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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웨이브` 매개 비즈니스
지난해 색다른 감흥을 준 영화 `인터스텔라`의 몇 장면은 아직도 기억 언저리에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압권은 물로만 이뤄진 행성에서 마주친 어마어마하게 큰 파도, 그야말로 화면을 가득 채운 빅 웨이브였다. 너무 거대하다 보니 그 앞에 선,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좁은 시야로는 그 정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정작 허리케인의 한가운데는 고요하다. 엄청난 변화에 절박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말이다.
우리의 산업사회에는 명백한 대전제가 있다. 누군가 만들어 팔고, 누군가 산다. 만들어 판 것으로 또 다른 누군가 만들어 파는 것을 사는 것이 비즈니스이고, 그런 곳이 시장이다.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유한하고, 그로써 창출되는 부에도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이 유한하니 이를 앞다퉈 차지하자는 것이 경쟁이고, 그런 곳이 산업사회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이 빤한 상식이 이제는 사실이 아니다. 수십 년 앞서 우리에게 밀려온 파도는 `제3의 물결`이었다.
정보화, 그리고 디지털 경제로 일괄되는 이 세 번째 웨이브의 진정한 핵심은 세상이 더 이상 유한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한한 디지털 자원으로 무한한 부를 창출하는 시대가 등장했고, 눈에 보이는 유한한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한한 것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만물이 연결되고 있는 초연결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그냥저냥 용어나 기억하고 이래저래 상황이나 이해하는 것으로 끝날 것인가. 한 걸음 물러서 거대한 물결을 조망해보고, 또 다가서기도 해 그 물살을 촘촘히 들여다봐야 한다.
정보화가 무한한 부와 권력의 가능성과 여건을 조성했다면 초연결시대에는 영리한 임자들이 그 새로운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무한한 자원과 정보, 무형의 상품과 지식, 무수히 많은 세계 도처의 생산자와 소비자. 이들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자, 아니 연결을 주도하는 자. 바로 그들 매개자에게로 부와 권력이 대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매개는 양편의 관계와 연결을 맺어주는 것이다. 존재 사이에 낀 존재이니 주인공이 아니었고 주목받지도 않았다. 수동적으로 여겨졌고, 태생적으로 파생적이고 기생적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사이에서 조용히, 뒤에서 열심히 실리를 챙겼던 매개가 작금에는 부끄러움도 타지 않고 나서며 보란 듯이 아주 대놓고 해먹고 있다. 그들은 만들지 않고도 부를 창출하며, 책임지지 않고도 권력을 확보한다. 연결의 시대에 매개는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알리바바는 남이 만든 것을 연결만 해주고 회사 평가액 132조원을 외치고, 제조는 다 다른 업체에 맡기고 속 편하게 장사하는 애플은 세계 최고 제조회사 삼성전자보다 수익은 6~7배다. 요새 잘나가는, 아니면 어느새 새롭게 등장한 기업이나 사업 하나둘 이름을 대보자.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만유인력이나 수확체감으로 설명되는 유한세계의 산업사회 법칙을 따르고 있지 않다. 만든 자보다 더 가진 자이고, 사이에 끼어들어가 도리어 자릿세와 유명세를 챙기는 얄밉지만 현명한 매개 비즈니스다.
화두가 된 플랫폼, 다면 비즈니스는 매개 비즈니스의 일부다. 매개 비즈니스는 크게 필터, 커뮤니케이터, 모빌라이저, 코디네이터, 어댑터, 에이전트, 매치메이커, 컴바이너 8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각자의 특성과 성공 전략을 음미해봐야 한다.
당신은, 우리는 빅 웨이브 앞에 처연히 서 있다. 과연 빅 웨이브에 묻힐 것인가, 아니면 올라탈 것인가. 아직도 미국인의 풍요와 여유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비치보이스의 히트곡 `캐치 어 웨이브`의 반복되는 후렴구는 이렇다. "Catch a wave and you will be sitting on top of the world(파도에 올라타 세상의 정상에 올라라)." 매개자가 되라. 매개하라.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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