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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Poem)
ㆍ작성일 2012-02-18 01:34
ㆍ추천: 0      
종이 인형
종이 인형

김선호










당신의 손끝에서 태어나

지문을 먹고 자랐다

심장에 붉은 꽃을 색칠하며

내 몸에 무늬를 그리던...




색연필로 그려진 입술이

크게 웃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급히 구석에 처박고

발자국 소리를 마침표로 남기고 떠난 후




기를 쓰고 늘려도 자라지 않는 키와

무릎에서 펄럭임을 멈춘 스커트 자락

글썽이는 눈물은 눈썹에 맺혀 떨어질 줄 모른다




나는 처음부터 만져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구겨지고 나서야

눌려진 감정은 원상태로 돌아갈 듯 움직이고

파지 조각으로 잘릴 때마다 터지는 웃음




뒷면에 흰 백지를 남겨놓고

당신의 잃어버린 무늬를 기다린다

[출처] 종이인형|작성자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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