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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
북한의 광명성4호 발사를 계기로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단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 협조를 끌어내고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하는 반면, 비판하는 측에서는 개성공단 중단이 남북 간에 남아 있는 마지막 끈마저 끊어 놓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누구 말이 옳을까? 이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그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앞장섰으며 `협상의 귀재(鬼才)`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혜안(慧眼)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김 전 회장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 대북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3명이서만 20여 차례에 걸쳐 단독 회담을 했다. 그 결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도출해 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정상회담도 거의 합의 직전까지 끌고 갔다.
김 전 회장은 김영삼 대통령 때에도 북한을 방문해서 1994년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일성의 급사(急死)로 인해 안타깝게 무산됐던 이 합의는 북한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당시 북한에 이미 들어가 있던 김 전 회장이 막후 작업을 대부분 했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은 김 전 회장을 굉장히 좋아해서 대우에 남포공단을 설립할 수 있게 해주고 100만평(330만㎡)의 넓은 땅을 내주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실험적으로만 남포공단을 운영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전력, 유류 등 에너지 공급이 잘되지 않는 실무적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북한에는 체제 유지가 최우선 과제였고 이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숙련공을 열심히 훈련시켜 쓸 만하게 만들어놓으면 며칠 뒤 사람이 바뀌었다. 북한 당국에서 근로자들이 남한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막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 전 회장은 북한을 개방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내에 공단을 만들 것이 아니라 동북3성과 같은 제3국에서 남북 합작사업을 하면서 북한 인력을 외부로 끌어내어야 한다는 지론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구태여 북한 내에 공단을 만들어야 한다면 제3국에서 경험을 쌓은 북한 인력이 북한에 돌아가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업체들이 북한 내에 공단을 만들면 사업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그 사업을 볼모로 삼아 북한이 오히려 개방과 어긋나는 일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 전 회장은 대우 해체 뒤 해외에 머물고 있던 2000년 남북한이 개성공단 설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2002년 중국과 북한이 합작으로 만드는 신의주 공단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공단을 중립지대에 만드는 것이 좋다면서 거절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우려는 그동안 계속 현실화됐다. 북한 측이 갑자기 임대료나 임금을 대폭 올려 달라고 요구할 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을 때마다 개성공단 인력의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한 언론에서는 이번 개성공단 폐쇄를 `북한의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번 폐쇄는 북한 내 공단이 갖는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평가 없이 북한 측의 선의(善意)에만 기댔던 협상력 부재(不在) 대북정책의 자업자득 성격이 더 크다.
개성공단이 만들어졌을 때에 한 은행가는 자신이 관리하는 중소기업이 개성공단에 가겠다고 하니까, "우리 은행에서 빌린 돈 다 갚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리스크는 은행이 부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책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낫다. 그것이 정치적 결단이다. 고통과 비용이 따르더라도 리스크와 비용을 더 키운 다음에 그만두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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