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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도 주민이 직접 뽑는다?
사하구 처음…“소통·화합” 긍정 반응
사하구 괴정4동 18통 지역인 오성아파트 주민들이 사하구에서는 처음으로 통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해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지자체 조례상으로 통장은 30세이상 65세이하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한 뒤 해당 동의 통장위촉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선정하도록 돼 있다.
이런 조례에도 불구하고 오성아파트 주민들이 통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기로 한 것은 무려 17년간 통장을 맡았던 전임 통장이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 두면서 주민들 사이에 주민 다수의 뜻으로 통장을 뽑음으로써 통장 선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이나 갈등, 분란의 불씨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
이에 따라 괴정4동은 오성아파트 4개동 192세대 431명(19세 이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14일 통장 선거를 실시했다.
불과 400여명이 참가하는 미니 선거지만 형식만큼은 여느 선거 못지 않았다. 괴정4동은 지난 1월28일부터 2월6일까지 공개모집을 통해 3명의 후보를 확정 지었고, 2월7일부터 13일까지 아파트 내 18군데에 주민투표 실시와 각 후보별 경력·소견을 알리는 공고문을 내붙였다. 이어 사하구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표소와 투표함까지 빌렸다.
투표는 괴정4동 주민센터 직원을 비롯해 통우회 회원, 지역주민 등이 투표 참관인으로 참가한 가운데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성아파트 관리사무소 3층에서 실시됐다.
유권자 431명 중 128명이 참가한 이날 투표(투표율 29.69%)에서 3명의 후보 가운데 우상주 씨(62·남)가 가장 많은 표(득표율 67.96%)를 얻었다. 우 씨는 주민직선으로 통장에 선출되기는 했으나 통장위촉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조례 때문에 오는 19일 열리는 통장위촉심사위원회의 적격여부 심사를 거쳐 통장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은 난생 처음 경험한 통장 선거에 대해 신기하고 놀라워하면서도 주민들의 뜻을 반영해 공정하게 뽑게 됐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모 씨(55·여·2동)는 “통장선거를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봤다. 생소하긴 하지만 정당하고 공정해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호감을 보였다.
박정관 씨(55·남·1동)는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을 골랐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 얼떨떨하긴 하지만 내 손으로 뽑았으니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가 된다.”고 웃었다.
박건영 통우회 회장은 “통장은 주민과 동 주민센터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이번 선거는 주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박우수 동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통장을 뽑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주민들이 하나로 화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주민들 스스로 뽑은 거니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런가 하면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렸다. 투표율을 높일 수 있게 투표시간을 조절했으면 하는 점과 후보가 누군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민은 “우리 아파트에는 반상회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런 선거가 있다고 하면 임시 반상회라도 열어서 후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지 않았겠나. 또 투표시간도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데 출근하는 사람들은 투표하기가 힘들다. 이왕 투표를 할 거라면 아침부터 하거나 토요일에 하는 방법으로 투표율을 더 높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모 씨(57·여·4동)는 “통장을 투표로 뽑는다는 이야길 듣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만 후보가 누군지 조금 더 알렸으면 좋았겠다 싶다.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 대충 뽑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사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박모 씨(57·여·4동)는 “주민들에게 작은 혜택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각 후보의 공약을 우선적으로 봤다. 그런데 붙여놓은 공고만 봐서는 후보를 잘 모르겠다. 단순히 붙여놓기만 하면 선거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후보가 자신을 알리도록 하는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18통 통장으로 선출된 우상주 씨는 “나도 주민투표제를 주장한 사람 중 하나였다. 주민투표제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우리 아파트에 독거노인들도 꽤 많이 계신다. 앞으로 어려운 가정 등 주민들을 두루두루 살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유경 기자(luvkyung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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