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ㆍ추천: 0 ㆍ조회: 914  
|
|
|
[3월의 포토에세이]
ㅡ도음산나뭇꾼
집집마다 목련이 유난히도 많았던 대학시절의 캠퍼스 앞 양지바른 마을이 이맘때 즈음이면 유독 그 시절이 떠오른다.
강물이 들어오는 쪽에 사는 집들은 부촌인 반면 흘러나가는 강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마을은 쪽방들이 많던 빈촌으로 극명하게 엇갈린 그 곳에 봉오리가 오를무렵 목련꽃의 단아함은 빈부의 차이가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구별하며 극복하기 어려움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던 그 시절.
처음 만난지 30여년, 못본 지 수년째인 대학친구들이 대기업의 부장과 임원, 은행의 지점장으로 자리를 꿰찬 후 여유가 생겨서인지 지방의 서생으로 물러나 있는 곳을 장소로 택하고 토요일 오후에 들이닥친다는 말에 일찌감치 자전거를 타고 새벽시장으로 나섰다.
해가 막 떠오르는 영일만의 바다는 1미터 이상의 파도가 백사장으로 달려들고 집안에서 느끼지 못했던 추위지만 아직도 손이 시릴정도로 차가운 날씨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모래사장을 산책하는 사람조차 뛰엄뛰엄이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후 토요일 아침은 한적하기 이를데 없고 갈매기마저 날기를 힘들어 하며 모래판에서 먹을 것을 찾고있다.
상당한 예산을 들여 만든 해수욕장 옆 목재데크의 군데군데에는 빗물이 고여 산책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방해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음을 알 수 있는 3월 마지막 주말의 영일만 바다위 구름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민다.
오밀조밀하게 만든 텅빈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북부해수욕장 해안과 이어진 동빈내항변의 풍경은 바다의 파도높이로 예측할 만한 만큼이나 어선들이 빼곡히 갖혀있다.
동빈항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포항수산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위탁판매장까지 2km남짓한 거리지만 좌우측으로 유난히 많은 어선과 해양경찰 경비함이 항구를 가득히 매우고 있는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배도 보인다.
때마침 지나가는 동빈항 소속 해경순찰대원에 따르면 5월에 열리는 여수엑스포로 갈 선박으로 자동차를 실어나르는 전재선을 조선소에서 페인트칠을 비롯한 마무리작업이 진행 중이란다
수 년 전만해도 우중충하고 더럽기 짝이없던 영일만의 동빈내항이 박승호 포항시장의 획기적인 디자인감각과 현대화된 마리나시설에 기초해 탈바꿈을 시작한 덕택에 자전거타기와 산책에는 더없이 상쾌한 분위기로 일신했다.
항구 옆에 낚싯대를 메고있는 할아버지 형상을 비롯해 지개진 모습, 소주병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부두노동자와 닮은 조각상(像) 등에다 요트가 떠다니는 듯한 간이천막과 장애인들의 자활사업장인 히즈빈 커피숍 및 항운노조 건물디자인 등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도시디자인과 풍경이다.
집에서 오는 중간중간에 구경하랴, 사진촬영하랴 했음에도 자전거에 오른 지 불과 20여분만에 동빈큰다리를 지나 수협위탁판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아침이지만 대구와 구미 등지에서 주말휴가차 나온 사람에다 장거리를 보러나온 업소주인들로 풍랑주의보가 걸려있어 경매입찰을 대기하는 어획물은 적지만 유난히 분주한 어류판매장에는 전날에 잡은 문어를 낙찰받기 위해 중매인과 상인들의 발걸음로 바쁘다.
지난해 460억원 위탁판매고를 올린 포항수협의 1위 상품은 역시 동해용왕의 아들이라고 하는 문어다.
이놈들이 자신을 잡은 주인인 어민의 자루에서 풀려나자마자 위판장 바닥을 휩쓸고 다닌다.
어떤 놈은 중매인에게서 물건을 구매한 주인을 욕먹일 만큼 하수구의 쇠창살 틈으로 빠져나가는 등으로 잽싸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문어를 제외한 기타 어류들을 구경하기가 힘이 들 정도지만 이날은 딱 한번의 경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연안어족인 놀래기와 고동, 아귀, 망상어 해서 10여마리에 3만7000원에 낙찰된 것이 보인다. 서울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 삶아 먹을 염포탕용 중간치의 문어와 국거리용으로 작은 문어, 찌게용이자 건강식인 산골에서 나는 새벽시장의 냉이와 쑥, 민들레 등 봄나물을 준비하는 차례다.  선거가 임박했는지 포항남.울릉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모습도 시장에 등장했다. 봄이 오는 시장구경과 함께 멀리서 찾을 친구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도 많으니 죽도시장에 도착할 당시 묶어둔 자전거를 찾아 어서 돌아가야지...... ‘月下獨酌’. 李白斗酒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이백은 "한 말의 술에 시 백 편을 짓고, 장안의 저잣거리 술집에서 잠을 자네.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스스로 술 취한 신선이라 부르네” 山水之樂 醉翁之意不在酒 “취옹의 뜻은 본래 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在乎山水之間也 바로 산수 자연에 있다 . 山水之樂 산수 자연의 정취를 마음으로 느끼고 得之心而寓之酒也 술에 기탁한 것이다 ().” ,ㅡㅡㅡ구양수(歐陽脩). 飮酒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陶淵明 (도연명)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 속세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도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 수레와 말 왔다갔다 하는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구나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면 그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 마음이 세속에서 멀어지니 꼭 외딴 곳에 사는 것만 같노라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 :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며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 유유자적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 산의 자태는 석양 빛 속에 아름답기 그지없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 날아다니는 새들도 서로 함께 둥지로 돌아가네 此中有眞意 (차중유진의) : 이러한 모습 속에 삶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데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 : 그것을 표현하려 해도 할 말을 잊어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출처] 陶淵明 《飮酒》 |
| 
|
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