신 어머니가 여자로서 자신에게 치장 한번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드리지 못한 것은 물론 모처럼 내어본 조심스런 용기마저 가짜 화장품과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무지한 딸입니다.
엄마!
용서하실 수 있죠?
오늘은 엄마를 목욕시키고 얼굴이며 손등에 로션을 바릅니다.
“엄마, 미안해!”
엄마,
오늘이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신지 한달이 됩니다. 올해 일흔 다섯이 된 오빠와 팔을 다친 올케 언니가 어머니를 모실 수가 없어서 동생인 나에게 엄마를 부탁했습니다. 오신 후 한 일주일 간 큰오빠를 찾는지 주변을 살피셨고 큰 올케 언니를 찾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안방을 두리번거리시며
〝여기 살던 중할매는 어디 갔길래 보이지 않노?〞
〝엄마, 그 할매는 팔이 아파서 병원에 갔어.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여기서 엄마가 일컫는 중 할매는 큰 올케 언니입니다.
엄마를 찾는 두어 살 아기처럼 서서 걷지도 못하는 앉은뱅이걸음으로 온 집안을 두루두루 살피셨습니다. 저는 알고지요. 엄마가 누굴 찾는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던 큰오빠 내외를 찾는다는 것을…….
엄마!
오늘은 엄마가 나날이 찾으시던 큰오빠 내외, 작은 오빠가 왔습니다. 엄마가 잘 계시나 보러 왔습니다. 내일 모레가 93회 엄마의 생신이라고 왔습니다.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엄마의 생신이라고 왔습니다.
그토록 애지중지 길러온 큰 아들.
치매 증상 속 희미한 기억에서도 먹거리가 있으면 아들 머리맡에 가만히 놓아둡니다. 행여라도 옷에 묻은 티끌이 있으면 일일이 털어내 주십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찾으시던 큰아들을 보고도 멍하니 초점 없는 눈만 껌벅입니다. 그 아들도 지금 일흔 다섯 노인입니다. 노인이 노인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엄마, 오빠를 한번 불러봐, 〇〇야! 라고.”
눈만 껌뻑거립니다.
들것에 들려 엄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오던 날을 기억해 봅니다. 이웃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차에 실어 지금까지 모시던 어머니 당신을 동생인 저에게 엄마를 맡기던 날,
나는 보았습니다. 오빠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당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참 손아래 출가한 여동생에게 엄마를 부탁해야하는 큰오라버니의 미안해하는 마음을요.
엄마도 그 마음을 읽으셨는지 조용히 눈만 감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큰오빠 집이 있는 마산에서 포항까지 적잖은 거리를 말씀 한번 안하시고 눈만 감고 오셨습니다.
하루하루 엄마의 기억은 서산 저편 너머로 희미해져가고 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 채웁니다. 닦고 또 닦아내고 씻고 또 씻고. 이런 난리를 치는데도 어머니 당신은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엄마!
저는 요즈음이 제일 행복합니다. 엄마 가까이에서 매일 엄마를 볼 수 있고 엄마의 기침 소리에 잠을 깨며 엄마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요즈음이 제일 행복합니다. 새 기저귀를 채우면 개운함에 더없이 만족해하는 당신의 표정에서 피곤을 몰아냅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치매 증상이 심해져가는 당신을 보면서 심장 깊은 곳에서 아려오는 가슴 아픔은 감당하기가 힘이 듭니다.
엄마!
고맙습니다.
첫째로 지금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보은을 할 수 있고 엄마 인생의 끝자락인 마지막 가는 길에 엄마의 손발이 되어 시중을 들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둘째로 제 어머니로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 기억으로 누구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하셔서 공부하라고 독려하시던 엄마가 너무 귀찮게만 느껴졌었는데 그 속에 담긴 뜻을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이제 제가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당신의 마지막 가는 길에 바치고 싶습니다.
엄마!
이제는 엄마 딸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잊었나 봅니다.
“엄마, 내가 누구야?”
“몰라.”
“엄마 딸 〇〇〇.”
“응.”
이렇듯 하루해가 갑니다. 엄마가 나를 몰라도 나는 엄마의 마음을 압니다. 말씀은 않으시지만 눈빛으로 보내는 고맙다는 메시지를 읽고 또 읽습니다.
“엄마, 저 세상에서도 엄마와 나, 또 좋은 엄마와 딸로 만나자, 응?”
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줍니다. 긍정의 뜻입니다. 저 세상에서도 난 엄마와 모녀로 만날 것만 같습니다. 그 때는 나이가 젊은 엄마와 딸로 만나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늦둥이로 태어나 내 기억 속엔 엄마의 늙으신 모습만 기억됩니다. 나이가 많아 우리를 낳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늦게나마 우리를 낳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큰 오빠를 대신해서 우리가 엄마를 돌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때 만일 우리가 늦둥이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오빠가 누구에게 엄마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기저귀를 갈아주노라면 내 코에선 고소한 엄마 당신의 냄새가 납니다.
엄마!
“엄마를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 두호초등학교
교사 이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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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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