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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10-2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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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천년 들녁을 보며......

황혼으로 물드는 천년수도의 들녁에서
죽음을 본다.

유구한 그 세월동안 꿋꿋이 지켜 서 있던 돌탑은
비바람에 무너져 흩어졌고
억겁의 시간이 지난 후
웬지 모를 엉성함으로 자리를 하고
황혼으로 물든 가을 들녁을 내려다보며
갈 길을 잃은 나그네마냥
우두커니 서 있다.

황금빛 들판이
짙은 갈색으로 변화를 계속하다
하나 둘 쓰러져 간다.

골마다 산안개가 덮쳐오는 가을 들녁으로
황혼이 물든다.

아름닫다 못해 활홀함으로 가득한
저 가을들판으로
어둠의 땅거미가 길게 드리운다.

갈길을 잃은 나그네의 발길마냥
이 가을도 쓰러지고 있다.

제 아무리 조각을 모아
천년의 탑을 세운들
영겁의 시간을 버틴 조각과는
갈림길에 선 연인사이와 비유할 수 있듯
가을 황혼이 물드는 산위에
우두커니
쓰러지는 가을마냥
참담함으로 서 있다.

조각가와 고증을 하느라 피로에 지친 학예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기는 커녕
원망하듯
신구가 모여진 돌 조각은
또 다른 수많은 시간을 위해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녁을 내려다 보며
우두커니
버티고 있을 뿐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리를 터득한
붉은 노을이 물들다 잠자리에 든
변함없이 천년을 흐르고 있는 강물을 부러워 하듯이.......

2012.10.20 도음산 나뭇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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