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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풍경 ㅡ 도음산 나뭇꾼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새벽공기가 스며들며 연한 향내음이 콧속으로 싹이 트 오르듯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아주 오랜 엣날 10대에서 부터 이십대에 느꼈던 그 냄새의 기억이 살아난다.
실내의 훈훈한 공기를 생각해 얇은 반팔티셔츠위에 볼펜을 꽂을 만한 얇은 셔츠를 하나 더 걸친체 체육복 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타고 향내를 찾아 나섰다.
새벽4시반이 조금 넘은 듯한데 신문돌리는 사람의 정리가 한창이다.
1000여세대에 200여부의 종합일간지를 정리하고 돌리는데 서너시간씩, 한 달에 40여만원 수입이니, 한부에 2000원 가량의 배달에 대한 원가계산의 근거와 함께 나이를 물으니 "60이 넘었지만 나이는 마음먹기 달린 것이며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니냐"며 멋적어 한다.
아차, 잠시 신문에 정신이 팔렸네. 내 10대, 20대의 향기를 찾아 떠나야지.
어느 여성 詩人의 싯구에서 내 어릴적 향수와 향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그 꽃! 아카시아,
그렇지만 그 시절에는 유월에 피던 꽃인데 오월도 초순인데 벌써 그런 향기가 바람을 따라 흘러온다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가 초래한 꽃과 시(詩)의 향연도 빨라지는구나.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ㅡㅡㅡ노천명ㅡㅡㅡㅡㅡ
아직도 동이트기 전 어둑스레한 하늘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불고 있으니 아카시아 나무가 많이 심어진 곳,
바닷가로 향한다.
새벽공기가 얇은 옷을 입기엔 아직도 손이 시릴 정도로 공기가 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시간인 다섯시, 개점한 지 반년가량된 외국패스트푸드점이 불을 밝히고 점원이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뛴다.
국내의 소자본의 기업이라면 저렇게 공세를 취하기가 어려울 텐데.....
통상의 한국 컨슈머 라이프스타일이라면 하루의 절반은 손익분깃점인 50%는 고사하고 30%도 못올리는 경우가 허다함은 밤을 좋아하는 술손님을 맞이하는 야간업소 조차도 새벽 세시가 넘으면 영업을 하는 곳이 50만 도시에 불과 열곳 이내라는 현상이 있는데도 24시간 공격적 영업을 하는 곳,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않은 식품산업 마케팅매니저의 관점에서 한밤을 우두커니, 그러면서 굳건하게 불밝히고 있는 모습에는 외식업계에서 후폭풍이 굉장한 공룡같은 존재.......
저렇게 왕성한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오니 국내 중소외식업계는 추풍납엽이 불보듯 뻔하니 한국적 차별화마케팅만이 생존의 유일한 대안.......
손님없이 불을 밝히는 외식점포를 지나 환호동 뒷산이 가까와 올 무렵 그 어린시절의 향기가 더욱 진해진다.
아직도 꽃인지 나무에 걸린 옷가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새벽, 동녁하늘이 붉은 홍조를 띤 소년소녀의 얼굴마냥 어슴프레 붉어져온다.
수년간의 공사끝에 얼마있지 않으면 준공식을 할듯한 6차선 도로가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도 눈에 뛰며 아침운동을 나선 사람이 곳곳에 보인다.
이제 바다다.
10여년전 아이가 다니던 학교를 지나 은빛 비단같은 물결이 굼실거리는 고요한 바닷가에 달리고 걷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과 활어차에 물을 쏟으며 패낮케 내빼는 화물차들이 간혹 보인다.
동이 트기시작한 잔잔한 영일만의 입구와 괴물같은 포스코의 굴뚝, 아파트단지......
낙엽같이 작은배들이 간간이 바다로 향하고 이제 해가 고개를 내밀 시간이 다 된듯 홍조를 띤 하늘에 도화꽃 마냥 붉음의 도가 무르익는다.
그림같이 고운 해가 떠 여남의 산모퉁이 옆으로, 묘박지에 정박한 모형배와 같은 외항선위로, 영일만에 해가 떠 오른다.
아직도 육지쪽에는 잠들어 있는양 움직임이 없이 어스름과 海霧가 짙게 깔려있으나 바다위로는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향기가 이제 완연하게 느껴진다.
미동조차 없는 나뭇가지에 하얀 영상만이 잡히며 꽃인지, 흰종이가 걸려있는지도 알수 없지만 그 하얀 빛은, 젖빛 아카시아의 모습이 틀림없음이 향기가 넘쳐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50여리의 자전거로 통학하던 중학교 시절 비포장도로 호숫가 옆의 가로수에서 이 맘때면 풍겨오던 그 냄새다.
군대시절, 휴전선너머 확성기를 통해 대남방송이 들려오던 전방부대, 아침마다 10km 웃통벗고 구보하던 그 비포장 길에 바로 이 냄새다.
새벽 네시와 밤11시에 도서관 불을 끄고켜고 하며 국립묘지 뒷산의 보랏색 라일락향과 섞여 산을 넘어오던 대학시절 5월말과 유월의 그 싱그러움이다.
志行萬里者 不中途而輟足 圖四海者 非懷細以害大
만리에 뜻을 둔 자는 중도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천하를 도모하려는 자는 작은 속 셈으로 큰 뜻을 그르치지 않는다.(‘三國志’ 吳書 陸遜傳).
學如不及 猶恐失之.
학문이란 미치지 못할 것 같이 서둘러 하면서도 오히려 잊어버릴까 두려워하라. -論 語泰伯편.
이 꽃의 향내음이 이십여년, 삼십여년 전으로 나를 끌고 간다.
왜 이 바닷가에서 이토록 오랜시간을 서성거리고 있나.......
뭐가 여운이 남아서,
아쉬운게 없는 이 곳에서 떠나지 못하나......
벌써 해는 중천에 떠 올랐고 이제 그 해를 바라볼 수도 없을 만큼이나 뜨겁고 눈부실터인데 .....
선착장에서 울먹이며 떠나는 님을 그리워 할 시절도 아니고, 경비함을 지키며 꾸벅이는 경비병을 꾸짖을 그런 직위도 아닌걸.....
어린이날 행사로 많이도 분주했을 경비함 호위병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발소리라도 줄여야지......
동빈내항 입구, 울릉도행 선착장의 맞은편 수산업협동조합 활어위판장에 활어경매가 한창인 모양이다....
오늘만이라도 바다에 나간 비용에 비해 이익이 많이 올릴 수 있는 어민들이 되소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이젠 떼거리로 지나간다......
저탄소녹색성장과 친환경 도시가 자리하는데 일조하는 글로벌기업 직원의 걸음걸이가 힘있게 느껴진다.....
좀 더 일찍 자전거로 출근함이 차량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악영향이 그만큼 적을 것이니 30분 앞서서 나오는 것이 30년은 더 건강히 살 수 있으리라.....
하지만
자전거를 타기엔 동빈내항 주변과 북부해수욕장변 외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자전거도를 만들었지만 불법주차와 배를 묶는 밧줄, 턱을 낮추지 않은 도로경계석, 보도블럭에 올려진 차들과 그것들이 만들어 둔 깨지고 뭉개진 기형 보도블럭 등등.....
교량과 도로의 턱이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감안하지 않은 체 건설된 탓이다.
문어와 바다장어가 활어위판장 보다 더 싱싱함으로 5월7일 아침의 죽도시장 바닥에 깔려 지천으로 늘려있다.
신광 비학산 법광사 목탁소리와 스님의 그윽한 득도의 낭송을 듣고 자란 고사리와 두릅, 쑥, 미나리가 죽도시장의 새벽을 덮고 있다.
싱싱함과 활기찬 오월의 새벽은 이제 완연한 아침을 맞고 있다.
얼리버드(early bird)가 많은 포항사람들은 이 오월에 지적, 도덕적, 합리적 이성을 갖춘 부자들로 영일만에, 해안가, 도로, 시장, 도서관에 넘쳐흐르고 있다.
영국귀족의 ‘노블레스(Noblesse, 명예) 오블리주(Oblige, 책임)’와 같이 ‘서구사회 지도층이 갖춘 정신적, 도덕적 책임’을 행하는 포항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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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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