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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04-0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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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강가로 왔을 때
우리가 강가로 왔을 때 우리는
오랫동안 나룻배 안에 앉아 있었지
이때 하늘은 바로 물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비친다는 것을 알았어
몇몇 작은 물고기들은 배나무 사이로
날아갔지. 비행기는 호수를 가로질러
헤엄치다가, 조각으로 부수어졌어
얕은 곳 수양버들 둥치에

- 수양버들 둥치에
우리의 꿈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찢겨진 나라에서
상처는 제대로 아물려고 하지 않아
더러운 붕대 아래에서
우리의 친구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너는 어떻게 될까-
이곳을 기꺼이 떠나고 싶어
여기에 기꺼이 머물고 있어
- 기꺼이 머물고 있어
- 볼프 비어만(1936~ ) / 전영애 번역

류신의 『장벽 위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에서 인용한 시다. 서독 출신의 비어만은 공산주의가 인류를 구원할 거라는 꿈을 안고 16세에 동독으로 간 사람이다. 그러나 동독의 사회주의 현실을 비판하는 시와 노래로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서독으로 추방당한다. 이 사건은 동독 몰락의 도화선이 된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는 동독을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비판했다가 오히려 그 사회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한 시인의 심정이 드러나 있다. 유토피아를 꿈꾸다 그것을 잃게 되는 이의 심정이 물속에 비친 하늘과 수면에 부서지는 비행기 그림자처럼 흔들리고 있다. 여기가 어디든 늘 떠나고 싶으면서 동시에 머물고도 싶어하는 심정, 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늘 겪는 갈등, 물 위에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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