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 묻혀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느림과 인내에 여유와 자기성찰를 갖도록 하는 한국 전통의 옷, 누비(縷緋)

바늘땀 간격 2.8mm 정성…"누비는 민족정신의 산물"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이 22일 오후 경주시 탑동 서남산 아래에 위치한 (사)누비문화연구원을 찾아 40여년간 전통복식과 손누비를 연구하고 전통 천연염색을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김해자(65)원장과 수련생들을 격려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전통의 맥이 끊어진 누비옷을 20대 초반 한복을 지으며 우연히 누비 승복을 본 후 그 매력에 빠졌고 그러던 과정에 대한제국 침방 나인으로부터 구전으로 전해진 누비기법을 알고 있던 스님을 찾아 3개월 정도 누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2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누비에 몰두를 시작한 김해자 원장,

연구에 연구, 더 나은 누비옷 제작을 위해 전통 복식과 장신구 등을 전시한 단국대 ‘석주선 기념박물관’을 찾아 유물을 스승 삼아 정진을 한 결과, 80년대 중반 유물 114호인 전통 누비옷 ‘옆액 주름포’ 재현에 성공과 함께 전통 유물의 바느질 땀 간격 3㎜를 2.8㎜까지 누빌 수 있는 공을 들였다.

이러한 누비옷에 대한 그의 독창성과 전통성은 1996년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으로 정부가 지정, 인정을 한 것이다.

누비(縷緋)는 승려의 납의(衲衣)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승복(僧服)으로 안과 겉을 맞춘 두 겹의 옷감 사이에 솜을 두거나 또는 두지 않고 홈질, 일정한 간격의 세로선이 반복되는 줄누비 형태가 나타난다. 여기서 납(衲)은 누덕누덕 기웠다는 의미다.

직물의 재활용이나 보강과 방한, 장식을 위한 누비는 주로 복식과 침구류 등의 실용적인 목적외에도 솜을 두지 않고 두 겹의 천만 누비는 겹누비, 입체적인 비선을 나타내는 오목누비, 색사를 사용해 기하학적인 곡선을 표현하는 색사누비같은 것은 장식적 목적에도 사용되고 있다.

한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조선 순조 때 미망인 유씨 부인이 부러진 바늘에 대해 그 안타까운 심정을 제문형식으로 읊은 국문체 고전수필 ‘조침문’,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의 명물이요, 철(鐵) 중의 쟁쟁(錚錚)이라. 민첩하고 날래기는 백대의 협객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의 충절이라. 추호 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와 비단에 난봉(鸞鳳)과 공작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이 미칠 바리오.’

어머니와 할머니들 삶에서 바늘(세요각시)과 ‘규중칠우’(閨中七友) 등에 나타나는 한과 슬픔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 옷, 누비
김차관은 바늘질을 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수고를 그렇게 생각하며 김해자 원장과 수련생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웠다.

▲ 김해자 원장의 누비옷을 입어보는 김성렬 차관  

▲ 김차관(가운데)과 담소를 나누는 김원장(사진 좌측)과 마을주민

▲ 누비장인 동생을 뒷바라지 하는 김명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