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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08-24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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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 ㅡ도음산나뭇꾼
빗소리가 아스팔트 바닥의 고인물에 떨어지는 듯
철퍼덕하며 울어재치듯한 소리
소슬한 바람이 살짝 여민 방안을 휘젓는다.

한달여간의 그 뜨거웠던 땡볕이
가을을 재촉하는 장대비에 드디어 쓰러졌다.

1. 긴 겨울과 짧은 봄
길고 긴 늦추위와 갑자기 찾아온 짧은 지난 봄같이
짧은 장마와 징글징글한 뜨거운 뙤약볕이 마냥 덮쳐왔던 두어달

춥고 긴긴 겨울동안 잔뜩 기다렸던 아카시아는
갑작스레 뜨거웠던 몇일사이에 피어나고
뽀얀 몽우리가 채 성숙을 나타내기 전에
우유빛 꽃술이 땅으로 나뒹굴었다.

그러는 사이에
꿀을 흡입하려 잔뜩 기다렸던 꿀벌은 닭쫓던 개마냥 헛물을 키며
꿀벌장수의 꿈마저 허무가 됐다.

2. 여름과 초가을
목줄에 줄줄 땀이 흘렀던 아삽여년 만에 찾아온 더위가
무작정 쏟아대는 빗줄기에 어이없이 가을을 맞아들인다.

자연은 처서를 어찌 눈치 챗을까?

사방이 유리로 갖힌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열기에
파죽음이 된 샐러리맨들의 땀은
갓 세탁해 늘어둔 옷보다 더 젖었던 길고길었던 그 여름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에 얇은 잎파리들은 녹아져내렸고
사과, 복숭아, 포도의 열매는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굵지를 못한체
땅으로 쓰러져 내렸다.

그 짧은 봄에 벌과 나비가 헛물을 켰듯
성장한 나무에 맺혀 결실을 기다리는 이 멸매들의 속절없는 허무는
누가 채우나!

갑자기 찾아온 가을은
벌써
춥디추운 겨울을 예고하지만

헐벗은 재래시장 좌판의 아지매는
속절없이 날라다니는 파리를 쫓아
허리도 못펴는 꾸부정한 뜨거움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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