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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생산성
우리는 2016년 새해를 맞았다. 사람들은 흔히 새해의 소원을 빌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새해 첫날을 출발한다.
그것을 좀 더 감동적으로 새기고자 바닷가로 몰려들어 일출을 맞으며 포효하는가 하면, 높은 산으로 올라 큰 자세로 기도한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그 감정이 식어지고, 해의 중반을 넘기면서 무엇을 스스로에게 다짐했는지를 잊고, 그냥 주어지는 대로 일상을 소화하다가, 세모가 되면 후회와 더불어 자신의 변화와 발전을 또 내년으로 담보 잡힌다. 그러면서 나이는 들어가고….
영어로 새해 첫 달을 January라고 하는데, 로마의 신인 Janus로부터 온 단어이다.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시작과 변화의 신이다. 한 얼굴은 과거를, 또 한 얼굴은 미래를 가리킨다. 이 두 개의 얼굴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무엇의 시작(혹은 변화)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소원을 비는 목표는 대부분 미래만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무시하는 미래의 표적은 그 성격이 모호하고 연결되지 않은 과거는 그 방향이 흐릿하다. 한 마디로 과거를 꿰뚫어보지 않은 미래는 정확한 포착점이 없다.
이제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자. 반성은 단순히 지난해 일어난 일을 떠올리는 것 만이 아니다. 사건을 시간대로 정리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교훈을 얻을지는 몰라도 사물의 법칙이나 원리를 깨달을 수가 없다. 찬찬히 그리고 신중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하는 것을 따져보면 물리(物理)와 사리(事理)를 판별할 수가 있다. 무릇 모든 일은 이치가 있는 법이고, 이것을 인지하면 그것의 인과를 알 수 있다. 사건만을 아는 것을 지식이라고 하고, 사건의 인과를 지각하는 것은 지혜라 부른다.
사람들은 많은 지식을 쌓으면 교육이 성립되고 지혜가 얻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다량의 지식을 쌓은 사람이 도리어 숨통이 꽉 막힐 정도의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가 지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혜는 소화된 지식의 활용으로 드러나는 지적 구조다.
지혜는 통상 과거의 사태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유무가 드러나는 무엇이다. 따라서 많은 과거의 사태를 회고하고 재 서술하는 과정에서 명징한 논리적 사유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지혜는 풍성해진다.
그리고 지혜는 반성을 통해 정직하고도 용감한 체계화와 표현을 통해 잘 드러난다. 아무리 탁월한 지식이라고 해도 그것이 부정직한 자의 손에 들어가면 속임수가 되고 사술로 둔갑한다. 진리를 함유하지 않은 지식, 정직으로 체계화되지 않는 진리는 그 자체가 진실임을 거부하는 어불성설이다.
모든 가치체계는 진리 위에 정초해야 그것의 가치를 실현한다. 이제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반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바람직한 희망이나 목표는 결국 참된 지식체계를 통해 실현 가능한 그 무엇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이제 우리는 살아 숨 쉬는 올해의 참다운 설계를 위해 철저한 반성으로 무장돼야 한다. 올 해를 시작하는 첫 날, 우리는 살아있고 실현가능한 올해를 만들기 위해 철저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자.
그럴 때, 우리의 올해 설계는 더욱 알찬 계획이 될 것이다. 오늘의 반성을 거름으로 삼고 새로운 병신년의 아침을 출발하자. 반성을 통해 올해와 내년이 실질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번에는 생명력 있는 야누스를 만들어보자.
신상형 안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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