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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12-2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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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의 서민

문어 몇마리에 오징어 몇상자를 두고 중매인들의 숫자가 더 많은 송도 모랫톱을 바람막이로 하며 그 뒷 편에 있는 포항 동빈항변 수협 위판장의 동지 섣달!

고기도 별로 나지 않지만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바닷바람이 부는 추운날씨 탓으로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역시 보이지 않다보니 수요 대비 공급량은 많지 않더라도 가격은 그럴만한 선에 형성되고 있다.

오징어 순대를 하면 딱 좋은 갓 잡아올린 횟감용 오징어가 추위 탓으로 몇일 된 듯한 축 늘어진 모습으로 경매를 대기하고 있거나 이미 끝났지만 구매하려는 고객의 발길은 끊어져 있다.

얼어버리는 날씨 탓에 금새 윤기가 사라지는 듯하다.

숨이 헉헉 막힐 정도로 불어대는 영일만 바닷바람에 떠 오르는 해마저 힘을 잃은 듯 하얀 백사장을 홀로 걷고 있는 사람이 어쩐지 어색하다.

연중 가장 긴 밤을 보낸 탓인 지 광채를 잃은 남회귀선으로 내려간 동지 (冬支) 다음날, 호미곶 반도 너머에서 떠 오르는 햇살이 파도조차 가냘프게 숨을 쉬는데도 바다를 건너는 순간 마지막 마지막 힘겨운 빛을 토해내듯 엷은 분홍색으로 변해있다.

음력 칠팔월의 온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그 붉음은 어디로 보내 버렸을까?

그렇게 북적이던 오거리와 남빈동사거리 사이의 새벽시장이 섣달을 앞둔 동지 다음날 다 아침,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없고 추위에 견디는 내성이 생긴 늙은 장사꾼들만 서너명 옹기종기 모여있다.

여명이 비치는 일곱시경이지만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으니 서둘러 가지고 온 보따리를 꾸려 자리를 떠나는 모습들이 보인다.

비오는 날 몇일을 뺀 연중 내내 장사를 하던 이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따스한 아랫목에 밥 한공기는 묻어져 있을까?

내일 펑펑 눈이 내려 나오지 못할지라도 뒤주에 먹을 보리,쌀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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