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외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상근부회장이 12일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원장 박주철 교수) 산학협력관 국제회의실에서 40여명의 테크노CEO 10기 원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연했다.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5대 경제단체 부회장 중 최고참인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이런 다양한 이력을 바탕으로 경제단체 부회장단 모임의 좌장도 맡고 있다. 부회장단 모임은 친목 도모 외에도 정부에 기업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에는 국회를 상대로 “노동법과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규제 법안을 보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날 이 부회장은 ‘2021년 국내외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먼저 이 부회장은 국내외 경제동향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 봉쇄조치 강화 등으로 2020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되었고, 최근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 추진 및 백신 보급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긴 하나 최근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 경기회복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라면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3%를 기록하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경험했으나, 2021년 세계경제는 6% 정도의 V자 반등의 형태로 경기회복이 될 것(IMF ′21.4)”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이 부회장은 한국경제・산업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크게 6가지를 꼽았다. 먼저, △저성장 고착화를 비롯하여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신산업의 부재, △기업경영 환경의 악화, △규제 일변도의 노동법과 경직된 노동시장,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 등이다.이동근 부회장은 저성장 고착화에 대해 “국내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7%대에서 2016년 이후에는 2% 중반으로 하락하고, 2010년 이후의 국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활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그 원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생긴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 투입력이 약화되었고, 경제 성숙화 및 대내외 경제충격 경험 등의 요인으로 투자 부진 및 자본축적 역량을 떨어뜨렸으며, 미흡한 혁신환경 조성과 규제개선 미비로 인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경제 역동성에 큰 제약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주력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중국의 산업경쟁력은 2010년 세계 5위에서 2018년 2위까지 빠르게 성장한 반면, 동기간에 한국은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성장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산업은 주요 수출시장 및 내수시장에서 전방위적 수요부족에 직면하고 코로나19 이후 안정성 확보와 미래차 전환준비 필요성이 확대됐다.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약 60%로 세계 최고이나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4% 내외로 미진한 상황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 하락 및 해외생산 비중증가로 주력산업으로서의 역할이 미진하다.
이 부회장은 주력산업 편중 및 신산업 성장 지체에 대해 “최근 10년간 국내 주력 제조업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오히려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내 부가가치 비중이 2000년 17.8%에서 2018년 25.5%까지 확대되었다.”면서 “정부는 바이오헬스,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 3대 신산업을 선정, 2030년까지 부가가치 비중을 확대하고, 바이오, OLED(디스플레이), 첨단가공장비(기계), 이차전지, 고부가철강,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 유망품목에 집중한 주력산업 성장 목표를 설정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가경제 위상 대비 규제경쟁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 점을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 한국은 美 포브스의 기업 경영환경 평가에서 161개국 중 16위를 기록했는데 기술(1위), 혁신(8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무역자유(75위), 부패(47위) 등에서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이는 OECD, G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 국내시장 규제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최근 反기업 입법 및 정책으로 기업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점을 사례로 들었다.
또 하나의 장애요인으로는 규제 일변도의 노동법과 경직된 노동시장을 들었다. △과도한 해고규제(해고의 ‘정당한 사유’를 엄격히 해석, 사실상 징계해고만 가능하고 정리해고 요건도 까다로워 도산 직전의 정리해고만 인정), △엄격한 배치전환(사용자의 인사권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강성노조가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배치전환에도 ‘노조의 동의 또는 합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변화에 맞는 탄력적 인력배치 불가), △경직적 임금체계(우리 기업의 지배적 임금체계는 연공급 형태, 호봉급 도입 사업장 비중은 55%),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산업 및 업무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로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이 어려움), △도급 등 외부인력 활용 제한(최근 일부 하급심 판결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적법한 사내도급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 그리고 △산업안전에 대한 과도한 규제(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022.1) 등이다.
이 부회장은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우리나라의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의 폐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5년간(′16~′20) 노사분규 건수는 직전 5년에 비해 31.2%, 근로손실 일수는 42.2%가 증가했을 정도로 대화와 타협보다는 물리적 투쟁과 압박 중심의 노동운동이 지속됐고, 최근 10년 사이에 노사협력 경쟁력이 95위(′08)에서 130위(′19)로 하락하면서 최하위 수준의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경쟁력을 보여줬다.”면서 “최소한의 경영유지와 기업생존을 위한 방어적 대체근로마저 금지되고, 사용자의 정당한 노무관리임에도 불구하고 부당노동행위 이슈화 및 고소, 고발이 남발되면서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가 가져온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첫째, 미중 대결 격화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확산으로 일자리 감소에 따른 탈세계화, 보호주의, 자국 이익주의가 심화될 것이며, 둘째, 디지털 경제와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원격의료・재택근무・온라인교육・화상회의・홈코노미가 활성화되면서 유망 신산업(바이오, 헬스케어, AI, 전자상거래, 빅데이터 등)의 육성기회 확대와 함께 가격보다는 신뢰성・안전성을 보다 추구하는 등 경제・산업의 구조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기업의 역할에 대해 “ △첫째, 우리 고유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R&D 투자를 확대하며 우수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라. △둘째, 신사업 진출 및 플랫폼 비즈니스 접목 등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라.(Digital Transformation) △셋째, 혁신 기술산업・서비스 산업으로 진출을 강화하라.(전 세계 유니콘 기업 324개 중 90%가 서비스기업) △넷째,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 및 수입선을 다변화해 효율성과 안정성 면에서 조화를 꾀해라. △다섯째, 고용・근무 형태의 변화 및 노무・인사 리스크 대응 등 코로나 이후 패러다임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라. △여섯째, 다가올 ESG 경영에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노동부 사무관(행정고시 23회)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무역투자실장 등 요직을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올해 2월부터 경총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정책 입안과 집행, 경제단체,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한 셈이다.
울산대 산업대학원 테크노CEO 과정은 국내 석학 및 최고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이공계 기반의 최고경영자 과정으로 지역의 기업이나 각 분야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경영에 필요한 제반 지식과 기술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사회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폭넓은 교양과 덕목을 접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고,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최고경영자들 간에 유대관계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테크노CEO 10기 과정(원우회장 송재훈 ㈜우영엘앤디 대표)에는 조기홍 울산광역공장장협의회장(바커케미칼 부사장), 송근 여천단지공장장협의회장(후성 공장장) 등 대기업 공장장 및 임원 13명, 중소기업 CEO 28명, 조강식 남부소방서장 등 공공기관 5명, 금융업 2명 등 총 48명이 4개월간 수강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