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뉴스 (ynnews).

시(Poem)

ㆍ작성일	2014-09-15 02:18

ㆍ추천: 0

하루가 끝나가는 시각

서산 너머로 붉은 기운이 사라져가는 시각
그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달래야 했던가

얼마나 오랫동안 해가 지는 서쪽 산을 바라만 봐야하며
얼마나 나 자신의 무능을 한탄하며 소주잔을 기울여왔던가

땅거미가 길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는 한숨소리가
완전히 해가 자취를 감추고 나면 술병의 술이 자취를 감추고 없어지고
쓰다만 글의 의미조차도 헷갈린 시각들이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15년이 흘렀건만 변화는 없다.

목련같은 소녀가 도서관을 찾았던 캠퍼스의 그 봄날 이후 3년여 동안
제대군복으로 왕래하며 그 어떤 한마디 없이 미소로만 주고 받다가
졸업식날 딱 한마디
"널 좋아했다"고
그런 후
덜컥 내려와 버린 고향의 바닷가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연을 맺으면서
그 성숙해진 여인에게서 3년만에 한마디 남기며 약속한 것 조차 망각해버린 이후
간혹 들리는 구멍가게 같은 약국의 하얀가운입은 그녀도
이젠 반백년이 다 되었네......

8년여의 세월을 어지러운 시절속에서 좌충우돌했지만
끝내 이방인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젊음
그리곤 더욱 진한 암흑속에서 묻혀져버린 장년기

어찌 이리도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가

가을냄새가
삶의 방향을 잃고 정처없이 방황하는 영혼이 숨죽이듯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물씬 풍기는데
소줏병에 액체가 어느새 제자리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살고 있는 이유는 뭔가?
뭣때문에 아야하는가?
내가 스스로 파기해버린 약속을 지키려 고집부리며 헐떡이지만
나의 가치는 어디에서 그 어드메서도 찾을 수도 없는데......

땅거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검은 적막만이
알콜에 찌든 멋적은 숫놈을 삼키고 있네.....

2014.9.15 도음산나뭇꾼

영남뉴스(ynnews.pe.kr/(sea4seaso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