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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다움’ 회복, 반성의 출발
하늘 옷(天衣)을 꿈꾸며 들로 나갑니다.
이병석 국회의원(포항 북)은 29일 19대국회 전반기부의장직을 끝내며 안전과 계파갈등의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한 정치와 영호남 의원의 화해 등에 대해 국민과 동료의원들에게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선배 · 동료의원 여러분!
국회부의장의 직을 떠납니다. 하늘 옷을 꿈꾸며 들로 나갑니다. 한 실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실이 들어와 아름다운 천을 짜는 베틀의 잉아처럼, 박자와 박자 사이에 치고 들어와 더 맑게 영혼을 울리는 판소리의 잉아걸이처럼 끝도 아니고 새로운 시작도 아닙니다. 하늘 옷처럼 작위도 없고 매듭도 없는 ‘큰 소통의 정치’는 여전히 미완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돌이켜보면 몸싸움을 하지 않고 부의장 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2000년 7월 초선의원을 막 시작했던 저는 당시 김종호 국회부의장의 집을 찾았습니다.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려는 국회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서였지요.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국회부의장이 된 저의 출근을 막기 위해 제 집을 찾아와야했던 야당 국회의원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새만금과 포항, 대한민국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기 위해 영·호남 의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영·호남 의원 모임에 참여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서로 오가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국회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때, 여·야의 중진의원들과 만나 고민했던 아침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의원외교도 제게 주어진 주요한 임무였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주한대사를 국회로 초청해 북한의 핵문제와 일본의 재무장화 등에 따른 우리 국민의 우려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계파화합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의 계파갈등이 얼마나 국민과 국가를 위태롭게 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의장의 권한이 많지는 않았으나 저는 계파를 떠나 많은 국회의원들의 일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많은 국회의원 토론회에서 했던 축사와 격려사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권을 다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제가 지금 몇 몇 보람 있었던 일을 억지로 떠올리고 있지만, 마음은 매우 무겁습니다. 대한민국의 국회부의장이었으면서도 국민여러분들께 닥친 엄청난 불행을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넋을 놓고 그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을 생각할 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세월호참사’는 저를 비롯한 모두에게 근본적이고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드러난 몇 몇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그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뼈 속에 새겨야합니다. 책임을 다하려고 한 전수영 선생님과 박지영 승무원, 이광욱 잠수사를 비롯한 시대의 영웅들을 가슴에 담아야 합니다.
저는 ‘국회다움’을 회복하는 일이 우리 반성의 출발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애써 작은 보람을 되새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해 미처 다 하지 못한 그 일들을 19대 국회 하반기 의장단에서는 꼭 이뤄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몸싸움을 그만 둔 대신, 더 깊고 풍부한 ‘설득의 기술’ ‘타협의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합의하지 못하는 의제 하나가 모든 것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의제를 먼저 처리하고 쟁점 의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토의하는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에서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의장단이 국회다운 국회를 만드는데 지혜와 열정을 다 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부의장의 직을 마치면서 보니 부끄러움이 대가였고 보람은 덤이었습니다. 임기 동안 제가 조금이라도 잘한 것이 있다면 모두 여러분의 덕이었고 잘못한 것은 모두 제 몫입니다. 강창희 의장님의 나라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박병석 부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국회사무처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와 국회도서관 직원 여러분의 성실한 보좌를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쌀’을 발음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야가 강하게 대치했던 2013년 2월 제 어눌한 발음을 두고 여·야 의원들께서 한 마음으로 크게 웃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쌀’ 발음을 영원히 고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일상이 늘 웃음으로 가득차길 바라는 저의 꿈도 영원합니다. 이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세월호’의 희생자와 영웅이 제게 맡긴 숙제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바느질 자국도 매듭도 없는 하늘 옷 같은 ‘큰 소통의 정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보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 옷(天衣)을 꿈꾸며 들로 나갑니다.
대한민국 국회부의장
이 병 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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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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