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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04-09 23:16
ㆍ추천: 0      
봄날
양지쪽엔 쑥이 제법 새순을 틔웠다
봄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른 봄날
모양낼 것 없고 생긴 대로 깨끗하게만 해 놓으면 되는 월세방 일은 쉽게 끝났다
연장을 챙겨 나오다 보니 주인이 대문에 종이를 붙인다
언뜻 보면 반야심경 한 구절 같은
‘삭을새놈 보증오십 월십오만 지름보이라’

보증금 다 까먹고도 안 나가는 통에
내보내는데 애먹었다며 투덜거려도
유리테이프로 꼭꼭 눌러 붙이는 솜씨 능숙하다

누군가 인생의 한겨울 삭히고 떠나며 남긴 게송치곤 남루하다.

—강병길(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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