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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4-01-2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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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한겨울, 도음산나뭇꾼의 겨울 추억
춥고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동지 섣달의 기나긴 밤을 위해
온돌방을 데우는 산골의 집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 오른다....

따뜻한 아랫목을 누가 차지할 집인 지 알수는 없으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로 봐서
내일 새벽녁 까지는 그 온기가 이어질 듯 느릿느릿 하다.....

30여년도 지난 그 옛날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 짓고
소먹이까지 아침저녁으로 짚풀을 삶아
인간은 물론 동물까지 배를 채우게 한 추억들......

리어카와 경운기가 지개를 대신하기 이전
방학만 되면
하루 삼십리 이상을 지개지고 온 산을 헤매이며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 다니던 그 시절

논밭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이후의 농촌마을은
집집마다 땔감마련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 시절
집안에서 가장 큰 일꾼이자 보물
사람이 아닌 소를 위한 먹잇감 풀을 삶아 주느라
자신들이 먹는 밥을 짓는데 들이는 나무보다 몇배나 더 많은 땔나무를 하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시기

초저녁이면 절절 끓던 아랫목에서 웃목까지
아침밥을 지을 새벽이면 아랫목에 겨우 온기만 남던 그 때 그 시절

차가운 방에서 온 가족이 몸을 녹이고
긴긴 겨울 화롯불을 끌어안고 살다시피하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먼 골목길 물동이로 사시사철 물을 길러나르고
양식을 씻고 밥을 지어야 하며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도록 겨우내내 쌓인 눈 탓으로
수북이 쌓인 눈이 물 길어나르는 수고를 덜어주던 그 어린 시절

눈이 와서 즐겁지만 땔감 준비가 또 다른 큰 고역이던 1970년대의 시골

김장과 동치미, 무, 배추, 밤, 곶감이 흙 구덩이속에서
가족의 수에 따라 몇개의 구덩이를 파고 단지에 묻었던 그것에
가마니를 짜 달구지에 싣고 장에나가 꽁치와 고등어로 바꾸어 오는 날이면
김장을 하다 처마에 걸어둔 우거지와 시래기를 넣어
푹 익혀낸 조림이 소고깃국 보다 더 맛있게 먹었던 시절

온통 가을 속에서 추수한 먹거리로 겨울을 나던 자연 그대로였던 산골 추억이
오늘따라
시골집 반화목 반보일러방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회상에 젖어 본다.......

40여년이 다된 새마을 운동 당시에 바람막이용으로 쌓아올린 벽돌 담이
이젠 시멘트 기운이 다 빠지고 모래조각들만 엉기성기 남아 있는 아련한 농가 아닌 농가
움푹 패인 비포장도로가 아스팔트로 바뀐 이후

태평양전쟁도
일제의 가혹한 그 수탈기에도
육이오 난리에도 살아남았던 기운 왕성하던 농부,

미처 뒤따르지 못한 문명의 이기와 제도의 차이에
느릿한 농기구가 다니던 그 도로에
재빠른 차량의 통행으로 인한 사고
자식들과 안녕이라는 인사도 못나누고 떠나간 고생만 하던 농부
아버지가.....,

황토흙 벽의 온돌방에
장작을 던져 넣는
쭈글쭈글한 껍데기만 남은 거친 밤톨 같은
여든 다섯의 홀로 세월을 견디는 노모를 보며
반백년이 넘는 세월 중 오늘 따라 먼저 떠나간 농부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잘고 짧은 마른 마뭇가지를 불 속에 던져넣는
윤기가 다 빠진 노모를 대신해
내일 새벽까지 너끈하게 방을 따습게 해 줄
굵은 통나무를 구들장 깊숙한 곳까지 데울 수 있도록 밀어 넣어 봅니다...........

2014.1.26
도음산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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