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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언론과 가짜뉴스, 신뢰와 공익은 어디에
언론의 자유는 자유 민주주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출판의 자유를 헌법 제21조에 규정함으로써 시민적 자유보다 더 우월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처럼 언론의 자유는 개인의 권리 보호 측면을 넘어 국가의 민주질서를 형성하는 불가결한 제도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없던 다양한 정보전달 수단들이 생기고 방송 기법들도 더욱 다채로워졌다. 우리는 날로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으며, Youtube, Facebook, X 등 다양한 개인 매체가 뉴스의 생성과 전파에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 속에 정제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이 전파되면서, 가짜뉴스가 국민의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교란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랐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는 뉴스이다.
2008년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체포 사건부터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논란까지, 가짜뉴스와 관련된 이슈는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가짜뉴스는 의도를 갖고 여론을 조작해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를 떠올리게 한다.
가짜뉴스의 핵심은 내용의 허위성과 그 의도성에 있다. 그 폐해는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허위 혹은 왜곡된 내용을 생산·배포함으로써 집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과장이나 사소한 오류를 넘어, 전 세계에 전파되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외교에서의 신뢰를 손상할 만한 왜곡 사례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특정한 정치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짓 정보의 의도적인 생산·가공·유포는 주류 언론기관에 의해 얼마든지 자행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의 공신력과 취재와 편집기술 등 인력을 고려할 때, 그 폐해는 개인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포된 가짜뉴스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이면에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프랑스 인권선언 1조에도 "사상과 의사의 자유로운 표현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이다. 모든 시민은 자유로이 발언하고 기술하고 인쇄할 수 있다. 다만 법으로 규정된 경우로서 그 자유를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군사정권이 언론을 통제하던 시절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분투했던 언론기관의 노력이 너무나 퇴색되고 있다. 상업적·선정적 보도와 논평에 대해 비판과 함께 자제와 자성을 촉구해야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극단적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이 국민분열을 야기하고, 정치혐오와 팬덤 정치가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언론마저 부화뇌동하여 팬덤 언론으로 이 판에 동참하고 있다.
언론은 그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의 자유가 어떠한 이유와 상황을 막론하고 무조건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절대적 자유인 것으로 오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은 분명 공익과 충돌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며, 지금의 팬덤 언론에 휩쓸린 상황을 스스로 타계해야 할 것이다. 외부적 규제보다 언론의 자성만이 올바른 여론형성과 언론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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