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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ㆍ작성일	2015-12-0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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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 4.0 패러다임으로 바꿔라
중국의 ICT굴기
무역의 날이 올해로 52돌을 맞았다. 이날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무역입국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한국은 1974년 무역 10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2011년 무역 1조달러를 기록했고, 올 들어서는 수출 순위가 작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6위에 이르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무역 여건이 크게 변해 수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세계 경제는 이제 양적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 경제 하강도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수출의 새 패러다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출은 경제의 근간이자 저성장 탈피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 수출은 드라이브를 걸던 `1.0` 이후, 중화학 중심의 `2.0`, IT 중심의 `3.0`으로 진화를 거듭했지만 최근 뉴노멀 시대 도래로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제 `고(高)투입 고(高)성장`이라는 구조적 관성에서 벗어나 `한국무역 4.0`으로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외형적 확대보다는 부가가치, 성장잠재력, 고용창출 같은 가치창출의 개념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먼저 현재의 노쇠한 주력 수출품목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아야 한다. 우리나라 10대 수출품의 진입 기간이 평균 22년에 달하고 철강, 선박, 반도체는 38년째 10대 품목에 포함돼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10대 품목 중 5개가 바뀌었다. 우리가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산업혁신에 머뭇거리는 동안 중국은 역동적으로 수출구조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우리도 수익성 높은 미래 성장산업에 올라타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의 신성장산업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그린도시, 친환경 자동차, 헬스케어 분야가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강점인 빠른 추격자 전략과 과감한 투자를 병행한다면 이런 분야에서도 시장 선도자 역할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스마트화를 통한 제조업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선진국은 사물인터넷(IoT) 혁신을 기반으로 생산성, 속도, 유연성을 제고해 나가며 제조업의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진 서비스, 구글의 자동차와 로봇시장 진출이다. 우리도 주력 제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연결과 융합을 통해 체질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서비스와 소비재 수출 확대도 중요하다. 세계교역의 부가가치 중 40%가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서비스 부가가치에서 세계 38위에 불과하다. 디자인,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로 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소비재 수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실용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류를 접목한 독특한 명품 소비재를 개발해야 한다. 한국에도 프록터앤드갬블(P&G)이나 네슬레,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등장할 때가 됐다.

해외 네트워크도 넓혀야 한다. 지적재산권이나 수출생태계를 통해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수출이다.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가공무역, 거래 기회를 포착하는 중계무역, 혁신과 R&D를 요구하는 제조 무(無)공장이 좋은 예다. 기술과 지식, 기업가정신만 있다면 국내외 어디서든 수출역군이 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도전과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수출을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창조적 DNA를 갖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작은 제품까지 수출하는 인해전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 수출은 시련과 극복의 연속이었지만 세 차례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매번 다시 일어섰고 도약할 수 있었다. 한국 무역이 `4.0 패러다임`으로 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중국의 ICT굴기

지난달 11일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에 벌어진 쇼핑 광풍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단독으로 기획한 행사의 하루 매출은 16조5000억원에 달했고 232개국 판매자와 소비자가 참여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한 해 매출이 14조2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다. 거래의 68%가 모바일로 이뤄졌다는 것도 놀랍지만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평상시의 수백 배 트래픽이 발생했는데도 서버가 다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군제 대박은 휴대전화로 물건을 척척 사들일 만큼 중국인들의 쇼핑문화가 모바일화되고 있다는 것과 중국 기업의 전자상거래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있었다. 베이징 수영경기장에 실시간 매출을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그는 특유의 쇼맨십을 발휘하며 쇼핑을 독려했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는 저절로 온 게 아니다. `인터넷`을 산업의 중심에 놓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중국양회에서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더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제조, 농업, 금융 등과 융합해 기존 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한계에 부딪힌 전통산업의 DNA를 개조할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꿰뚫어 봤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은 자국 인터넷 기업 보호를 위해 글로벌 서비스를 차단해 버리는 과격한 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철저히 `선경쟁, 후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 `텐페이`나 택시서비스인 `콰이디다처` `디디다처` 등 신생서비스는 정부의 밀어주기 덕에 성장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정책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CEO들과 지속적인 스킨십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인터넷 플러스를 국가전략으로 제정할 것을 건의하고 밑그림을 그린 인물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보유한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다. 그를 양회 대표로 참석시켜 인터넷 플러스에 대해 역설하도록 했는데 사회주의 체제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커창 총리는 광군제 때 마윈에게 축하·격려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샤오미 CEO 레이쥔의 열성 팬이 1000만명에 달하고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이 청년들의 우상으로 부상한 것도 이들이 펄펄 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 차원의 인터넷기업 육성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우리에게는 네이버와 카카오, 인터파크, 넥슨 등 토종 기업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네이버는 2008년 텐센트에 추월당한 데 이어 알리바바(2010년), 바이두(2011년)에도 밀리게 됐다.

미국, 중국 할 것 없이 자국 인터넷기업 보호에 혈안이 돼 있지만 국내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규제가 겹겹인 데다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이 존재하는 탓이다. 특히 정부는 인터넷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해 독과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추세다.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상거래, 금융, 미디어, 의료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 산업을 떠받쳤던 조선, 철강, 기계, 유화 등 중후 장대한 사업의 성장에는 제동이 걸렸다. 미래 신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정부의 ICT 사업 육성 전략은 과거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국은 일단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제를 만드는 `네거티브 방식`인데

우리는 사업 태동과 동시에 규제가 생긴다.

스타트업 지원에 전폭적으로 돈을 쏟아붓지만 기업이 조금만 커지면 `공룡화` `문어발 확장`이라며 회초리를 든다. 제조업시대처럼 정부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오죽했으면 기업들이 "정부가 아무것도 간섭하지 말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까.

중국의 ICT 굴기에 맞불을 놓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ICT 리더십이 절실하다. 박 대통령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이 방한했을 때 환대했는데 국내 CEO들과도 자주 만나야 한다. 국내 ICT 기업 CEO들이 갖가지 이유로 검찰에 불려다니고 국정 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해선 안 된다. ICT 영웅, 스타 CEO가 잇따라 나오고, 청년들이 이들을 롤모델로 삼으면 창업 분위기는 절로 조성될 것이다.

[심윤희 매일경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